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덜트 열풍에 디지털 확장 ‘레고 전성시대’ “상상력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2021년 07월 제 130호

  • 올드카 느낌을 물씬 풍기는 포르쉐911 피규어, 앤디 워홀의 <매릴린 먼로>를 재현한 액자, AR 기술을 결합해 나만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카세트 플레이어 모양의 붐박스. 레고로 완성한 작품들과 함께 앉아있는 훤칠한 중년남성은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47)다. 그는 “레고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긴장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창의성을 길러주는 최고의 놀이문화”라고 강조한다.

    1932년 설립 이래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브릭(Brick)을 통해 세계적 완구 시장 선도업체로 성장한 레고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난감으로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한한 확장가능성과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배양한다는 레고의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인들의 팬덤을 키워가고 있다.

    BTS에게 아미(Army)가 있다면 레고에게는 ‘AFOL(Adult Fan of Lego)’이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레고의 성인 팬(AFOL)은 100만 명에 달하고, 이들이 연간 판매량의 20% 정도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인 레고 팬은 자발적으로 모여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아이디어도 공유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기 시작해 이제는 국제적인 컨벤션 행사로 자리 잡았다.

    레고 역시 이들에게 화답하듯 다양한 성인을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타워브리지 같은 건축물 레고부터 할리 데이비드슨의 모터사이클 레고, 람보르기니·포르쉐의 슈퍼카 레고까지 판매하며 키덜트(Kidult·아이 같은 어른)족의 눈길을 잡았다. 실제 레고그룹은 어린이 고객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을 타깃으로 삼는다. 어린이를 위한 완구라는 본업에 집중하되 고객층을 성인으로 넓히는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레고의 사업 확장은 교육과 디지털 영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레고를 통해 코딩, AI, 로봇 등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레고 에듀케이션이나 올해 3월 AR 기술을 접목해 음악과 놀이를 결합한 ‘레고 비디요’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레고와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전용 앱을 통해 SNS 공유가 가능하다.

    다양한 확장전략을 바탕으로 레고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그룹 매출은 약 7조9800억원(437억덴마크크로네)으로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레고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은 15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경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가장 한국적인 한옥레스토랑 미쉬매쉬에서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를 만나 레고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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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
    마이클 에베센 레고코리아 대표

    1973년생 덴마크인으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을 졸업했다. 2000년 레고그룹 글로벌 전략개발컨설턴트로 입사해 레고 폴란드 지사장, 러시아 및 중유럽 지역 수석 마케팅 디렉터, 아태지역 본부 사업전략 총괄 등을 거쳐 2017년 6월부터 레고코리아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레고 입사 21주년, 레고코리아 대표로 부임하신 지 어느덧 4주년이 되셨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특징과 성과는 어떠한가요?

    ▷한국 시장은 굉장히 트렌드에 민감하고 ‘쿨’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AR를 접목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레고 비디요와 레고 슈퍼 마리오 등 신제품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빨리 적응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레고를 즐기는 사람들과 연령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조사를 한 결과 아이들이과 어른들 모두 레고를 통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보다 많은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상상력을 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한국 시장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람보르기니, 포르쉐, 마블 작품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레고의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레고의 인기와 더불어 중국을 포함해 다양한 국가에서 오랜 기간 짝퉁제품이 성행하고 있는데 레고는 오히려 브릭의 표준사이즈를 공개했습니다. 테슬라가 자사의 기술을 공개해 업계를 성장시키는 것과 같은 전략으로 보이는데?

    ▷경쟁자는 늘 많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레고도 더욱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다만 레고를 모방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레고의 기술력과 안정성까지 함께 따라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모방품들은 브릭의 결합력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짝퉁제품인지 모른 채 저희에게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웃음) 또한 레고는 아이들의 입에 닿을 수 있는 특성상 안정성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쟁사도 그렇게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4차 산업 인재의 핵심 역량은 창의성

    성인도 스트레스 줄이고 상상력 길러야


    ▶덴마크는 레고를 통한 아이의 학습, 일명 놀이 학습(Playful Learning) 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고 최근 대학들과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덴마크 교육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놀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덴마크는 실제로 2018년 아이들 학습을 ‘놀이’에 바탕을 두도록 보육법(Dagtilbudslov)을 개정해 레고 재단(LEGO Foundation)은 2019년부터 덴마크 직업 대학들과 5년 연구 프로젝트 일환으로 ‘놀이 학습(Playful Learning)’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 중입니다. 이 외에도 레고는 모든 아이들은 평등하다는 철학을 통해 점자 브릭, 자폐 아동을 위한 레고 놀이 프로그램 등 레고를 통해 교육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고 에듀케이션은 특히 최근 한국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AI, 코딩, SW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성장하고 배운다는 본질은 동일합니다. 레고를 통해 협동하고 친구들, 부모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브릭의 조립 방식에 따라 무한대로 확장 가능한 창의성의 기본 원리를 활용해 교육의 영역으로 확장을 하는 것입니다. 몇몇 커리큘럼을 통해 레고의 무한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춘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학습적인 효과를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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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덜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 레고를 즐기는 연령대라고 하면 이제 가늠을 할 수 없는데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레고 연령이 있을까요?

    ▷레고는 영유아부터 평생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입니다. 한때 권장 연령을 99세까지로 표기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그 마저도 표기하지 않고 몇 세 이상(+)으로만 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부모들이 스스로도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레고코리아는 이러한 어른들을 설득하고 아이들과의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현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표님 스스로도 레고를 즐기시는 마니아로 알려졌는데 최근 작품은 무엇인지요?

    ▷최근에 콜로세움을 완성했습니다. 약 1만 개의 피스로 구성된 제품인데 몇 달간 즐겁게 하면서 보낸 것 같습니다.

    ▶레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입니다. 브랜드 선정 원칙과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어린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어린이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브랜드와는 협업하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레고와 창의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브랜드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글로벌 리서치 업체에서 조사한 기업의 평판조사에서 레고가 롤렉스 등을 제치고 기업평판 1위를 기록했는데, 어떠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시나요?

    ▷레고 팬으로서 40년 넘게 경험한 레고는 항상 새로운 대상이자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자라날 어린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만들려는 레고그룹의 노력도 주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레고는 환경, 다양성과 포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레고랜드를 기다리는 마니아들이 많습니다. 레고코리아에서 직접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오픈 예정시기와 레고랜드를 즐기는 팁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시기는 늦어도 내년까지는 문을 열 것이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저 스스로도 레고랜드 근처에 살아서 자주 방문했는데 항상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 생기는 레고랜드 역시 산과 섬이 어우러져 놀라운 풍광은 물론 한국의 각 지역을 레고로 재현해 낸 점이 인상적인 포인트입니다. 한국 팬들은 물론 어린아이들 학부모들 그리고 레고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법 같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레고를 통해 파생된 산업도 많고 자체적으로 여러 사업 영역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특히 주력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무엇일까요?

    ▷놀이의 한계를 없애기 위해 물리적 놀이와 디지털 놀이의 결합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3월 레고, 음악, 증강현실(AR), SNS를 결합한 ‘레고 비디요’를 론칭했습니다. 탄생 배경은 레고그룹이 한국 포함 전 세계 18개국 부모와 아이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플레이 웰 리포트(Play Well Report)’ 설문조사 결과 어린이의 87%가 음악이 기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부모의 89%는 음악이 창의력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조사결과에서 시작됐습니다. 유니버설뮤직그룹(Universal Music Group)과 협업을 통해 선보인 증강현실(AR) 뮤직비디오메이커 콘셉트의 신개념 레고입니다. 레고와 음악, SNS의 결합을 통해 실제 레고 세트와 전용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나만의 AR 레고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전 세계 이용자들과 공유 가능합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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