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토콜 경제] Part Ⅳ 인터뷰 | 박항준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네이버·배민 독점화 비난 여론, 프로토콜 경제 시스템 앞당길 것”

    2021년 08월 제 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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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준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박항준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1970년생.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정보공학 석사, 경영학 박사를 수료하고 KT산업개발 상무보를 거쳐 벤처투자사, 상장사 대표와 대학기술지주, 창업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며, 현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과 국민대학교행정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플랫폼의 발전이 새삼 최근 일도 아닌데 프로토콜 경제가 부각되는 사회적 배경은 무엇일까요?

    ▷프로토콜 경제를 표현하면 ‘사회적 합의의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사회적 합의가 최근 부각되는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그간 경쟁과 성과만을 강조해왔던 경제 분야마저도 ‘프로토콜’이라는 외교적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그만큼 사회적 합의에 대한 현대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협동조합, 크라우드펀딩, 블록체인, AI 합의 알고리즘 등을 통해 ‘프로토콜 경제’를 맛보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기에 갑자기 불쑥 ‘프로토콜 경제’가 우리 앞에 와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통신·네트워크·콘텐츠’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사회에 3단계의 연쇄 폭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폭발은 ‘정보대칭시대’의 탄생입니다. 이전까지 ‘정보비대칭시대’에서의 정보는 힘이며, 권력이고, 돈을 의미했습니다. 정치인, 금융가, 재벌, 학파, 종교는 그들이 갖게 된 정보를 통하여 폐쇄적인 정보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하여 불평등, 불공평의 사회를 낳게 됩니다. ‘정보대칭시대’로 인해 사회에 나타나는 두 번째 연쇄반응이 바로 ‘대중주도사회(Crowd-based Society)’입니다. 그간 대중은 소극적이며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정보대칭시대는 이 대중과 엘리트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최근 정치인, 교수, 부자, 성직자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보의 공유와 개방으로 인해 만들어진 다양한 페르소나(가면)로 이제 분야별 모두가 엘리트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대중주도사회’입니다. ‘대중주도사회’에 의해 3단계로 일어난 폭발이 바로 ‘프로토콜 경제’ 시스템입니다. 정보 대칭에 의해 모두가 엘리트화되는 사회에서 사회적 합의는 앞으로의 인류사회를 지탱할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최근 대기업 MZ세대의 성과급 반란 사태도 줄을 잇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도 프로토콜 경제의 필요성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MZ세대는 스스로의 참여와 공유, 개방 활동을 통해 자유를 누리는 세대입니다. 사상과 기회, 표현의 자유를 통해 사회정의와 평등을 이루고자 목숨을 바쳤던 이전 세대와는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에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도 달라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함께 탄생한 MZ세대는 어찌 보면 ‘프로토콜 경제’ 시스템에 최적화된 세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로토콜 경제가 실현되는 사례로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 프로젝트를 들어주셨는데?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한 ‘평행 우주 프로젝트’는 성공 여부를 떠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아이즈원은 여러 소속사에 속해 있는 가수들로 한정 기간 동안 결성된 프로젝트 걸그룹입니다. 프로젝트 기간이 종료되어 자동해체가 되는 시점에 팬들이 이를 저지하고자 나선 것입니다. 아이즈원의 팬들은 ‘평행 우주 프로젝트’라는 비영리 임의단체를 조직하고, 32억원이라는 크라우드 펀딩을 모으게 됩니다. ‘평행 우주 프로젝트’를 통하여 팬들이 누린 참여와 공유, 개방의 자유는 ‘프로토콜 경제’를 알리는 대표적인 이벤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토콜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또 다른 사례가 있을까요?

    ▷아직 온전한 모습의 프로토콜 경제 사례는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와 임팩트 금융을 통한 참여 보상이라는 요소로 바라본다면 무엇이 프로토콜 경제에 가깝게 진화되고 있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나 어떤 기업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노사정 최저임금위원회’ ‘청와대 국민청원’ ‘탈중앙화 블록체인-암호화폐’ ‘라오스 시민혁명’ BTS의 팬클럽 ‘아미’ 등은 온전한 프로토콜 경제 시스템과 가까워지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민이나 쿠팡 등 국내 중개 플랫폼에서도 상생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프로토콜 경제를 가미하기 위한 실험으로 볼 수 있을까요?

    ▷상생을 위한 접근방법에는 두 가지 경제철학이 존재합니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자신의 것을 베푸는 ‘나눔 경제(Sharing Economy)’와 프로토콜 경제가 그것입니다. 나눔 철학은 정보독점 전쟁에서 승리한 승자가 패자에게 잉여자산인 전리품을 나눠주는 것을 기반으로 합니다. 반면 프로토콜 경제의 전제는 ‘대중의 참여’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프로토콜 경제는 모두가 참여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사회적 합의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나눔 철학’과는 결이 다른 프로토콜 경제의 사상적 기반을 ‘누림(Reciprocal) 철학’이라고 부릅니다. ‘프로토콜 경제’의 선행 사례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프로토콜 경제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가를 상상하고 고민하는 접근방식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프로토콜 경제에서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플랫폼 경제와 프로토콜 경제가 경쟁관계에 놓여있을 때 비교우위나 효율성, 규모의 경제 등을 따졌을 때 프로토콜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네이버, 카카오톡, 구글, 쿠팡, 배민, 타다, 넷플릭스 등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간 독점화되고, 분산되어 찾지 못하던 숨은 정보들을 한곳에서 찾아줌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사회적 편리와 편익에 엄청난 혜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개 플랫폼은 최근에는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개 플랫폼의 변질로 인해 중개 플랫폼의 새로운 권력화를 시장에서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탄생했더라도 아직 GM과 삼성전자가 존재하듯 ‘프로토콜 플랫폼’이 ‘중개 플랫폼’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프로토콜 경제를 차용한 정책이나 주장이 나오면서 ‘사회주의’ 이념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회주의는 철저한 엘리트주의 철학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고도로 훈련된 엘리트(공산당)가 민중민주주의를 통해 절대 평등하에 공동 생산, 공동 소비하는 차별 없이 다 함께 같이 잘살자는 경제이념입니다. 일부 정보독점을 통해 부귀와 영화를 맛보고 있는 극보수 엘리트층과 ‘6·25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이 대중주도(Crowd-based)라는 ‘솥뚜껑’을 ‘자라’로 보고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대중주도사회가 엘리트 권력을 혁명으로 끌어내리자는 급진적인 주장도 아닙니다. 정보통신콘텐츠기술이 대중의 수준을 높여주면서 모두가 엘리트가 되는 사회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를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보는 것은 복지제도를 진보좌파의 정책으로 매도하는 프레임일 뿐입니다.

    ▶미국 SEC가 우버 등의 플랫폼에서 배달 노동자에 주식을 배분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등 제도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제도적인 측면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프로토콜 경제 차원에서 생태계의 운영을 위한 개념인 보상(Reward)은 거래 대가인 ‘리턴(Return)’과 투자 리스크의 대가인 ‘프로핏(Profit)’과는 다릅니다. 참여, 공유, 개방의 프로토콜 경제를 주도할 보상이 바로 ‘리워드’입니다. 우버의 주식 배분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뿌듯한 보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국내 기업이나 지자체, 국가 시스템에서도 이제 구제, 교화, 보민(保民)의 관점이 아닌 참여자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리워드’의 설계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형 플랫폼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토콜 경제의 요소를 차용하려는 시도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데요?

    ▷기존 플랫폼들 모두가 그들의 혁신과 생존을 위해 자체적으로 프로토콜 플랫폼 모델의 장점을 취하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프로토콜 플랫폼 전환 노력이 바로 ESG 경영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목표(E)와 활동(S), 조직(G)을 변화하려는 것이 ESG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사내벤처였던 네이버가 만일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남았더라면 지금의 네이버는 없었을 것입니다. 프로토콜 플랫폼은 처음부터 고객을 타깃(Target)이 아닌 참여, 공유, 개방의 주체로 참여자인 대중을 인정하고 참여에 대한 리워드를 공유하면서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ESG 경영이 환경문제를 포함한 사회적 문제 해결(E)을 목표로 리워를 통한 임팩트 활동(S)을 위해 프로토콜 합의를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조직의 역량(G)을 요구하는 이유도 프로토콜과 같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참여주체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프로토콜 경제의 솔루션이 바로 블록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마디로 ‘솔루션 중 하나(One of Them)’입니다. 프로토콜 경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참여자의 높은 정보 수준과 사회적 합의 알고리즘을 채택하는 비즈니스 모델링 능력,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참여형 미디어 등의 구성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다만 지금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구조는 정보 중개 플랫폼에 가깝게 설계되어 제대로 된 성과나 시장 신뢰도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2세대 암호화폐가 탄생하게 된다면 참여 보상, 즉 리워드 설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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