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테크 빙하기 내 자산 불리는 필살기] PartⅢ 부동산 ➊ 엇갈리는 전망 | ‘본격적 하락’ vs ‘아직 판단 이르다’

    2022년 03월 제 138호

  •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되면서 빙하기에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침체기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빙하기가 올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주택 거래량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3774건이다. 전달 6만7159건 대비 19.9%가량 감소했다. 전년 동월 14만281건과 비교하면 무려 61.7% 줄었다. 12월을 기준으로 하면 2008년 4만 건 이후 최저치다.

    연간 전체 주택 매매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1만5171건으로 2020년 127만9305건 대비 20.6% 줄어들었다. 특히 수도권과 아파트의 감소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2만1573건이다. 2020년 12월 6만3203건 대비 65.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는 3만484건으로 전년 동월 10만6027건 대비 71.2%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연초에도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 신고된 아파트 거래는 815건(11일 기준)이다. 지난해 12월 1125건과 비교하면 28% 감소했다. 아직 신고 기간이 남아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급반등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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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매 시장 한파는 전세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11일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시황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0.02% 하락했다. 서울 전세 가격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2019년 6월 둘째 주(14일 기준) ‘-0.06%’ 이후 2년 8개월여 만이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14%), 용산구(-0.12%), 강남구(-0.10%) 등이 평균보다 높게 하락했다. 분양권 시장과 경매 시장 역시 부동산 시장 상승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양권 거래의 경우 지난해 거래량과 총액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분양권을 중심으로 ‘마피(손해를 보고 분양권 전매)’와 ‘무피(웃돈 없이 분양권 전매)’ 매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5만5508건으로 전년 10만3211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거래 총액 역시 22조6443억원으로 2020년 43조5188억원 대비 48%가량 줄었다. ▶거래량·전세 시장 모두 한파

    ‘한파’는 수도권에 더욱 거세게 불어 닥쳤다. 지난해 수도권 분양권·입주권 거래 총액은 5조7160억원으로 전년 15조5767억원 대비 3분의 1 규모로 줄어들었다. 거래량 역시 1만1083건으로 전년 3만2539건 대비 급감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마피’와 ‘무피’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이 고점에 달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코아루 전용면적 84㎡(16층)의 경우 분양권이 2억7000만원에 시장에 나왔다. 이 가격대로 매매가 이뤄지면 최초 청약 당첨자는 1800만원가량 손해를 본다. 경기도 이천시 진암지구 우방아이유쉘메가하이브에도 ‘마피’ 매물이 나왔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 10층 매물은 ‘마피’ 100만원(2억74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이 단지 전용면적 59㎡는 2억2000만원 수준에서 분양권 매매가 이뤄졌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크게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부천시 힐스테이트 중동 전용면적 84㎡는 9억249만원(48층)에 분양권 매매가 이뤄졌는데 지난해 1월 11억6640만원 대비 프리미엄이 2억원가량 떨어졌다.

    ‘묻지마 청약’ 열기도 한풀 꺾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 더피알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과 경기 지역 청약 경쟁률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 1월 서울 지역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34.43 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서울에 아파트 청약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해 평균 경쟁률 164.13 대 1과 비교하면 80%가량 경쟁률이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경기도의 지난달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0.94 대 1이다. 전년 같은 기간 60 대 1과 비교하면 81.7% 줄었고, 지난해 전체 경쟁률 28.73 대 1과 비교하면 61.9% 감소했다. ▶고가 아파트 기대감은 여전

    반면 이 같은 ‘한파’ 조짐에도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아파트’ 전용면적 196㎡은 지난달 18일 80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3월 기록한 64억원이다.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16억원이 올랐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1월에 신고가를 기록했음에도 집주인들이 ‘여전히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 매물들이 대거 잠기고 있다”며 “잠실주공5단지가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재건축 단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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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아파트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까지 집계된 지난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127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7건이 15억원 초과 매물로 집계됐다. 두 건 중 한 건이 초고가 아파트 매매인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68㎡은 지난 1월 신고가인 60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 49억5000만원 대비 10억5000만원 가격이 상승했다. 반포동 서초자이 전용면적 132㎡도 지난달 46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해 5월 39억2000만원으로 8개월 만에 6억8000만원 가격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하락장의 조짐으로 보기도 한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락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상승장이 워낙 오래돼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대세는 하락장”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인 것에 대해 ‘대출 규제 때문이고, 규제가 풀리면 다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대출 규제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적다”며 “금리 인상 추세 역시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보통이 아니다. 유동성이 축소되면 부동산 시장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과 신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낮은 금리를 활용해 단기차입을 노리는 투자 패턴이 롱런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고 있다”며 “규제 완화가 이뤄져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지원이 주를 이룬다고 볼 때 최근 부동산시장의 하락세를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격 측면에서 급격한 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정부 기조 등을 볼 때 갑자기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세 하락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대출 규제가 세분화되고, 금리 인상도 사실상 한계에 왔다는 분석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하향 변수가 득세하고 있지만 대세 하락이라고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대세 하락까지 이어지려면 매물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지금은 매물이 더 늘어나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 조정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 변수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르는 동안 대출 금리는 두 배 올랐다.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기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려도 대출 금리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경제 활성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금리 인상도 한계치에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석환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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