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범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美 1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상장이 대박 난 이유는… 전설적 투자자 드레이퍼 펀드의 전폭 지원이 도약대

    2021년 05월 제 128호

  •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기자가 매일경제가 매년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에서 글로벌 리더를 초청하는 일을 담당했던 2018년에 있었던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가인 팀 드레이퍼(Tim Draper) DFJ펀드 설립자 겸 DFJ 회장과의 인연은 그때 시작됐다.

    2018년 초 기자는 어떻게든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었다. 팀 드레이퍼는 5~10년 시대를 앞선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조단위 부자가 된 인물이다. 그가 어떻게 미래를 보고 있을지는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사였기에 그를 꼭 초청하고 싶었다. 스카이프, 핫메일, 테슬라, 바이두, 스페이스X, 크루즈 오토메이션 등이 대표적으로 그가 초기에 투자했고 대박이 난 기업이다. 연락처를 알게 됐고, 이메일로 연락을 시작했다. 보통 이런 급의 인물은 비서진을 통해 실무 연락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팀 드레이퍼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가 이런 자세를 가진 것은 어린 시절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억울한 일로 체포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권위’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스타트업 사관학교인 ‘드레이퍼대학(Draper University)’을 만들어 젊은 창업 도전생들을 일일이 코칭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호텔을 사들여 스타트업을 해보고자 하는 열정이 있는 젊은이들과 소통한다. 매일 하루의 절반을 이곳에 쏟아붓고 있다. 직접 그에게 어필할 기회가 생기자 나름 최선을 다해봤다. 그에게 왜 한국 리더들에게 인사이트를 공유해야 하는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마침내 그가 마음을 열고, 포럼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참석하겠다고 컨펌을 했을 때 그 짜릿한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그는 어떻게 하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2014년 그는 귀가 번뜩이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 2만9656개를 경매로 내놓았다는 소식이었다. 비트코인 1개당 607달러에 경매에 나왔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팀 드레이퍼 DFJ펀드 설립자


    팀 드레이퍼는 2018년 기자와의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치가 매우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시장 가격보다 높은 1개당 632달러에 베팅했다”고 말했다. 그는 “9개 경매에서 낙찰을 받았으며, 생각보다 많이 낙찰 받았지만 나는 이것이 미래라 확신하고 승리를 만끽했다”고 말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6만30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7년 만에 100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그가 가진 비트코인 가치만 20억달러에 달한다. 이 분야 개인투자자로는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투자자로 추정된다.

    팀 드레이퍼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 이유가 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14일(현지시간) 화려하게 나스닥 시장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가 성공하게 된 중요한 배경 중에 하나는 드레이퍼 일가가 이끄는 DFJ펀드가 초기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코인베이스 CEO 겸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을 적극 지원했던 사람이 팀 드레이퍼의 아들인 애덤 드레이퍼다. 그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부스트(Boost) VC를 이끌고 있다. 팀 드레이퍼의 할아버지인 윌리엄 드레이퍼는 1959년 실리콘밸리 최초의 벤처캐피털을 만든 사람이다. 아버지 윌리엄 드레이퍼도 드레이퍼&존슨이라는 투자회사를 세워서 활동했다. 이제는 윌리엄 드레이퍼의 증손자인 애덤 드레이퍼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애덤은 방송, 연예 활동을 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벤처캐피털리스트다.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2012년 8월 애덤에게 코인베이스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수조달러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애덤 드레이퍼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수조달러 규모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처음 접했을 때 너무 큰 그림을 이야기해서 놀랐다는 말이다. 하지만 애덤 드레이퍼는 그의 논리 정연함에 설득됐고, 암스트롱을 밀어주기 시작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나스닥 사이트 모습


    DFJ성장(Growth)펀드를 이끄는 배리 슐러(Barry Schuler)는 2015년 코인베이스에 크게 베팅했다. 슐러는 초창기에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눈을 뜬 사람이다. 본인이 직접 오프라인에서 비트코인을 사보며 유통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경험했다. 원시적인 거래 방식을 고치지 않고서는 가상화폐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 코인베이스에 투자를 결정했다.

    DFJ성장펀드가 코인베이스에 투자한 것은 2015년이고 시리즈C 단계로 주당 2.76달러, 기업가치는 5억달러였다. DFJ펀드 투자 이후 코인베이스 주당 가치는 ▲2017년 8.25달러(시리즈D) ▲2018년 36.19달러(시리드E) 등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코인베이스는 상장 첫날 328.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DFJ가 투자했을 당시 대비 140배 뛴 셈이다. 코인베이스 첫날 시총은 857억8000만달러(약 95조7000억원)로 뉴욕증권거래소 모회사인 ICE의 기업가치(665억1000만달러)와 나스닥 거래소의 기업가치(259억5000만달러)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창업한 지 만 9년이 되지 않은 코인베이스가 각각 158년, 50년 역사를 가진 뉴욕증권거래소, 나스닥 기업가치를 단숨에 앞지른 것이다. 이번 상장으로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의 지분가치는 약 170억달러가 됐다. 1983년생인 그는 30대에 조단위 부자 반열에 올랐다. 텍사스주 명문 라이스대에서 경제학,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온라인 교육회사를 창업했고 IBM 개발자, 딜로이트 컨설턴트 등으로 일했다. 에어비앤비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그는 190개국에서 영업 중인 에어비앤비가 사업상 송금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벽에 부딪혔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그는 대중들이 가상화폐를 이메일처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코인베이스를 창업했다.

    코인베이스는 직원수가 1250명이 넘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됐다. 미국 외에도 100여 개국에서 5600만 명이 사용 중이다. 일각에서는 코인베이스가 풍부한 유동성 장세에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코인베이스 실적은 변동성이 심한 가상화폐 시세 등락에 큰 영향을 받고,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과 어떤 상생을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코인베이스가 성공을 한 것은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는 드레이퍼 가문과 기업자 정신으로 열정적으로 전진한 기업가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코인베이스에는 DFJ 외에 안데르센 호로위츠, 유니온스퀘어 같은 유명 벤처캐피털의 초기 투자가 도약대가 됐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미국은 한국과 달리 기업 상장 시 공모주 청약 절차가 없다.

    코인베이스처럼 구주매출만 하는 직상장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신주발행 방식의 기업공개(IPO)에도 공모주 청약 절차는 없다. 상장 전 기관투자자들 간의 리그가 펼쳐진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 그만큼 치열하게 스타트업을 분석해 투자해야 빛을 볼 수 있고, 그 결과는 냉정하게 평가받는 생태계가 있다. 개인들이 이런 기관투자자들을 통한 간접투자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본 투자단위가 개인이 참여할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부한 유동성 장세 속에서 많은 기업들의 상장이 예고돼 있다. 이런 기업들이 몸값은 어떤 초기 투자자가 있었는지에 많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된 쿠팡은 투자자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전폭적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쿠팡은 행동주의 펀드로 유명한 퍼싱스퀘어캐피탈이 초기 투자자였음이 상장 이후에 알려지기도 했다. 퍼싱스퀘어캐피탈 빌 애크먼 설립자는 쿠팡 상장 이후에 1조5000억원 상당의 지분을 기부하겠다고 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올해 뉴욕 증시 상장이 예상되는 기대주들은 모두 화려한 벤처캐피털들이 이미 주주인 기업들이 많다.

    ‘쇼핑 도우미’ 앱인 ‘인스타카트(Instacart)’ 역시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세콰이어캐피탈, Y컴비네이터,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인스타카트는 앱을 이용해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달원이 상품을 골라 배송을 해주는 서비스다. 팬데믹 상황에서 급성장했다. 지역 커뮤니티 소셜미디어인 ‘넥스트도어(Nextdoor)’는 벤치마크,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리버우드캐피탈 등이 투자한 회사다.

    무료 주식 거래 앱으로 새로운 투자문화를 선보인 ‘로빈후드(Robinhood)’는 세콰이어캐피탈, D1캐피털파트너스, 리빗캐피탈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다.

    로빈후드는 상반기 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처음으로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더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개인투자자 시대를 연 만큼, 자신들의 상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방식의 상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