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패권전쟁 한국은 ‘넛크래커’ 신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올해 사상 최고 실적 기대, 외국인 반도체주 러브콜 이어지며 소부장도 ‘방긋’

    2021년 05월 제 128호

  • 국내 증시에 컴백한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조원 넘게 순매도한 외국인은 4월 들어 16일까지 3조원어치 넘게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1조220억원)와 SK하이닉스(3216억원) 등 대형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 확대 계획을 잇달아 꺼내들면서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디지털 전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지가 강경해졌다. 유럽까지도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확보를 천명해 경쟁적 투자 확대가 전망된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금(500억달러)을 포함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과 같은 지원 정책이 삼성전자, TMSC 등 선두 업체들에 대한 투자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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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주가 10만원 잰걸음

    악재 해소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미국에 불어 닥친 한파로 오스틴 공장 비메모리 팹 가동이 중단되면서 스마트폰 출하량 둔화 우려가 커졌고,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올 초까지 주가가 120% 넘게 오르면서 급등에 대한 피로감도 횡보세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스틴 공장은 3월 중순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했고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DRAM 가격 급등과 NAND 턴어라운드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는 비용 대부분이 고정비로, 경기 회복 구간에서 비용 증가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매출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가파르게 증가한다. 이익 증가율이 시장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 예상치는 전년 대비 12.2% 증가한 265조8071억원, 영업이익은 32.3% 늘어난 47조6195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에 재진입하고, 주가는 10만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 24곳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10만5417원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주가가 충분히 쉬었다. 주가 하락 이유를 더 찾기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집중할 때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과 메모리 반도체 변동성 축소에 의한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오스틴 공장 가동 정상화, 실적 전망 상향 조정 등이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PC 수요 급증 호재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도 긍정적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하는 D램 가격이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오르고, 모바일 D램과 낸드 가격도 각각 5~10%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모리업체들의 재고 소진과 주요 IT 기기 수요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IDC가 발표한 올 1분기 PC 출하량은 8398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PC 출하량이 연평균 -2% 감소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급 기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확대,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수요 급증이 출하량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1가구 1PC에서 1인 1PC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어 PC 수요는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도 긍정적이다. 최근 SK텔레콤은 유무선통신회사(SKT 존속회사)와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자산을 보유한 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중간지주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와 ICT 자산을 보유한 중간지주사로 재편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SK하이닉스의 경영 효율화, 투자 여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M&A(인수합병)를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했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에 제약이 따랐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지주사인 SK의 손자회사로 남게 되지만, ICT투자회사를 통해 한결 수월하게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지분 일부만 인수할 회사라면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투자하고, 지분 100%를 인수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 부문이 분리돼 경영전략에 따라 중간지주회사가 회사를 매각하는 것도 용이해진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향후 다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기존에는 SK하이닉스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이 통신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어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주 반발이 있었지만, 투자전문회사가 되면 반도체에 투자할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된다. 메모리 분야 호황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맞물려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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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장비주 고공행진

    글로벌 반도체 빅5 올해 1000억달러 투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장비 매입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급 불균형 현상이 국가적 위기로까지 비화되면서 삼성전자·TSMC·인텔·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빅5의 올해 투자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 비메모리반도체 장비 기업들 중심으로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지,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거래량이 많은지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등이 부각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글로벌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1위 업체다. 다각화된 포트폴리오가 강점이다. 램리서치는 글로벌 식각장비 1위 업체로 TSMC 장비 구매 비중의 10%를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유진테크, 피에스케이, 파크시스템스, 한미반도체, 원익IPS와 더불어 반도체 중고장비 매매 기업인 서플러스글로벌 등이 거론된다.

    유진테크는 웨이퍼를 낱개 단위로 가공하는 싱글 웨이퍼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분야였으나 유진테크가 SK하이닉스와 함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마이크론, 인텔 등으로 고객사를 확장했다. 메모리 장비 위주에서 비메모리 장비로 사업 영토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인텔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인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의 수혜주로 꼽힌다.

    원익IPS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반도체 증착장비와 열처리장비를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대표주다. 반도체 후공정 부품 제조업체 테크윙은 마이크론·키옥시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한미반도체도 주목받고 있다. 주요 고객사가 TSMC 협력사인 OSAT(반도체 조립·테스트 외주) 업체로, 최근 TSMC 투자 발표 이후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TSMC가 설비 투자를 늘리면 OSAT 업체 투자가 늘어나고, 한미반도체 실적도 좋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한미반도체는 3월 이후 아홉 번의 장비 수주 공시를 냈다. 대만 유니마이크론, ASE 등 대부분이 글로벌 고객사다. 이 밖에 차세대 D램 ‘DDR5’ 확대와 전기차용 콘덴서 수혜가 예상되는 아비코전자, 모듈패키징 소재를 제조하는 SFA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테스트 업체인 테스나, 반도체 검사장비 생산업체 넥스틴 등도 수혜주로 꼽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국내 고정 고객사 유무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와 거래하는지가 주가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반도체 패권 강화를 위한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류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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