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토콜 경제] Part Ⅱ 해외는 어떻게 | 차량 공유하고 온라인에 글 쓰면 코인 ‘차곡차곡’

    2021년 08월 제 131호

  • #이스라엘에 사업차 방문한 A씨는 호텔로 가기 위해 차량 공유 서비스 ‘라주즈’를 이용하기로 했다. 서비스를 신청하자 그를 태우러 온 현지인 B씨가 바로 도착했다. A씨가 차에서 내리자 B씨의 스마트폰에는 라주즈 앱의 알람이 떴다. 라주즈에서 사용되는 ‘주즈토큰’이 입금됐다는 문자다. B씨는 이렇게 받은 주즈토큰을 이더리움으로 바꾼 뒤 유유히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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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비앤비는 특별 ‘호스트 자문위원회’를 구성 하고 비의결주식 920만 주를 ‘숙박공유 호스트 기부펀드(Host Endowment Fund)’에 기부했다.


    이스라엘 차량공유 서비스 라주즈의 가상 이용 사례다. 얼핏 보면 우버 등 기존의 차량공유 서비스하고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공유가 가능한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내 위치와 목적지를 알리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우버와 달리 서비스 이용자들과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라주즈가 수수료를 떼어가지는 않는다. 대신 라주즈는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 시 암호화폐 ‘주즈(Zooz)’라는 토큰으로 결제가 이뤄지게 한다.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있다. 기존 차량공유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 회사가 모든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요청을 받는지 등의 데이터를 지켜보고 관리한다. 자동차 제공자들이 받을 요금도 이들이 결정한다.

    하지만 라주즈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다. 별도 플랫폼 운영 없이 이용자와 기사를 실시간으로 연결시켜 손님정보, 결제 등을 돕는다. 거래 장부가 분산돼 있어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구도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플랫폼 운영이 없으니 수수료도 없다. 안전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별도의 수수료 없이 영업할 수 있다. 대신 라주즈 서비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암호화폐 가치가 상승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이용할 수도 있는 진짜 ‘프로슈머(Prosumer·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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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버 주식을 드라이버에게 준다?

    플랫폼 경제가 만들어낸 폐쇄적인 구조 탓에 참여 소수의 플랫폼 운영자에게만 부가 집중된다는 비판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프로토콜을 통해 이용자들과 플랫폼 운영자가 이익을 공유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앞서 라주즈의 사례처럼 프로토콜 경제에 딱 맞는 사례는 찾기가 힘들지만 유사한 움직임은 적지 않다.

    차량 공유 서비스 플랫폼 우버는 소속 운전기사들에 대한 수익 창출 기여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개선 의사를 밝혔다. 우버 기사들은 1년 보상금 중 15%를 우버 주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기업 성장에 기여한 대가를 운전기사가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한 조치다.

    에어비앤비는 IPO 과정에서 숙박공유 호스트를 위해 비의결주식 920만 주를 ‘숙박공유 호스트 기부펀드(Host Endowment Fund)’에 기부했다. 에어비앤비는 IPO 계획서를 통해 “우리는 호스트들이 우리 성공을 나누기(Share)를 원한다. 일회성이 아닌, 에어비앤비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나누길 원한다”라고 펀드 기부 목적을 설명했다. 또 “우리는 숙박공유 호스트 기부펀드가 호스트 공동체(커뮤니티)에 장기적으로 투자되길 희망한다”고 사용처를 명시했다. 펀드는 호스트 공동체에 장기적으로 투자되며 호스트를 위해서만 사용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주식을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연봉의 15%를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배달 앱 도어대시(DoorDash), 그럽허브(GrubHub), 포스트메이츠(Postmates)가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한 사례 또한 유사한 맥락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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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스타트업 ‘슬락잇’


    프로토콜 경제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암호화폐를 통해 참여자를 늘리기 위한 ‘보상’을 활용하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2016년 4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티밋’이 대표적 사례다. 글을 올린 뒤 페이스북의 ‘좋아요’ 격인 ‘업보트’를 받으면 자체 가상통화인 스팀, 스팀달러 또는 스팀파워 등으로 보상을 받는다. 글을 읽고 추천한 이에게도 보상의 일부(25%)가 돌아간다. 재밌는 글을 쓸수록, 그리고 읽고 추천할수록 돈을 번다. 독자와 작가 모두 돈을 벌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독일의 스타트업 슬락잇(Slock. it)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아파트·사무실·자동차 등을 직접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전동공구, 텐트 등과 같은 계속 사용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슬락잇을 이용해 소유자는 잉여 자산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반면, 대여자는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물건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얼핏 보면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플랫폼 사업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서비스는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플랫폼 소유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접근 권한을 얻어 사용하는 분산형 공유 플랫폼이다. 이들은 중개자 없이 빈집이나, 자전거 혹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진정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한다.

    우조뮤직은 블록체인 기반 음원 서비스다. 음악을 만들어 올리면 이더리움을 지불하고 감상하거나 소유할 수 있다. 중개자 없이 직접 음원을 살 수 있어 수익이 창작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특성상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2015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은 ‘우조뮤직’에 신곡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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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조뮤직


    오리진 프로토콜은 블록체인 기반 P2P 마켓플레이스다. 상품권 거래, 숙박공유, 의류 직거래 등이 가능한 무료 온라인 스토어를 제공한다. 중개인 없는 공유경제를 목표로 하는 탈중앙화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리진 토큰’이 이용된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도 한다.

    웹 브라우저 브레이브(BRAVE)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존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가 수많은 광고에 노출돼 있지만 보상이 전무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브레이브는 광고를 시청한 사용자에게 자체 암호화폐 베이직어텐션토큰(BAT)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보상형 웹브라우저다. 얻은 토큰은 좋아하는 사이트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익명으로 전달 가능해 새로운 콘텐츠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사용자 동의가 없으면 광고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사용자 활동을 추적해 광고하는 행위를 막는 ‘실드’ 기능을 탑재했다. ▶암호화폐 가치 안정성 이슈

    중개자의 영향을 배제한 프로토콜 생태계로의 전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당장 기여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토큰 가치의 안전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초기 단계로 시장 적용과 확장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창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참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보상이 일정수준으로 높아져야 하는데, 작은 스타트업이 이 과정을 건너가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장 자산 해킹 등 보안 신뢰 확보도 주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실제 블록체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오픈 바자(Open Bazzar)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올 들어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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