•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신임 회장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제도개선 통해 메세나 활동 부흥시켜야, 미술품 물납제는 국익에도 부합할 것”

    2021년 04월 제 127호

  •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경영 환경이 힘들어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소양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존의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문화공헌의 유형을 찾아 메세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이 지난 3월 3일 총회에서 제11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3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1994년 설립되어 현재 220여 개의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으며 상호 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다양한 영역에 걸쳐 기업과 문화예술 부문과의 교류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단체다.

    김희근 회장은 지난 3월 10일 열린 취임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이 얻은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는 공익성과 기업가의 책임정신이 예술후원의 시작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그의 철학에 걸맞게 오랫동안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후원활동을 하고 있는 메세나인(人)으로 이미 유명하다. 세계적인 현악 합주단체인 세종솔로이스츠 창단의 산파 역할을 하고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것을 비롯해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한국페스티벌앙상블 등 클래식 연주단체 지원을 통해 음악발전에 기여했다.

    미술 분야에서도 윤상윤, 한경우, 김성환, 김명범, 이재이, 양혜규, 이완 등 유망한 미술 작가들을 다년간 지원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도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밖에 김 회장은 2011년부터 ‘벽산희곡상’을 운영하며 기업의 지원이 취약한 ‘희곡’ 분야의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과 같은 문화예술 기관에도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포럼 회장,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을 거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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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네트워크 구축 통해 ‘문화예술 지역균형’ 힘쓸 것

    김희근 회장은 이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메세나 전국 네트워크를 재구축할 것”이며 “현재 활동 중인 서울, 경남, 제주, 대구, 세종시에 이어 부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에도 메세나 단체 설립을 지원해 문화예술의 지역편중을 해소하고자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의 중소·중견기업들에 대기업에서 해왔던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연합해 메세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활동에 협회에서 진행하는 지역 특성화 매칭펀드를 연계해 메세나 활동의 전국 확산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최근 논란이 되는 ‘미술품 상속세 물납’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또는 국내 미술관들의 연간 미술품 구입 예산으로는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션이 불가능하다”며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결국 옥션을 통해 판매가 될 텐데, 해외 미술품 투자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구매해 이 작품들이 다시 해외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문화자산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정부의 힘만으로 문화예술 발전의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메세나 활동은 국가의 손이 닿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기업과 기업인이 채우는 행위인 만큼, 더 많은 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부분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교, 복지 부분에는 많은 기부를 하고 있음에도 유독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가 취약한 것은 제도적인 한계가 큰 몫을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제도 정비를 통해 민간의 자금이 예술시장에 흘러갈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를 희망한다”며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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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서 후원을 해주는 입장에서 후원을 해달라고 해야 하는 입장이 되셨는데, 어떤 전략과 아이디어가 있으신지?

    ▷사실 메세나를 권유해볼 만한 가까운 분들은 이미 다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소중견기업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야 합니다. 특히 추천하는 것은 예술지원 매칭펀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영국처럼 메세나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메세나는 기업의 사명입니다. 한때는 국부를 누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들입니다. 우리와 같은 기업의 사명은 사회공헌이고, 문화예술분야의 사회공헌은 메세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의 과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CEO들을 만나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협회 사업 중 문화공헌 사업은 음악, 미술에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분야를 보다 확장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숙제인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설립된 이후 27년간 순수예술을 지원했는데, 지원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해야 할까 고민입니다. 케이팝 등 젊은 직원들이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에 대해서 협회도 그 흐름에 따르면서 프로그램들을 다양화하고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울산지역의 어느 치과 의사 분이 건물을 지어서 커피숍, 공연장을 만들고 지역민들을 초대하면서 메세나를 실현했습니다. 이를 위한 세제개혁도 중요합니다. 뉴욕 MOMA 미술관에 대한 정부 지원은 17%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개인후원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경비처리가 아니라 세제혜택을 받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생색내고,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미술품 물납제 문화예술에 대한 회장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미술품에 대한 위작문제가 늘 논란이었고, 이와 관련하여 감정·진위확인 등에 대한 문제도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외 옥션을 통한 검증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인데 관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으로 상속세로 내는 것과 미술품으로 일부 물납을 하는 것 사이에는 아무래도 현금 세금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동산 물납은 가능한데 미술품 물납은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이와 관련한 또 다른 이슈가 수수료인데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면 적게는 30%, 많게는 50%의 수수료를 갤러리에 냅니다. 현금 물납을 위해 해외 옥션에 작품이 나간다고 하면 해외 옥션도 비슷한 방식으로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미술 기증이라고 쉬운 것이 아닌 이유죠. 미술관에 작품 기증을 하고자 하면 기증절차만 1년이 걸립니다. 물납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기·법 이러한 테크니컬한 문제만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납으로 인해 세금 금액이 차이가 난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부에 대한 이슈가 나온 것은 삼성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부분이죠. 미술관, 박물관, 리움미술관 등에 기부 의사가 있다는 이슈가 나왔는데 기본적으로 공익재단에 기부된다는 것은 사회에 기부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공익재단이 없어지면 관련 소장품 등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니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것, 공공의 것이 되는 것이죠. 이건희 회장님의 경우 하나를 사도 좋은 것을 골랐을 것이고, 구매한 금액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오른 상태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이 박물관, 미술관에 가면 무엇을 보고 싶어 할까요? 우리가 구겐하임에 가면 무엇을 볼까요? 그곳의 세계적인 작품들을 보고 오는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라고 한국의 작품만 소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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