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리테일 시대 화두 중고거래 시장] Part Ⅲ 대기업 뛰어드는 중고차 거래 | 혼탁했던 시장에 ‘신뢰’ 장착 계기

    2022년 05월 제 140호

  • 지난 3월 1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완성차 기업을 포함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됐다. 이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가운데 롯데렌탈도 중고차 B2C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K렌터카도 중고차 장기렌터카 상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도 여유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모색할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중고차 매매업 규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중고차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했던 쏘카 역시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면서 언제든 재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존 인프라 활용하면 수익 보장

    완성차, 렌터카, 공유차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적은 투자만으로도 브랜드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중개 플랫폼 ‘오토벨(Autobell)’을 론칭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신차 판매 대수는 173만5000여 대로 전년 대비 9%나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 신차 판매 대수는 2015년 180만 대를 돌파한 후 2020년 190만 대까지 올랐지만 국내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하면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중고차 시장은 조금 다르다. 중고차 전체 이전등록 대수는 2012년 320만 대에서 지난해 394만 대로 크게 확대됐다. 이 중 거래 대수는 지난해 약 246만 대. 중고차 대당 가격을 1000만원으로 계산해도 약 24조~25조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신차 판매 시장은 76조원대로 규모는 3배가량 크지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중고차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이 필요치 않을 뿐더러 마케팅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며 “기존 정비소 인프라만 활용하면 적은 투자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출고 5년 이내의 차량 중 주행거리가 10만㎞ 이내인 현대차 차종을 대상으로 200여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해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현대차가 보유한 블루핸즈와 같은 서비스 협력사를 이용하면 큰 비용 없이 가능한 일이다. ▶신차 가격 방어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과 함께 브랜드 가치 제고도 노릴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위상은 높지 않다. 국내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현대차 차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많다. 그만큼 품질이 좋지 않은 현대차 차량이 거래될 확률 또한 당연히 높다.

    반면 수입 중고차의 이미지는 다르다. 수입 중고차는 이미 ‘인증 중고차’ 시장이 형성돼 있어서다. 인증 중고차란 전시차와 시승차를 포함해 고객들이 타던 차량을 수입차 브랜드가 매입한 뒤 직접 수리해 판매하는 차량이다. 수입차 브랜드가 차를 살핀 뒤 시장에 내놓는 만큼 가격은 다른 중고차 대비 다소 비싸지만 품질에 대한 불만은 적다. 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는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매매 과정이 투명한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며 “따라서 인증 중고차는 각 브랜드가 중고차 가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방어함과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증 중고차 구매 고객은 신차와 동일하게 제조사의 보증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중고차 매매업을 하게 된다면 수입 중고차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다소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상품화 과정을 거치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품질보증을 통해 중고차 가격이 오르면 이를 토대로 같은 브랜드 내 차량에 대한 신뢰와 함께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고객의 차를 매입하면서 또다른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선순환도 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가격을 유지하면서 신차 판매 가격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현대차와 기아가 완성차 업체로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바라고 있다면 롯데렌탈, SK렌터카와 같은 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한 자산인 ‘자동차’를 이용해 중고차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렌털사들은 차를 매입해 사용하고 일부 기간이 지난 뒤 매각해 남는 차익으로 돈을 번다”며 “렌털사가 현재 벌고 있는 수익의 약 20~30%가량을 중고차 판매로 벌 수 있는 만큼 렌털, 리스 시장이 커질수록 중고차 시장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2의 카 셰어링 기업 그린카도 사업 목적에 ‘자동차 매매업’을 추가하며 언제든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쏘카 역시 ‘제2의 타다’가 되지 않기 위해 일단 발을 뺐지만 이미 플랫폼을 만들어 놓은 만큼 언제든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팔면 허위매물 없어질까

    경기도 인천에서 중고차 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이유는 중고차 시장이 상당히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케이카를 비롯한 큰 기업들이 생겨났을 때도 많은 중고차 업계 사람들이 시장이 망한다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중고차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 중고차 업체를 찾는 소비자들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성능진단을 비롯해 보증 서비스 등이 추가되는 만큼 차량 가격은 기존 중고차 대비 다소 비싸질 수밖에 없다. 케이카가 차량을 매입한 뒤 진단 서비스를 통해 매물을 올려놓는 과정에서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A씨는 “돈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믿고 사고 싶은 사람들은 대기업이나 케이카를 찾지만 돈이 부족하거나 급한 사람들, 혹은 정말 이동만을 위해 차를 찾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중소 중고차업체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중고차 영업을 하고 있는 B씨도 “오히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질 좋은 서비스가 공급되면서 기존 딜러들이 상향평준화될 수 있다”며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중소 중고차업계에도 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허위매물 역시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한다고 없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여전히 사람들은 ‘싸고 좋은 중고차’를 찾고 싶어 한다”며 “이 마음을 이용한 허위매물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수원에서 중고차 영업을 하고 있는 C씨는 “현대차는 차량 출고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만 판매한다고 하는데, 이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인기 있는 차종”이라며 “기존 업계의 이윤이 크게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허위매물이거나 차량의 사고 이력 등을 숨기고 판매하는 업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0호 (2022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