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두 채면 `억` 보유세 폭탄 부동산 시장은

    2021년 04월 제 127호

  • 올해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이 20% 가까이 급등했다. 각종 세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한 데다 올해 종부세율이 대폭 인상돼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15일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08% 올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4.44%에서 2018년 5.02%, 2019년 5.23%에 이어 지난해 5.98% 등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올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상승률(19.08%)은 과거 참여정부 때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렸던 2007년 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다.

    지역별 상승률을 보면 수도 이전 이슈로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70.68%나 폭등했다. 이어 경기와 대전도 각각 23.96%, 20.57% 오른다. 서울은 19.91%, 부산은 19.67% 오르고 울산은 18.68% 상승한다. 17개 시·도 중에서 상승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제주도로 1.72%를 보였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4년 동안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만 73%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도 39.47%나 증가했다. 올해 공시대상 공동주택은 1420만5000가구로 지난해 1383만 가구보다 2.7% 증가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중윗값이 사상 처음으로 서울시도 따돌리며 4억원을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중윗값은 그 지역 공동주택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중간 위치에 있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의미한다. 공시가격의 중윗값은 전국 1억6000만원, 지역별로는 세종이 4억230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서울 3억8000만원, 경기 2억800만원, 대구 1억700만원 등 순으로 집계됐다. 부산이나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다른 지역은 대부분 중윗값이 2억원을 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종시 공시가격 중간값 상승은 두드러진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토지와 건물에 대해 조사·산정한 뒤 발표하는 부동산 가격이다. 매월 1월 1일을 기준으로 단독주택, 공동주택, 토지 가격 등을 매긴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가격이 많이 상승할수록 올해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과 맞물려 상승폭이 더 커졌다. 공시가격이 시세와 50~70%가량 차이 나서 조세형평성 등이 지적돼 왔는데, 정부는 시세를 점차 반영해 2030년까지는 공시가격을 집값의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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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공동주택 공시지가 19% 상승

    세종 중위가격, 서울 앞질러


    다만 정부는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한 이유가 현실화 로드맵 탓이 아니라, 시세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이행 중이지만 현실화율은 아직 70.2%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공시가격이 급등한 것은) 대부분 지난해 시세가 많이 오른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 내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동네는 34.66%를 기록한 노원구였다. 그 뒤를 성북구(28.1%), 강동구(27.25%), 동대문구(26.81%), 도봉구(26.19%)가 이었다. 반면 강남 3구인 서초구(13.53%)와 강남구(13.96%), 송파구(19.22%)는 물론 비슷한 여건의 은평구(17.85%)와, 강서구(18.11%)는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지난해 서울 강북,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높았던 셈이다. 김형석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 역시 이에 대해 “시세 변동이 반영되다 보니 지난해에는 강남 3구 대비 노원구 등의 시세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 공시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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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가격 9억원 초과하는

    첫 종부세 대상자 21만 명 늘어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부동산 공시가격 연계효과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가격은 조세·복지·행정·부담금·부동산 평가 등 5개 분야 63개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부동산 등 재산가액에 0.04를 곱한 소득인정액이 4225만원을 넘지 않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올해 공시가격 인상으로 기초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되고,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서 탈락하는 사례도 예상된다. 재산액 합계가 1억4000만원 미만인 가구에 주는 근로장려금, 7850만원 이하인 경우 받을 수 있는 생계유지 곤란 병역 감면 혜택을 받는 사람도 줄어들 전망이다.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대상자 판단, 공공주택 입주자 자격, 교육비 지원 대상 선정 등도 공시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건보료나 지원금이 아니더라도 국민의 큰 관심사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얼마나 오를지다.

    우선 재산세부터 오른다. 기점은 공시가격 기준 6억원.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경우 특례 세율이 적용돼 세부담이 소폭 줄지만 6억원 초과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전년 대비 최대 130% 수준까지 세금이 늘어난다. 지난해 100만원을 냈다면 올해는 130만원을 오롯이 재산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전국 아파트 가운데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비중이 92.1%라며 대다수는 세금 인상 효과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인 종합부동산세 대상과 다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면 과세대상(다주택자는 6억원 초과)이 되는데, 실제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거 인상되면서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내게 된 대상자가 대거 늘었다.

    올해 1가구 1주택 기준 공시가격 9억원(시세 12억~13억원 수준)을 초과하는 가구 수 는 지난해 전국 30만9835가구(2.2%)에서 올해 52만4620가구(3.7%)로 21만 가구 넘게 늘었다. 1주택자면서도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해야 하는 대상이 1년 새 69% 이상 늘어난 셈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으로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가 50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은 지난해 28만1188가구(약 11%)에서 올해 41만2970가구(약 16%)로 13만 가구 넘게 늘어난다. 부산도 지난해 2927가구에서 올해 1만2510가구로 4배 이상 증가한다. 공시가가 폭등한 세종은 지난해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이 25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760가구로 70배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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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대팰’ 전용 84㎡ 1주택자 보유세, 1018만→1991만원

    그래서 구체적으로 부담하게 될 보유세가 얼마나 될까. 국토교통부가 올해 보유세를 모의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평균 아파트값인 시세 10억원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123만4000원에서 160만4000원으로 37만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7억원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재산세만 포함된 값이다. 예컨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는 올해 공시가격이 7억654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3000만원가량 넘었지만 아직 9억원을 넘진 않는다. 이 아파트 보유세는 161만원에서 204만원으로 인상된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는 지난해보다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지난해 12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주택분의 재산세 세율을 0.05% 포인트 인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통과됐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6억원인 아파트의 재산세는 지난해 101만7000원에서 올해 93만4000원으로 8.2%(8만3000원) 감소한다. 다만 이는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금액. 소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아직 6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지난해보다는 올랐다면 재산세를 더 내야 한다. 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는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크게 오른다.

    장기보유·고령자 공제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소유자가 부담할 보유세는 지난해 561만6000원에서 올해 845만6000원으로 300만원 가까이 오른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9000만원에서 올해 15억5000만원으로 뛴 결과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의 경우 공시가격이 21억7000만원에서 25억1000만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 소유자는 지난해 냈던 보유세 1425만원보다 740만원가량 크게 오른 2167만원을 보유세로 부담해야 한다.

    강남권 대표 고가 주택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25억7000만원에서 올해 27억4000만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가 2030만원에서 2851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강북권에도 공시가격 상승 영향으로 보유세가 크게 늘어난 아파트가 나왔다. 주로 시세 10억원대 중후반~20억원대 초반에 거래돼 종부세가 부과되는 단지들이다.

    21억500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의 공시가격은 15억1051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단지 1주택자 보유세는 712만원으로 전년 대비 248만원 늘어났다. 18억원대에 실거래되는 이 단지 전용 84㎡ 1주택자의 보유세도 지난해 343만원에서 535만원으로 191만원(55.88%)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이 전년 10억7700만원에서 올해 12억9600만원으로 20.36% 오른 영향이다. 다만 위 사례는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없을 경우로 가정했다.

    만약 이 같은 추정에 따라 같은 평형대의 은마아파트, 도곡렉슬을 동시에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4997만원에서 내년 1억2089만원으로 급등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아크로리버파크까지 3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면 보유세는 1억198만원에서 2억5072만원으로 껑충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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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89㎡, 중층 기준)의 경우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약 14%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보유세는 55%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영향은?

    일각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매기는 시점인 6월 1일을 앞두고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6월 1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10%포인트나 올라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늦어도 4월까진 매물을 내놓고 계약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반면 또 다른 일각에선 공급 물량이 부족한 만큼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었는데도 신고가가 속출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3월 18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 매물은 4만5722건으로 한 달 전인 2월 18일보다 14.6% 증가했다. 전국 아파트 매물도 같은 기간 14.2% 늘어 29만7314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25개 구 전역에서 매물이 쌓였는데 도봉구가 25.1%로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노원구(23.5%), 서대문구(22.5%), 은평구(22.4%), 동대문구(21.6%), 중랑구(2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매물 증가 폭은 서초구(7.4%)와 용산구(5.8%)가 가장 작았다.

    시장에 매물은 쌓이는 반면 거래량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752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절반 수준(3390건)으로 뚝 떨어졌다. 18일 기준으로 3월 거래량은 484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가격 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3월 18일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181건 중 92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8건 중 6건)뿐 아니라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16건 중 10건), 도봉(7건 중 4건), 동대문(6건 중 4건)구 등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했다. 성동구의 경우 4건 중 4건 모두가 신고가였다.

    이를 두고 다주택자의 매물 증가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더 버티기 힘들다고 판단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긴 하겠지만 지난해 이미 상당수가 증여나 처분으로 매물을 정리한 상태”라며 “지난해 하반기 급등한 집값이 숨고르기 중이지만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터라 가격 자체가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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