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셋값 고공행진…하반기 주택시장 여전히 ‘불장’

    2021년 07월 제 130호

  • 어느덧 7월이다. 2021년도 하반기가 왔다. 끊임없이 달려왔던 집값은 올 하반기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오를 만큼 올랐으니 이제 떨어질 때가 왔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통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쪽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인간의 주관을 배제하고 데이터가 내리는 진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소득 대비 집값, 전세금 대비 집값 등 여러 지표를 바라보면 이미 부풀 대로 부푼 집값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본 전문가들은 ‘집값 거품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집값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비싸다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집값이 떨어질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에는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벤트 하나가 발생했다. 지난달 1일부터 집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75%로 올랐다. 1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세율은 40%에서 70%로 올랐다.

    1년 이상 2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에 적용되는 세율은 기본세율(6~45%)에서 60%로 점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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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은 무려 75%까지 치솟았다.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20%포인트를, 3주택자는 30%포인트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제 등을 고려해 일부 빼주는 부분은 있지만 단순 계산할 때 집을 팔고 발생한 시세 차익의 4분의 3을 정부가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주택자 중 팔 사람은 이미 팔고 증여할 사람은 이미 서둘러 증여한 분위기다. 불붙은 집값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국부동산원이 6월 17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6월 둘째 주(14일 기준) 0.12% 올라 전주(0.11%)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로 상승한 것이다. 최근 5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이어지는 흐름이다.

    정부의 강경 규제와 양도세 강화 등 채찍이 매물을 감소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드문드문 나오는 신고가 열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부동산원은 “전체적으로 매물이 감소했지만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과 재건축 단지의 신고가 거래 영향 등으로 아파트값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안 오른 서울 아파트가 없는 지경이다. 낡은 아파트가 몰린 노원구가 0.25% 올라 10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중계·공릉동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점프해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 3구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졌다. 서초구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0.18% 오른 데 이어 이번 주 0.19%로 상승 폭을 키웠다. 강남구(0.16%→0.15%)와 송파구(0.16%→0.16%)도 상승률이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값도 0.31%에서 0.34%로 상승 폭을 키웠다. 경기는 0.39%에서 0.43%로, 인천은 0.46%에서 0.49%로 각각 상승 폭이 커졌다. 경기는 안양 동안구(0.99%), 시흥시(0.95%), 안산 단원구(0.91%), 용인 처인구(0.55%) 등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인천은 부평구(0.59%)와 연수구(0.53%)의 강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셋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전셋값이 더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 ‘갭’이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더 낮은 초기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상승하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2년 동안 단 한 주도 내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왔다. 같은 날 기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무려 102주 동안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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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분양 나와야 시장도 안정

    중간에 한 번 전셋값을 잡을 찬스가 있긴 했다. 2019년 12월 주간 기준으로 0.23%까지 올랐던 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초부터 상승 폭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2∼5월 기준으로 보면 상승률이 0.05∼0.01% 수준으로 미미해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을 모르고 쏟아낸 각종 법안과 규제가 결국 전세시장을 밀어 올렸다. 지난해 6·17 대책에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이 들어가자 매물이 확 줄었다. 세를 주던 집주인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집을 비워놓거나 자식을 들여보내는 식으로 매물을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정타는 지난해 7월 도입한 임대차법 시행이었다. 전세 품귀가 심화하고 전셋값이 급등했다. 법 시행 이후 지난해 7∼12월 서울 전셋값은 최소 0.08%에서 최대 0.17% 수준으로 매주 크게 올랐다.

    이런 식으로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8.17% 올랐다. 2년은 통상 전세 계약 기간이다.

    지역별로는 서초구가 13.12% 올라 가장 많이 상승했다. 강남구(12.87%)와 송파구(11.38%)가 그 뒤를 이었다. ‘강남 3구’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작구(10.51%), 마포구(9.34%), 성동구(8.90%) 등 아파트 밀집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도 가팔랐다. 시장에는 다양한 아파트가 있기 때문에 개별 단지로 보면 2년간 수십 퍼센트 이상 전셋값이 오른 단지가 속출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이주 수요로 전세를 구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당 단지가 있는 서초구는 물론 인근 강남 동작 강동구까지 수요가 옮겨가는 분위기다.

    경기도 하남시 미사신도시에서 일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이주비만 13억원을 받았다는 반포 재건축 조합원이 미사신도시에 있는 전셋집을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송파구(0.15%), 강동구(0.14%) 강북구(0.13%) 노원구(0.10%) 중랑구(0.09%) 성동구(0.08%) 등 서울 전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0.17%에서 0.18%로 오름폭을 키웠고 인천은 0.36%에서 0.35%로 오름폭을 소폭 줄였으나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경기는 시흥시(0.54%), 동두천시(0.48%), 평택시(0.43%), 안산 단원구(0.37%) 등이, 인천은 연수구(0.59%), 계양구(0.47%), 부평구(0.40%) 등 수치가 높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집값은 언제 떨어질 수 있을까. 이와 관련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의 진단은 명확하다. “시장에 미분양이 넘쳐야 떨어진다. 지금 서로 새 아파트 청약 받겠다고 줄 서 있는데 집값이 어떻게 떨어질 수 있겠는가.”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울 반포자이도 분양 당시는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강남에 있는 새 아파트라고 항상 곧바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반포자이가 미분양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 수도권 청약시장은 너무나 치열하다.

    삼성물산이 6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내놓은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무려 161.2 대 1을 찍었다. 단 2가구만 나왔던 전용면적 46㎡짜리 경쟁률은 무려 1873.5 대 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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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크게 저렴해 ‘강남의 로또 아파트’로 알려진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이 단지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저렴해 ‘10억 로또’라고 불리는 아파트다. 전용면적별로 ▲46㎡A 1873.5 대 1(2가구 모집에 3747명 신청) ▲59㎡A 124.9 대 1(112가구 모집·1만3989명 신청) ▲59㎡B 79.6 대 1(85가구 모집·6768명 신청) ▲74㎡A 537.6 대 1(8가구 모집·4301명 신청) ▲74㎡B 471.3 대 1(6가구 모집·2828명 신청) ▲74㎡C 407.5 대 1(11가구 모집·4483명 신청)로 인파가 몰리지 않은 평형이 없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첫 적용 단지지만 일반분양 가격은 3.3㎡당 평균 5653만원으로 역대 최고다. 그런데도 주변 단지 전셋값 정도밖에는 안 된다. 전용 59㎡의 최고 분양가는 14억2500만원이다. 인근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의 같은 면적 전셋값은 15억원대다.

    같은 시기 대구시는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 건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미분양 물량이 나오는 데다 매매가 상승 폭 둔화 등 조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 사이 대구 민간분양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5 대 1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9 대 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당첨가점 커트라인 평균은 23점이었다. 지난해 31점 또 2019년 39점에서 훨씬 떨어진 수치다. 이 정도 가점이라면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청약을 넣으면 큰 어려움 없이 당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분양도 시나브로 쌓이고 있다. 지난 4월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897채다. 3월 153호 대비 크게 급증했다. 2019년 12월 1790호 이후 최대치다. 이후 분양한 아파트에서도 대규모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 700가구가 넘은 한 아파트는 무순위 청약에서도 500가구 넘게 팔리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공급 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대구 시장에 나온 아파트만 12만 채에 달한다. 대구 전체 주택 수는 약 100만 채로 추산된다. 전체 집의 10%넘는 신규 물량이 나오자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든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 1개월간 대구 아파트 중위 가격은 27.8%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중위 아파트 상승률 64.6%, 전국 중위 아파트 상승률 58.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같은 논리를 서울에 적용하면 서울 역시 공급 폭탄이 떨어지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다만 집을 짓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빵을 찍어내듯 아파트를 만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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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공급 폭탄→시장 안정 사례 보면

    재건축 빨리 풀고 공급 확대 시그널 줘야


    하지만 규제완화로 조금만 기다리면 집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꽤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려면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고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주변 시세가 오를 수 있지만 물량이 많아지면 청약을 통해 새 집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지며 매매시세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벌어진 사태가 수도권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는 여전히 재건축 규제를 꽉꽉 막혀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문제다.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새 아파트를 지금 잡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초조함’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강동구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고덕주공 9단지가 2차 안전진단 벽을 넘지 못한 사례까지 나오면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변화된 정부의 안전진단 패러다임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지는 1차 안전진단은 통과했지만 2차 안전진단에서 물을 먹었다.

    현 정부는 안전진단 항목 중 구조안전성을 대폭 강화했다. 붕괴 위험성이 없는 이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 안전진단 주체인 국토안전관리원은 강동구청에 고덕주공 9단지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 결과 62.70점(C등급)으로 ‘유지보수’ 판정을 통보했다. 지난해 말 고덕주공 9단지가 1차 안전진단으로 받아든 결과(51.29점·D등급)보다 10점 넘게 점수가 올랐다.

    똑같이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각각 1차와 2차 안전진단을 비슷한 시기 수행했는데 단기간 점수가 10점이나 점프한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00점 만점으로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D등급(31~55점)은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안전진단에서 물을 먹고 재건축 단계가 멈추는 단지가 곳곳에서 나온다. 목동 9단지와 11단지 모두 1차 안전진단을 넘겼으나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C등급을 받고 재건축 진행을 멈췄다. 심지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는 1차를 통과하고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이런 식의 기준이라면 돈을 내고 안전진단을 신청해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 구역의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이 대폭 앞당겨지면서 시장은 혼돈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시·도지사가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재개발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했다면 이후 주택을 매입해도 조합원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있는데,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이 시기를 훨씬 앞당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 때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오 시장이 이 내용을 제안한 이유는 서울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을 전방위로 빨리 통과시키는 대신 투기세력을 막겠다는 명분이었는데, 안전진단 완화는 기약이 없어지면서 결국 채찍과 당근 중 채찍만 남은 셈이 됐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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