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찬란한 태양 고즈넉한 산하… 바다 위로 이어진 섬 산책길 전라북도 군산 고군산군도

    2021년 09월 제 132호

  •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군산이다. 서울에서 차로 세 시간 남짓, 바다가 지척인 항구도시 군산에 들어섰다. 금강의 왼쪽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서해안의 중심 항구도시다. 익산, 김제, 부안, 충남의 서천과 맞닿아 있어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로도 그만인 곳이다. 최근엔 근대문화도시로도 알려졌는데,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따라 도심 곳곳을 걷다보면 언제 하루가 지났는지 모를 만큼 코스가 다양하다.

    하지만 여름의 끝자락에 군산을 찾은 이유는 온전히 고군산군도 때문이다.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을 걷거나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천혜의 해상관광공원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선유도 해수욕장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거쳐 대장도로…

    고군산군도에 들어서면 어느 곳으로 시선을 옮겨도 액자 속 그림이다. 섬이 크지 않아 도로 양편으로 바다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섬에는 배를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고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깃배의 그림자만으로도 풍경은 충분히 이채롭다.

    고군산군도를 찾는 이들이 꼭 들렀다 가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선유도다.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방향이 정해지는데, 그냥 앞차가 가는 데로 가다보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명사십리 해수욕장 덕분이다. 천연 해안사구 해수욕장으로 유리알처럼 맑고 고운 모래사장이 약 700여m나 이어져 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 솔섬까지 걷다보면 잔잔한 파도 일렁이는 바다가 객을 부른다. 살짝 발 한번 담그고 가볼까란 생각에 바다로 나섰더니 썰물 때여서인지 꽤 먼 곳까지 무릎 아래로 물이 찰랑거렸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사람들 발길이 잦은 곳에 편의시설도 모여 있는 법. 해수욕장 입구엔 고군산군도탐방지원센터가 있고 모래사장 위를 가로지르는 ‘선유 스카이SUN라인’도 우뚝 솟아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해수욕장으로 나서다 보면 주변에 맛집들도 꽤 들어섰다. 1인당 1만5000원에서 3만원에 이르는 정식을 시키면 따로 회나 요리를 시키지 않아도 상 위에 기다렸다는 듯이 갖가지 회와 해산물, 찬 등이 오른다.

    회는 서울의 그것과는 두께나 크기부터 다르다. 식당 앞에 ‘선장이 직접 운영하는 횟집’이나 ‘오늘 잡은 물고기로 만든 회’ 등의 문구가 괜한 허세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산 좋고 물 좋은 이곳도 코로나19 앞에선 기세가 꺾였다. 한 식당 사장님에게 “바닷물이 참 좋다”고 말을 건네니 하염없는 푸념이 5분 이상 이어졌다.

    “물은 좋은데 사는 사람은 안 좋아요. 재작년 같으면 오는 사람들로 길이 꽉 막혔을 건데,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요 모양 요 꼴이네요. 주말엔 사람들이 제법 오기도 하는데 식당에 들르는 사람들은 또 별로 없어요. 섬을 돌 수 있는 이륜차를 빌려 타는 분들도 있긴 한데, 다들 굶고들 다니는지 경치만 보고 집에 가서 먹는 건지, 방역을 한다고 하는데도 찾질 않네요. 식사 안 하셨음 들어오세요. 잘해 드릴게….”(아… 죄송….)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대장봉 아래 펼쳐진 고군산군도의 산하

    선유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도로 위에 오르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섬 장자도에 이른다. 이곳의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후 살짝 시선을 멀리두면 눈앞에 대장도의 대장봉이 손에 잡힐 듯 자리했다. 이곳이 이번 산책의 마지막 종착역이다.

    대장봉은 해발 142.8m의 봉우리다. 도심의 뒷산쯤 되는 높이지만 그곳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차로 대장도까지 이동할 수도 있는데, 사람이 걷는 길을 차가 가로막는 격이다. 공영주차장에서 대장도까지 고작 10여 분 남짓, 섬 주민이 아니라면 이곳까지 차를 갖고 이동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꾸역꾸역 대장도까지 차를 갖고 이동하는 이들이 있다. 가는 차와 오는 차가 맞닥뜨리면 한참을 오고가야 빠져나갈 수 있건만 그 모든 수고로움보다 걷는 게 버거운 건지 멈추지 않고 이동한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대장봉 초입의 안내문


    그렇다고 대장도가 크지도 않다. 면적 0.337㎢에 해안선이 2.7㎞에 불과한 아담한 섬이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고작 십여 대가 전부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뒤로하고 대장봉으로 걸음을 옮기면 양 갈래 길이 객을 반긴다. 이정표는 분명 대장봉으로 표기돼 있지만 봉우리로 가기 위해선 나무 계단으로 올라야 한다. 이건 참 중요한 기로이자 순간인데, 자칫 계단이 싫다고 다른 길로 들어서면 중간쯤 가다 되돌아 나와야 한다.

    계단이라고 해야 길게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장봉까지 걸리는 시간은 넉넉히 30여 분. 그렇다고 뛰어올라갈 만큼 만만한 길도 아닌 게 어느 봉우리나 깔딱 고개가 있기 마련 아니던가. 대장봉의 마지막 계단도 만만히 보다간 두어 번 쉬었다 올라야 할 만큼 경사가 심하다.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새만금방조제


    그 모든 난관(?)을 뚫고 전망대에 오르면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거쳐 온 섬들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 고군산군도에도 썩 잘 어울리는 말이다. 아, 장자도의 공영주차장 주변에도 해산물 등 횟집들이 모여 있다.

    다른 곳과 다른 점이라면 군산은 어딜 가도 뭇국이 흔하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이지만 소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이곳의 뭇국은 탁 트인 풍경이 주는 이점 때문인지 왠지 더 깊고 구수하다. 꼭 한번 경험해보시길….

     기사의 6번째 이미지
    ▷구불 8길 고군산길

    고군산군도의 자연 경관을 감상하고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에 전해지는 전설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과 각종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고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A코스

    고군산탐방센터→오룡묘→천사날개(벽화)→선유3구 마을→대봉전망대→몽돌해수욕장→전망테크→포토존→선유도선착장→수원지주차장→장자대교→장자도관광안내소→장자대교→수원지주차장→고군산탐방센터

    B코스

    고군산탐방지원센터→선유도선착장→선유대교→무녀1구→무녀봉 입구→무녀염점→무녀초교→선유대교→선유1구(옥돌해수욕장)→선유봉→고군산탐방지원센터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