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패권전쟁 한국은 ‘넛크래커’ 신세] INTERVIEW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 4차 산업혁명 시대 ‘五感산업’ 핵심은 반도체, 제조 초월 창조적 혁신으로 새 지평 개척해야

    2021년 05월 제 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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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반도체 전쟁이다.

    미국, 중국, EU 정부가 나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사이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혁신과 함께 초기 시장을 조성했다. 중국의 공세도 매섭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총수가 부재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990년대 초 우리나라가 반도체 생산장비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생산장비 국산화를 위해 독자 기술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한 국내 벤처 1세대 대표주자다.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한 이래 현재까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액수만 1조원이 넘는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만 20여 개, 특허는 2200건에 달한다. 황 회장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감(五感)산업’이 필요한데 여기에 반도체는 기본”이라며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고 반도체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핵심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벤처 1세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나아갈 길을 점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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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1959년 경북 고령 출생 ▲19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설립(현 대표이사) ▲2010~2012년 6대 벤처기업협회장(현 명예회장) ▲2010~2015년·2018년~현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산업계의 키워드가 ‘반도체’입니다. 이를 둘러싸고 패권 전쟁이 시작된 양상입니다. 최근 벌어진 반도체 부족현상과 의미는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이후, 가장 필요로 하는 산업재가 바로 반도체예요. 사람과 산업기술의 성장은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육체적 성장 이후 정신적인 성장은 오감을 통해 이뤄집니다. 오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생각’인데 이를 산업에 적용하면 두뇌에 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입니다. 인공지능(AI)도 이를 통해 구현됩니다. 시각은 디스플레이, 촉각은 센서에 해당하죠. 통신도 반도체가 핵심입니다. 결국 ‘오감산업’의 핵심이 반도체인데, 수요가 느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의 이동은 줄었지만, 소위 생각하는 것은 더 많아졌으니 반도체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죠.

    ▶반도체가 이슈로 떠오른 배경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현상이 있습니다. 일시적인 병목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나옵니다.

    ▷최근까지 반도체 투자는 메모리와 로직반도체 위주로 이뤄져 왔습니다. 아날로그반도체(잠깐용어 참조) 쪽은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사실 아날로그는 생산기술적으로 하이엔드는 아닙니다. 남는 설비로 생산하고, 대량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보니 소위 돈이 되는 분야로 인식되지도 않았죠.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센서 등 필요성이 늘어났고, 전기차에서 구동을 담당하는 모터를 제어하는 반도체 수요도 늘어났죠. 반면 반도체 라인에 투자해서 생산하는 데까지 2년여가 걸립니다. 당분간 부족 사태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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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업체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하고 투자 확대를 요청했습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외치고 있습니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다툼이 본격화한 양상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핵심입니다.

    5G, 스마트로봇, AI 등이 모두 반도체에 의해 제어됩니다. 여기에 새로운 모빌리티도 등장했습니다. 전기 모터로 구동되고 인공지능으로 작동되는 뉴모빌리티가 성장하면서 (반도체가) 핵심 사업으로 재평가 받고 있어요. 사실 그동안 반도체는 선진국형 제조업으로 취급받지는 못했어요. 각종 화학약품 사용이 빈번한 데다, 24시간 가동해야 하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하고, 파운드리나 메모리반도체 생산은 대만이나 한국 등에서 맡아 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여 왔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EU 등도 제조 부문 육성에 나선 거죠. 더욱이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러다 반도체를 무기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니까 주요국들이 직접 제조에 나서는 움직임이 뚜렷해진 거죠.

    ▶미국에선 사실상 한국에 자기 편에 서달라고 요구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 업체들은 중국에도 투자를 해놓고 있는 상황인데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결국 리더가 판단해야 할 문제이자 고충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지혜롭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대한민국 산업성장의 위기의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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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철주 회장은 현재 설계와 기술, 시장조성은 미국이 가지고 있고, 중국은 생산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두뇌에 해당하는 미국의 힘이 좀 더 커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 수년 안에 국가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한다는 예측에 대해서도 “육체적 성장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속도(경제성장률)가 낮아지기 마련이고, 키(경제규모)가 비슷해진다는 논리다. 황 회장은 “결국 경쟁력은 정신적인 격차 싸움으로 갈릴 것”이라고 강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4차 산업혁명이 앞당겨진 모양새입니다. 반면 최근 존 크래프칙 전 웨이모 CEO가 물러나면서 “제한된 조건이 아니라 실제 도로를 자유자재로 다니는 자율주행차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 얘기하는 등 예상보다 진전이 더딘 부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이 가팔라요. 결국 100% 자율주행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건데, 특정 기업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봐야죠. 각종 인프라와 제도가 함께 가야 합니다. 한 기업이나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죠. 규칙이 정해져 있는 수학연산처럼 당사자 간 암묵적인 이해와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게 다 해결될 때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겁니다. 인공지능과 또 다른 인공지능 사이에 교감하고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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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뿐만 아니라 최근 AI 등에서 인력 부족을 탓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국가 교육 시스템의 실패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혁신입니다. 교육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요. 우리의 경우, 기업들이 경험 있는 사람만 찾는 경향이 있어요. 혁신의 의미는 경험이 없는 기술을 만들자는 것인데, 경험 있는 인력만 찾고 있으니 모순이죠. 혁신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 리더들이 다른 사람이 해놓은 바를 가져오는 데 급급한 모양새예요. 혁신가치와 모방가치를 구분하지 못한 탓이죠.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가설을 새로 만들면 공격받는 경향이 있어요. 해외 학자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가져오는 데 급급했죠. 가설이 없는 연구는 모방에 불과합니다. 결국 리더십에 달려 있어요. 혁신기술의 가치와 모방기술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이나 교육이 아직 모방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모방만 하다보면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남보다 앞서가는 방법은 혁신이 유일합니다만, 시간이 많이 걸려요. 산업발전은 혁신에 따르는 리스크를 피하고 속도, 시간 변수도 피해가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는데, 지금은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생산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굴기의 공세도 엄청난데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래가 있을는지요?

    ▷중국도 언젠가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겠죠. 다만 먼저하고 늦게 하고 쉽게 하고 어렵게 하고의 차이일 뿐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과 기술, 정보와 통계가 빛의 속도로 공유됩니다. 지식은 모든 사람의 공동으로 갖고 있다고 봐야하죠. 중국이 반도체 지식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다만 생산관련 노하우가 없는 거죠. 시간이 더 걸리고 힘들 뿐 시간의 문제죠. 앞서도 얘기했는데, 산업기술은 사람과 같아요. 육체적 성장은 시간이 지나면 비슷해져요. 그 다음은 정신적 차이가 결과를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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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명실상부 메모리반도체 강국입니다. 반면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는 비메모리 분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까요.

    ▷메모리의 대명사인 D램은 미국 IBM서 개발했어요. 지금도 기반 기술은 같아요. 우리의 경우, 공정기술과 구조기술로 성장해 왔습니다. 반도체 직접회로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은 미국이 담당하고, 우리는 공정개발과 구조에만 포커스를 맞춰 온 거죠. 우리가 회로를 만들어 온 게 아니라 효율성 높은 공정기술과 구조에 강점을 보여 왔죠. 메모리를 건물을 만드는 데 비교하면, 로직은 도시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지금까지는 건물 하나 짓는 기술에 집중해 온 셈이죠, 이제는 더 큰 것을 봐야 할 때입니다. 하루아침에 안 되는 일이고, 시간을 두고 육성해 나가야죠.

    ▶대만 TSMC가 파운드리 1위를 견고히 하고 있고, 인텔도 파운드리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은 뒤처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파운드리 시장 자체를 TSMC가 만들어왔습니다. 기술도 TSMC서 시작한 거죠. 우리가 메모리를 가져왔다면, 대만이 파운드리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금방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죠. 열심히 쫓아는 가겠지만 그쪽도 그 사이 경쟁력을 키워나가겠죠. 다만 우리도 인프라는 튼튼합니다. 우리도 기초를 만들면서 성장해 나가는 시기에 있다고 봅니다.

    ▶소부장 정책을 추진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지, 육성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의식을 바꾸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동안 도외시해 왔는데, 절반 이상 성공했다고 봅니다. 시간이 되면 경쟁력도 갖춰질 거예요. 최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ASML 장비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입니다. 이것만 봐도 장비가 곧 인프라라는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지식이 평준화되니까 인프라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자금력이 많은 쪽이 유리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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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외에도 태양광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관련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태양광에서 기술 격차는 효율성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에선 전환효율 35% 이상이 가능한 장비를 양산하는 기술을 올해 말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미 핵심기술을 확보했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최근까지 생산량의 증가가 핵심이슈였습니다. 기존 LCD나 OLED 기판 기술은 한계에 도달했어요. 미래 디스플레이는 디자인 업(Up)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폐는 프린트에 불과합니다. 이게 움직이면 디스플레이가 되는 거죠. 플라스틱 지폐처럼 얇고, 구겨도 되고 세탁도 되는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이게 미래 기술입니다. 이미 이런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와 공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완료해 놓고 있습니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도 맡고 계십니다. 일각에선 기업가 정신이 퇴조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난할 때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일했죠.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되면 고생스런 노동 대신 행복을 추구하기 마련입니다. 그럼 행복해지는 방법이 뭐냐를 봐야죠. 첫째가 경제적인 여유고, 두 번째가 시간적인 여유, 마지막이 환경의 자유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져야 진정한 행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만들려면 적은 노동시간에 이익은 커야 합니다. 결국 혁신밖에 답이 없습니다. 이를 만들어 나가는 게 리더입니다. 젊은이들이 혁신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를 빨리 할 수 있는 게 창업입니다. 결국 좋은 일이 행복을 만들고, 좋은 일을 만드는 사람이 기업가죠. 그게 기업가 정신이고 혁신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을 어떤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실 생각이신지요.

    ▷지난해 실적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연구투자를 많이 한 것도 한 원인인데, 미래를 준비한 기간이었죠. 올해는 시장이 좋습니다. 앞서 태양광에서도 핵심기술을 확보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의 3각 구도를 갖췄어요. 예전에는 거래하는 국내 기업이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분야별로 10개 이상씩 고객사를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회사는 행복을 만드는 곳, 가정은 행복을 즐기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을 그런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해요.

    [대담 홍기영 국장 정리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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