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은 유전이라던데 ‘유전자검사’ 믿을 만한가요?” 혈액으로 암 검사하는 ‘암유전자검사’ A to Z

    2021년 06월 제 129호

  • 건강검진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정효순 씨(가명, 48세)는 건강검진센터에서 상담을 하며 혈액검사를 통해 암의 위험성을 예측한다는 ‘암유전자검사’라는 항목을 추천받게 됐다. 건강검진 후 암유전자검사를 포함한 검사결과지를 받은 정 씨는 일부 암 발생위험도가 일반인 평균의 2배 이상 높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고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결과인지 의문이 들었다.

    최근 들어 정 씨와 같이 건강검진을 통해 ‘암유전자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암유전자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해 암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해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형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갑상선암, 신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유전적 발병 위험도를 분석한다. 일반인에 비해 암유전자검사를 통해 암 발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맞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암유전자검사가 필요한 사람은 각종 암으로부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기존 암 치료를 받은 후 재발이나 전이 여부에 대한 조기 진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로,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해석하여 암의 위험성을 예측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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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유전자 검사 필요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력이 있어 유전자검사 후 유방암, 난소암에 걸릴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예방 차원에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해 위험도를 낮춰 큰 이슈가 되었다. 췌장암 진단을 받고 사망한 스티븐 잡스 또한 유전자검사를 통해 췌장암 DNA돌연변이가 원인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따르면 암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검사는 ▲유전성 암 감수성을 시사하는 개인 또는 가족 기록이 있는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를 적절히 해석할 수 있는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가 암의 유전적 위험에 있는 환자 또는 가족 구성원의 진단이나 예방을 의학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시행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김혜련 중앙대학교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암 감수성에 대한 유전자검사는 가족 중 어린 나이에 암 진단을 받았거나,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암이 생기거나 특히 가족 중 유방암, 난소암, 대장암, 자궁내막암에 걸린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 선별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검사결과의 적절한 해석이 수반되어야만 환자 또는 가족 구성원의 진단이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암 발생 억제하는 유전자가 손실된

    유전자 변이의 경우 유전자검사 시행


    다른 암 발생 관련 유전자 변이는 암의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암억제유전자)가 손실되는 현상으로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암억제유전자의 이상과 더불어 후천적 추가 손상으로 암 발생을 막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가족성 암증후군 환자들은 여러 종류의 암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인 암억제유전자와 가족성 암증후군은 유전성 유방-난소암 증후군(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APC 유전자), 본히펠린다우 증후군(VHL 유전자)과 다발내분비샘종양(MEN1, RET 유전자) 등이 있다. 암유전자검사의 또 하나의 목적은 암에 걸린 사람의 경우에도 유전적 변이를 확인하고 암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으로 암환자의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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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병원 암센터 다학제암협진클리닉의 혈액종양내과 황인규(가운데)·하주영(오른쪽) 교수


    이러한 유전자 변이를 과거에는 단일 유전자검사(Single Gene Assay)로 검출했으나, 최근에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검사(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를 통해 다중 유전자검사로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한꺼번에 조사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확인되면 맞춤형 암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김혜련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은 30억 개의 염기서열과 약 3만~4만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유전자들이 여러 질병의 진단, 예후, 치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암 하나에도 여러 가지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고 하나의 유전자만으로는 진단, 치료, 예후 예측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여 각 환자 개인별 유전체 분석결과를 의료진이 암의 진단, 치료약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이용하게 되어 정밀의료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폐암의 경우 EGFR, BRAF 돌연변이, ALK, ROS1 및 RET 융합 유전자 등을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개발되고, 해당 항암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유전체 정보 기반의 정밀의료 바이오마커로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약 50여 개 이상의 암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었는데, 모든 암의 발생과 진행은 정상 조직과 달리 암조직에만 나타난 특정 유전자 변이(암유전자)에 의하여 나타난다”며, “암정밀의료는 암조직의 DNA 분석을 통하여 해당 암 환자의 암세포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유전자 변이(드라이버 암유전자)를 찾아내어 이러한 유전자의 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제(표적치료제)를 사용해 매우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GFR 돌연변이 폐암환자에서 2004년 EGFR 억제제(당시 제피티닙)의 발견은 대표적인 드라이버 암유전자와 표적치료제로서 ‘폐암 환자를 위한 개인맞춤-정밀의학’의 첫 출발이 되었다. 2007년 폐암에서 ALK 융합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ALK 억제제 ‘크리조티닙(Crizotinib)’이 승인된 바 있다. 또한 HER2 유전자의 증폭 또는 과발현은 침샘암, 유방암, 위암, 난소암, 자궁암, 자궁경부암, 폐암, 담도암, 췌장암, 직결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확인되며, HER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이들 암종의 1~9%에서 검출되는데 HER2 유전자의 증폭, 혹은 과발현이 있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트라스투주맙(Trastuzumab)’이라는 항체가 개발되어 효능이 입증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정밀의료와 표적 치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암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정확히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의 눈부신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유전자검사 방법의 발전에 의해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유전정보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유전자검사 결과의 해석과 분석이 더욱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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