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必환경시대, 뜨는 제로 웨이스트

    2021년 08월 제 131호

  • # 재택근무하는 날이 늘면서 자연스레 배달음식으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는 날도 늘었습니다. 1인 가구라 그런지 끼니 챙길 때면 휴대폰에 먼저 손이 가더군요. 하루는 큰 맘 먹고 족발세트를 시켰는데, 배달된 음식을 펼쳐놓고 보니 족발, 막국수, 야채, 김치, 마늘, 쌈장, 장아찌 등등 크기가 서로 다른 플라스틱 포장 용기가 9개나 있더라고요. 평소 출근할 때면 회사 앞 커피숍에서 개인 텀블러로 주문하곤 했는데 경악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제로 웨이스트가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은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어떻게 쓰레기를 줄였는지 사진으로 공유하는 거죠. 이긴 횟수만큼 언제가 될지 모를 모임에서 회비를 제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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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의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김은임 씨(28·가명)는 요즘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푹 빠졌다. 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도 목표지만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첫 걸음이자 작은 보탬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홍수, 지진, 큰 비 소식이 들려오잖아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쓰레기를 줄이는 게 후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믿고 있어요.”

    비단 김 씨뿐만 아니라 최근 MZ세대가 이끌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일상에서 사용되는 자원과 제품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사회운동이다. 1990년 후반에 첫 등장한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엔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개념이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정책적으로 이 개념을 적용하며 친환경 도시로의 전환을 이끌기도 했다. 이 도시에 살던 비 존슨(Bea Johnson)이 2008년부터 아예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고, 이러한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관심을 끌었다. 그녀는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5가지 R단계(표 참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Zero waste? Less waste!”라며 포기하기 힘든 습관은 그냥 놔두자고 주장한다. 일례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옷과 액세서리를 포기할 필요가 없고, 대신 주방이나 창고처럼 비우기 쉬운 곳부터 정리하자는 의미다. 접근하기 쉬운 곳부터 정리하기 시작하면 제로 웨이스트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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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 내 챌린지, MZ세대에 확산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MZ세대의 주된 관심사인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세를 불리고 있다. 올 초 자유기업원이 전국 대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환경보호와 친환경,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대학생 60.9%가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80.3%는 ‘주식 거래를 할 때도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젠 환경에 관심을 갖는 친환경을 뛰어넘어 ‘必환경’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MZ세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 중 하나는 ‘#용기 내 챌린지’다. ‘용기(勇氣)를 갖자’는 의미가 아니다. ‘용기(容器)를 내밀자’는 의미다. 지난해 4월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와 홍보대사인 배우 류준열이 캠페인을 진행한 이후 이 해시태그가 MZ세대에게 번지기 시작했다. 직접 밀폐용기를 들고 가 음식을 포장해오는 모습이나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는 모습을 인증해 SNS에서 공유하는 건 이제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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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필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는 이른바 ‘제로 웨이스트 숍’도 등장했다.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하려면 소비자가 직접 장바구니나 밀폐용기를 챙겨 와야 한다. 말 그대로 ‘알맹이만 사갈 수 있는 가게’다. 올 들어 100여 곳 이상이 성업 중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어떤 친환경 가게가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역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이 공개한 ‘우리동네 친환경 지도’로 확인할 수도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진행한 캠페인에서 이용자들의 참여로 모인 친환경 가게 정보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 동네 친환경 가게를 소개하는 캠페인 댓글 이벤트에 5165개에 달하는 댓글 참여가 이뤄졌고, 이 중 일부 중복 매장을 제외한 3816곳의 가게가 친환경 지도에 등록됐다. 가게 위치와 상호명 등 기본 정보부터 친환경 포장재를 쓰거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가게,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가게 등 환경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고 실제 방문 후기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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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 겨냥한 기업들의 친환경 경쟁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제로 웨이스트 이슈에 기업들의 움직임도 잰걸음이다. 특히 올 들어 ‘ESG 책임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必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재무적인 매출과 이익이 중요했다면 현재는 비재무적인 요소인 E(Environmental·환경) S(Social·사회공헌) G(Governance·지배구조개선)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업 경영의 척도로 자리했다. 친환경적인 변화에 다양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12개 계열사와 함께 39개 국내외 사업장의 임직원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렇게 수거한 휴대폰은 파쇄와 제련 공정을 거쳐 금·은·동 등 주요 자원은 회수하고, 회수한 물질의 매각 수익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 러시아 등 해외 사업장에서도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LG그룹은 올해로 15년째 세계 최대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인 ‘어스아워(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실시)’에 동참했다. 비영리 자연보호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으로 1시간 동안 소등에 참여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에너지 절약과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캠페인이다.

    SK그룹은 올 초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이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발족했다. SK그룹은 향후 정부의 방침에 맞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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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커피 코리아가 7월 6일부터 제주 지역 4개 매장에서 ‘일회용컵 없는 매장’ 운영을 시작한다. 사진은 스타벅스 매장 내에 비치된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
    ▶유통·패션·뷰티 업계도 친환경 경쟁

    MZ세대가 애용하는 브랜드와 기업들도 각각 친환경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용기 사용이 많은 배달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국내 대표 배달 앱 3사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일회용 식기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공동 진행했다. 3사는 6월부터 기존 포장·주문 시에 제공하던 일회용 식기류를 별도 요청 시에만 제공하도록 앱 설정을 변경했다. 일회용 식기가 필요한 고객들은 반드시 앱 내 주문 요청사항에서 ‘일회용 수저, 포크 요청’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6월 1일부터 21일까지 이 기능을 선택한 주문 비중이 73%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달보다 58%나 올라간 수치다. 요기요 역시 6월에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을 선택한 주문 비중이 47%나 올랐다.

    유통업계도 일회용품, 포장재 등을 줄이기 위한 생활 속 실천을 장려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7월 6일부터 제주 지역 4개 매장에서 ‘일회용 컵 없는 매장’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고객은 시범 매장으로 선정된 제주서해안로DT점, 제주애월DT점, 제주칠성점, 제주협재점에서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리유저블 컵(다회용 컵)을 이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다음달 5일까지 해당 시범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리유저블 컵당 별 2개를 추가로 적립해 고객들이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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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컬리는 지난 5월에 선보인 재사용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의 베타 서비스(화이트 등급 이상)를 종료하고 최근 정식 서비스를 오픈, 이용 대상을 전 고객 등급으로 확대했다. 이번 컬리 퍼플 박스 서비스는 고객이 주문 후 문앞에 컬리 퍼플 박스(또는 개인 보냉 박스)를 놓아두면 배송 매니저가 해당 포장재에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넣는 환경친화적인 배송 방식이다. 프리미엄 피자 브랜드 한국파파존스는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피자를 주문할 때 요청사항에 ‘주문 시 일회용품 제외’ 체크 박스를 클릭할 수 있게 했다. 피자 박스도 천연 펄프와 재생 용지를 활용해 제작하고 식물성 소재인 콩기름 잉크로 인쇄해 보다 쉽게 박스 재활용에 나설 수 있도록 고안했다.

    패션업계에서는 MZ세대의 가치소비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행보를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친환경 상품 출시 원년을 선언하고 버려진 어망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LF도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세라미카 소재의 정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섬은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Up-cycling)해 친환경적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있다. 폐기될 재고 의류를 폐의류 재활용업체가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비와이엔(BYN)블랙야크, K2코리아를 비롯한 아웃도어 업체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폐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재생 섬유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 미국 뉴욕의 젊은 아티스트 커티스 쿨릭과 협업한 ‘러브 바이 커티스쿨릭’을 단독 출시했다. 제품에는 70% 이상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천연소재와 자투리 원단을 사용했다.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해 전 상품에 180일 내 100% 자연 분해되는 썩는 비닐 포장재를 사용했다. ‘러브 바이 커티스쿨릭’이란 브랜드 자체가 친환경을 통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7월에 총 16종의 의류를 선보였고 2차 컬렉션은 오는 8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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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MZ세대의 사랑을 받은 화장품 브랜드 ‘시타’.


    뷰티업계에선 최근 ‘시타’라는 화장품 브랜드가 MZ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기존 플라스틱 튜브를 모두 친환경 소재로 바꾸겠다며 전 제품을 2900원에 판매한 것이다. 파격적인 가격이기도 했지만 2900원이란 가격을 책정한 기준이 환경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최소금액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SNS를 통한 릴레이 구매 인증이 이어졌다. 수익금 전액을 해양환경 정화 단체 ‘오션’의 후원금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힌 점도 MZ세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엔 무작정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보다 브랜드가 가진 콘텐츠에 주목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특히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의 소통방식인 SNS를 통한 입소문이 무시할 수 없는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며, 각 브랜드마다 이슈가 되는 트렌드를 접목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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