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디즈니 공습에 격동하는 OTT 시장,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활 ‘메뚜기 시청자’ 늘어날 듯

    2021년 05월 제 128호

  • K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올 하반기 한국에 상륙한다. 애플의 애플TV플러스, 워너브러더스의 HBO맥스 등도 한국 진출을 예고하면서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대형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 KT, CJ ENM, 왓챠 등 토종 사업자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승부처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OTT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기업 모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걸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액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올해 국내 콘텐츠 시장에 수조원의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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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디즈니 ‘콘텐츠 공룡’ 한국서 맞대결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5억달러(약 5600억원)를 투입해 13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그간 넷플릭스의 해외 시장 투자액 중 가장 큰 규모다.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7억달러(약 7800억원)를 투자했다. 이렇게 해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약 80편에 달한다. 콘텐츠 업계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까지 미국·유럽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넷플릭스가 K콘텐츠 제작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디즈니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작년 말 2억 명을 돌파했다. 이런 성장세에 아시아가 크게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작년 4분기 넷플릭스는 아시아에서만 2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반면 미국·캐나다에선 86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은 북미에서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HBO맥스, 피콕(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플러스(바이콤CBS) 등 신규 OTT의 잇단 등장으로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넷플릭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미국 거대 미디어·콘텐츠 기업이 모두 OTT 시장에 뛰어들면서 OTT 전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위기감을 느낀 넷플릭스는 아시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며 OTT 경쟁력 키우기에 나섰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한국에선 드라마·영화, 일본에선 애니메이션, 인도에선 영화 등 로컬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에서 제작 기반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킹덤>과 <스위트홈>처럼 해외에서도 먹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국이 핵심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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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는 빠른 속도로 글로벌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즈니는 2019년 11월 디즈니플러스를 내놨다. 약 1년 반 만인 지난 3월 유료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다. 월 요금제가 7달러다. 단순 계산으로 매달 7억달러(약 7800억원)를 버는 셈이다.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약 10년 만인 2017년 가입자 1억 명의 고지를 밟았다. 한마디로 파죽지세인 디즈니플러스는 오는 2024년까지 가입자를 최대 2억6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겨울왕국>으로 대표되는 월트디즈니를 비롯해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픽사, 스타워즈, 20세기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초대형 지식재산권(IP)을 총동원해 매년 100편의 영화·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다.

    일각에선 디즈니플러스가 수년 내 넷플릭스를 제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디지털TV리서치는 2026년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를 2억9400만 명으로 추산하며 넷플릭스(2억8600만 명)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투자자 행사에서 한국 진출을 2021년으로 공식화한 뒤 지난 3월 한국 조직을 새롭게 정비했다. 디즈니플러스 한국 웹 사이트도 오픈했다. 최근 국내 OTT 서비스와의 제휴 관계를 중단했다. 디즈니가 한국 서비스 시작하기 전 자사의 콘텐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웨이브는 5월부터 월정액 영화상품에서 디즈니 콘텐츠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KT의 OTT 시즌도 디즈니 콘텐츠 무료 서비스를 끝냈다. 왓챠도 디즈니 콘텐츠를 뺐다.

    올봄 새로 선임된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매일경제신문 등 국내 주요 언론과의 첫 인터뷰를 통해 한국 진출 계획을 공개했다. 루크 강 사장은 “한국에서 영화보다 드라마를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중적인 미국식 할리우드 콘텐츠가 아니라 각국의 문화를 반영한 로컬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제작한 콘텐츠를 디즈니플러스 내 드라마 카테고리인 ‘스타(Star)’에 태워 해외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디즈니코리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타’는 핵심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는 지난 2월 캐나다와 유럽 등 수십 개국에 공개됐다. 디즈니플러스의 계획들은 넷플릭스의 전략과 비슷하다. 이에 한국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격돌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작사 확보에서도 두 회사의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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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늘리며 반격 나선 토종 OTT

    국내 토종 OTT도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기업들의 막강한 자금력과 비교하면 열세지만 미래 먹거리인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OTT 웨이브는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올 상반기 중 콘텐츠 기획과 개발을 전담하는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했다. 콘텐츠에 조 단위의 투자에 나서는 국내 OTT는 웨이브가 처음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창립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투자전문회사(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웨이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투자회사에 배치될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11번가(커머스)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아마존·애플 등과 손잡고 콘텐츠를 강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1번가는 아마존과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올 하반기 11번가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아마존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을 일부 연계한 형태의 구독형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기에 아마존 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애플의 애플TV플러스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애플은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닥터 브레인>을 올 하반기에 애플TV플러스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닥터 브레인>은 애플TV플러스의 첫 한국어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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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도 콘텐츠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세우고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KT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2023년까지 5000억원 상당을 투입할 계획이다. IP를 1000개 이상, 드라마는 100개가량 제작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T는 올레tv(IPTV)와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시즌(OTT)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거느리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국내 가입자는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1300만 명에 달한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그룹 내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수직계열화할 전망이다. KT스튜디오지니도 증자를 통해 덩치를 키운다. KT의 경우 수뇌부에서 ‘히트작이 나올 때까지 몇 년간 버틸 각오가 돼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오가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의 티빙도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티빙의 최대 강점은 트렌디한 드라마와 예능이 꼽힌다. 올해 약 2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네이버와 멤버십도 내놨다.

    쿠팡도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의 OTT ‘쿠팡플레이’는 월 회비 2900원을 내면 콘텐츠를 공짜로 무제한 볼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다.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축구 스타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OTT전략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처럼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쿠팡 쇼핑 고객을 늘리고 이들을 온라인 공간에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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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누구와 손잡나

    KT·LG유플러스 ‘2파전’ 주목


    또 다른 관심사는 디즈니플러스가 어떤 형태로 한국에 데뷔할지에 쏠려 있다. 넷플릭스처럼 국내 통신사와 손잡고 IPTV를 통해 서비스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디즈니플러스와 통신사가 각사의 플랫폼에서 가입자를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윈윈 모델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디즈니가 어떤 통신사를 파트너로 선정할지다.

    통신 3사 모두 디즈니플러스에 제휴 제안서를 보냈다. 최근 들어선 KT와 LG유플러스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 이후 디즈니와 제휴 가능성에 대해 “많이 멀어진 것 같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디즈니가 웨이브를 경쟁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와 협력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디즈니 측이 내민 제휴 ‘청구서’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KT는 넷플릭스처럼 IPTV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최근 신설한 콘텐츠 법인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기획·제작단계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CJ ENM 티빙의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3년간 콘텐츠 제휴를 맺은 것과 같은 협업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실제 이 제휴에 힘입어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K드라마가 넷플릭스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에 공급되면서 글로벌 인기를 누렸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플러스를 유치해 자사의 키즈 콘텐츠인 ‘아이들 나라’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디즈니와의 협업은 새 사령탑이 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찐팬’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디즈니와) 계속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선 디즈니가 이르면 3분기 서비스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는 해외 처음 진출할 때 통신 사업자 한 곳과 독점 제휴해왔다”며 “KT·LG유플러스와 함께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2위 통신사인 스타허브와 손을 잡았고, 작년 6월 일본에선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 독점 제휴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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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UK 웹사이트
    ▶콘텐츠 풍성해졌지만 요금 ‘변수’

    소비자들이 OTT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국내외 OTT들이 너나없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OTT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집콕족에게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엔 가족·연인이 외식 전후로 영화관에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인터넷TV 등을 켜고 OTT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영화·공연 예매가 줄고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었다. 유튜브 이용률이 가장 높았고, 넷플릭스가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 수는 올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볼거리는 많아졌는데 문제는 비용이다.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은 여러 OTT를 가입하거나 가입·해지를 반복하며 여러 OTT를 돌아다니는 ‘메뚜기 시청자’가 돼야 할 판이다. 이런 가운데 OTT 시장에 요금 인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OTT 서비스를 받기 위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부터 한국에서 ‘30일 무료 체험’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이어 이용료를 인상할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요금제를 7.7% 올려 매달 13.99달러를 받고 있다. 국내 이용료는 현재 월 9500~1만4500원이다. 티빙도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시간 TV채널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도 미국에서 지난 3월 요금을 매달 6.99달러에서 7.99달러로 1달러 인상했다.

    [임영신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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