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 ‘비즈니스 신세계’] 315조원 시장 선점할 디지털 전쟁터 ‘메타버스’… ‘로블록스·제페토·포트나이트’ 플랫폼 경쟁 ‘후끈’

    2021년 07월 제 130호

  • #메타버스(가상세계) 플랫폼인 로블록스에서 구찌가 내놓은 디지털 전용 가방이 400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됐다. 한정판 구찌 상품을 사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인데 메타버스에서도 명품에 대한 ‘리셀(Resell)’ 열풍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로블록스에서 한정판으로 내놓은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이 35만로벅스(로블록스에만 통용되는 화폐)에 팔렸다. 이는 약 4115달러(약 465만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구찌의 시그니처인 여왕벌 문양이 크게 박혀 있는 이 디오니소스 백은 오직 가상세계에만 있는 가방으로 현실세계에서 착용할 수도, 만질 수조차 없다.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가방은 지난달 로블록스 게임 내 마련된 가상현실 ‘구찌가든’에서 처음 판매됐다. 당시 가격은 475로벅스, 약 5.5달러였다. 하지만 이를 산 구매자들이 로블록스 앱스토어 내에서 재판매하자 훨씬 비싸게 팔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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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다.

    메타버스(Metaverse)란 웹상에서 가상의 인물, 즉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하는 세계관을 뜻한다. 가상세상인 만큼 가상인물이, 가상통화를 이용해, 가상의 집에서 생활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등 모든 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현실세계 모임과 같은 다양한 교류활동이나 공간이 가상세계로 옮겨가고, 가상세계에서 이뤄진 경제활동이 현실에서 수익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메타버스와 현실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공간감과 현실감이다. 메터버스 안에서는 학교, 레스토랑, 영화관 등 실제세계에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예를 들어 가상공간에서는 유명 아이돌의 팬 사인회도 열려 그룹 멤버(아바타)에게 직접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흐름 속에 마케팅, 교육,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 명에 이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블록스다. 로블록스 안에서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움직여 게임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개발한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경우도 흔하다. 5000만 개가 넘는 게임이 올라와 있고 거래는 가상화폐로 이뤄진다. 현실 주식시장에서도 로블록스는 이용자와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지난 3월 뉴욕 증시 상장 이후 기준가 45달러였던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라 시가총액이 6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10대들 사이에선 로블록스 이용시간이 유튜브의 2배 이상일 정도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모습은 두드러진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Z가 만든 ‘제페토(ZEPETO)’도 전 세계 이용자가 2억 명을 넘어선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가입자 중 90%가량이 국외 이용자로, 연령별로는 10대 이용자가 8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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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교육·팬 사인회도… 메타버스 마케팅 활짝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자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관련투자와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브랜드 프로모션에도 메타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구찌, 루이비통, 나이키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회사, LG전자와 디즈니까지 자신의 지적재산권(IP)으로 메타버스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양상이다.

    실제 제페토에는 구찌, 나이키, 컨버스 등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이들 의상은 제페토 내 유료화폐인 ‘젬(Zem)’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인공지능이 얼굴을 인식해 만든 아바타에 원하는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 등을 입히고, 다른 친구 아바타와 소통하게 된다. 구찌 최신상 컬렉션을 입고, 피렌체의 ‘구찌 빌라’를 거니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대중문화와 콘텐츠산업 분야는 메타버스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영역으로 꼽힌다. 동시에 다수의 인원이 제약 없이 모여 교감하면서 팬덤의 결속력을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나 팬 사인회 등 오프라인 위주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공간에서 인원 제한 없이 마케팅까지 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큰 셈이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개발한 국내 기업들은 사내 활동을 메타버스에 녹이고 있다. 올해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회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대신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제페토에 마련된 가상 사옥을 둘러보고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진 임무과제도 수행하는 등 10일 동안의 신입 연수기간을 전부 메타버스 안에서 보냈다. 연수 후 이어진 재택근무 역시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메신저나 커뮤니케이션 앱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이뤄진다. SK텔레콤은 최근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최대 120명이 한 회의장에 모일 수 있는 메타버스 회의 플랫폼 ‘점프버추얼밋업’으로 진행했다. 회사 측 직원은 물론이고 취업준비생들도 아바타로 만나 채용에 관한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았다.

    블록체인도 메타버스의 주요 활용기술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신뢰성·안정성이 보장된 디지털 통화가 메타버스 플랫폼 안팎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플랫폼이 더욱 안정화되고 디지털 화폐 인프라가 갖춰지면 사용자가 창의성을 발휘해 유의미한 콘텐츠나 재화를 생산하고 플랫폼 안팎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애초 게임과 소통 위주였던 메타버스는 소비와 생산이 선순환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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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년 1조5000억원대 시장 전망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60억달러에서 2025년엔 2800억달러로 6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로블록스 사례처럼 수백만원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제페토 안에서 구찌, 나이키, 퓨마 등의 제품이 500~4000원대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꺼이 상품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주용완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본부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역 MZ세대 분석 및 제언> 보고서에서 “소비 자체를 일종의 게임처럼 열광하면서 즐기는 것은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부캐 모델이 광고하는 제품을 사거나 메타버스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오락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 관련 시장의 규모는 지금까지보다 향후 10년 내에 더 급속히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전망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에 이르면 최대 1조5429억달러(약 174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5G 이동통신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메타버스를 체험하는 데 필요한 VR·AR 기기 등의 가격도 낮아지는 추세다.

    우운택 KAIST 교수(문화기술대학원장)는 “1년 새 140만 대가 팔린 가상현실(VR) 웨어러블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의 보급 속도가 2007년 스마트폰 보급 속도 못지않게 빠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흔히 15년 단위로 핵심 플랫폼이 바뀐다고 하는데 1990년 초반이 데스크톱, 2000년대 중반이 스마트폰 열풍이었다면 이제는 메타버스 디바이스 시대가 시작되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메타버스의 잠재적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에서도 나섰다.

    정부는 세계적 수준인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한 차세대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낙점하고 관련 부처 간 논의를 시작했다.

    메타버스 정부는 민원 관리와 공공서비스 혁신 분야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관이나 도서관, 미술관, 국립대학, 공공의료 같은 공공인프라 서비스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전환해 더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추후에 메타버스 정부가 제대로 구현될 경우 서울과 세종, 과천 집무실에 있는 장관들이 하나의 가상공간에 모여 국무회의를 하고, 청문회와 국정감사에 아바타로 출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물론 문제점과 한계도 지적된다. 당장 국내의 상황만 봐도 산업 측면에서는 기술 전문성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이용자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지점에서도 우려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게임에서 구현한 도시 속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메타버스 내에서 아이템 제작과 판매, 투자 등이 현실세계에서 법적인 문제로 비화할 소지마저 우려된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현실세계의 실재감을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기술이 등장한다면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현실과 가상세계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려도 될지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블록스 vs 제페토

    네이버의 2억 명 제페토, 원조 로블록스에 도전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는 미국 로블록스와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가 있다.

    2014년 설립돼 메타버스 플랫폼의 선구자 격인 로블록스는 전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이 직접 아바타가 돼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플랫폼이다. 월간 사용자 수가 1억5000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16세 미만 청소년이라는 통계도 있다. 로블록스의 아바타는 레고 모양이다.

    로블록스의 경쟁력은 독특한 운영방식에 있다.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올리면 다른 사용자들이 해보고 재미가 있으면 친구들을 불러들여 같이 즐긴다. 게임이 소문을 타 이용자가 늘어나면 아이템 판매로 돈을 번다. 게임 개발자와 게임 내 아바타를 개발하는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배분한다. 로블록스는 게임 제작 도구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게임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

    로블록스 플랫폼을 활용해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 가령 이 플랫폼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영상회의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쇼핑몰이 입점돼 제품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게임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로벅스·Robux)로 거래도 가능하다. 게임 내 아이템과 유료 게임 입장권 등 모든 거래는 로벅스로 이뤄진다. 코인 하나당 0.0035달러로 환전 가능하며, 이것이 회사 매출의 원천이다. 게임에서 사용된 로벅스는 수수료를 떼고 게임 개발자의 수입이 된다.

    또한 로블록스의 강점은 ‘로블록스 클라우드’다. 게임 서버를 완전히 클라우드화해 수백만 명의 동시 접속자로부터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로블록스는 강한 중독성(?)도 자랑한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10대들은 매일 156분간 로블록스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유튜브(54분)와 인스타그램(35분)을 크게 밀어내는 수준이다.

    물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로블록스 이용자 중 10대가 절대다수여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가 설립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점 또한 불안요인이다. 로블록스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2억6610만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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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는 메타버스 세계의 대표적인 놀이터다. 2018년 출시 이후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기준 가입자 수만 2억 명을 돌파했다. 레고 모양의 아바타를 고르는 로블록스와 달리 제페토는 AR 기술을 활용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제페토 세상’에서는 아바타들끼리 친구를 맺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특히 제페토의 가상세계인 ‘제페토 월드’는 현실세계를 가상세계로 옮겨온 느낌을 준다. 제페토 월드에서는 실제 세계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 대해 ‘이용자와 함께 만드는 세상’이라는 개념을 강조해왔다. 이에 이용자가 제페토 맵과 아이템을 만들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작년 4월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가운데 80% 이상이 이용자가 제페토 스튜디오를 활용해 직접 만든 것이다. 제페토 스튜디오 이용자는 이미 70만 명을 넘어섰고, 제출된 아이템 수는 200만 개에 달한다. 이용자가 제작한 아이템도 2500만 개 이상 팔렸다. 제페토 내 가상화폐인 ‘코인’과 ‘젬’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제페토는 올해 하반기 이용자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공간인 맵(Map)과 의상 등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창작 지원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8년 출시 후 2억 명 이상의 글로벌 이용자를 사로잡은 제페토는 그간 다양한 테마의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들이 만나 소통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이제는 이용자 참여 기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제페토에 창작물을 올리고 돈도 버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를 아바타를 가지고 노는 게임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수익이 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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