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大위기] Part Ⅲ IT 혁신 | ➍ 코로나19 확산방지에 기여하는 ICT… 통신 3사, 확진자 동선 데이터 제공 KT의 감염병 방지 글로벌 플랫폼도 주목

    2020년 04월 제 115호

  •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 이탈리아, 이란에 이어 미국과 유럽을 덮쳤다. ‘치명률(환자 사망률)’은 낮지만, 그 덕에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아(환자가 살아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지구촌을 감염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 인류의 70~80%가 감염될 수 있다는 절망적 예상이 나오고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보다 피해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전 지구적 확산에 최적화된 바이러스’라고 평가할 정도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 집단 발생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비교적 잘 이겨내고 있는 모범 국가로 꼽힌다. 여기에는 세계최고 실력을 갖춘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양보’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기여한 바가 크다.

    철저한 초기대응도 주효했다. 질병관리본부 등 방역당국은 신천지와 관련된 31번 환자 발생 전까지 일일이 환자 동선을 추적해 선제적인 방역에 나서 초기 확산을 최대한 막았다. 그 덕에 자체적으로 진단키트를 개발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세계를 놀라게 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도 탄생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방어의 숨은 주역인 대한민국 ICT(정보통신기술)와 향후 글로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한국 기업들의 전략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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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진자 통신기록·위치 추적…

    ‘메르스의 교훈’이 대한민국 살렸다


    2015년 5월 대한민국을 덮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감염되어 귀국한 1호 확진자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공항 검역체계는 승객들이 자체적으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공항직원이 열감지 카메라로 검역하는 수동적인 수준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감염국)에서 바레인(청정국)을 경유해 귀국한 당시 1호 확진자는 메르스 증상을 ‘단순 감기’라고 생각해 일반 병원에 방문했고, 병원에도 감염국인 사우디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처럼 방역 시스템 곳곳에서 구멍이 난 결과는 참혹했다. 총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38명이 사망했으며, 1만6693명이 격리된 끝에 69일 만에 종식됐다.

    2018년 메르스 재발병 때는 달랐다. 2018년 1호 확진자는 쿠웨이트와 UAE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감염병 위험 지역인 UAE 방문 시 안내 문자(SMS)를 받았고, 귀국 즉시 관련 문자를 또 받았다. 확진자는 메르스 감염 증상을 의심하면서 귀국 즉시 공항에서 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정부는 확진자의 귀국 후 동선을 통신 데이터로 파악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밀접 접촉자 21명, 일상 접촉자 427명에도 불구하고 추가 확대 없이 38일 만에 메르스를 대한민국에서 끝장낼 수 있었다.

    2020년 1월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메르스의 교훈 때문이었다. 통신 3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국내 확진자 동선 추적에 가장 중요한 통신 데이터를 방역당국에 제공했다. 앞서 메르스 1호 확진자나 이번 신천지 사태에서 보듯, 확진자들이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있다. 통신사들이 제공한 스마트폰 빅데이터는 확진자의 동선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최적의 단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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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국에 다녀온 국민들 명단도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 됐다. 방역당국은 로밍 데이터에서 이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해 추적 관찰할 수 있었고, 확진되면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즉각적인 방어조치를 시행했다. 모든 데이터 제공은 메르스 사태 이후 제정된 감염병 예방법 16조 2항에 의거해서 이뤄진다. 이 법에 따르면 본인 동의 없이도 방역대책본부가 경찰관서에 요청해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KT가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빅데이터 선도 시범사업으로 제안·선정되어 질본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필요성에 공감해 2017년 4월부터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았던 지난 1월 28일 중국 전체를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때부터 해당 지역에서 국내에 입국해 통신 3사의 로밍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에게는 코로나19에 대한 안내와 귀국 시 증상이 있을 경우 1339로 연락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관련 입국자 명단은 질병관리본부로 보내졌다. 통신 3사는 국내 확진자 발생 시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기준으로 한 데이터, 잠복기 동안 위치정보 등을 제공했다. 정부는 31번 환자 이전까지 이 데이터를 전수조사하면서 방역대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뛰어난 ICT 인프라를 활용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물론 한계는 있다. 국내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고 입국한 외국인은 파악이 어렵다. 그러나 이는 개별 통신사 차원에서는 할 수 없고 국가 간 협력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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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때 빛난 스마트 검역… 감염병 확산방지 ‘글로벌 공조’ 절실

    2020년 상반기 지구촌을 악몽으로 만들고 있는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확산되자 전 세계 157개국(3월 18일 기준)에서 한국인 입국을 제한했고, 노르웨이와 에콰도르처럼 아예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원천봉쇄하는 나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3월 중순부터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중국과 한국에서 진정세를 보이고 미국과 유럽에서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거꾸로 우리나라가 유럽 등을 입국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모든 입국자에게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한 것도 언제든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에서 재유입되어 확산될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이 효과를 본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대 시행하려는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 통신사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국제보건기구를 중심으로 정책 및 질병 데이터 등을 공유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KT 관계자는 “감염병은 이제 더 이상 발병국가 하나만의 통제로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국경을 초월한 공조가 필요하다. KT는 지난 2~3년간 ICT를 활용한 감염병 대응 대책을 글로벌화하는 데 힘써왔다”고 설명했다. KT가 국제사회에 제안한 아이디어가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확장시킨 글로벌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Global Epidemic Prevention Platform)이다. 모바일 앱을 활용해 간편하게 감염병 정보를 전달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데이터베이스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통신 데이터의 국제적 공조를 통해 감염병 확산을 막자는 이 아이디어는 황창규 KT 전 회장이 201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소개하며 관심을 모았고, KT는 WEF에서 출범한 감염병 대비체계 강화(ERA) ‘데이터 혁신·통신 워킹그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유행하는 감염병 오염지역 및 새로운 감염병을 세팅할 수 있고, 감염병 유입정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하다. 향후 DB화된 통신 빅데이터를 통계치로 관리하면서 대책 마련에 활용할 수도 있다. 개인사용자는 개인별 맞춤 감염병 예방 관리를 할 수 있고, 감염 위험에 대한 개인별 푸시 알람 서비스와 감염병 정보 안내를 제공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GEPP는 이미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거점 국가이자 감염병 확산 방지에 취약한 가나, 케냐, 라오스 등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냐는 동아프리카 경제·사회의 중심 국가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허브 공항을 갖고 있으며, 에볼라 발병이 빈번한 콩고민주공화국과 인접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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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볼라, 메르스,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재난·테러에도 활용

    지난 100년간 인류 역사에서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감염병은 모두 4개(에이즈,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이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규모의 감염병은 총 5차례뿐이었다. 그만큼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가 연결되면서 전파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변종까지 출현하면서 감염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감염병 발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글로벌 감염병은 언제든 올 수 있다. 에볼라와 메르스 등의 신종 감염병은 이미 GEPP에서 활용하고 있다. GEPP 시스템은 감염병 관리 외에도 재난, 테러 등 다목적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KT는 GEPP 도입취지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의술이 아닌 기술에서 해답을 찾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위험에 대한 정보와 인지력을 확보하고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빅데이터 공조다. KT 관계자는 “글로벌 확산에 대처하려면 예컨대 한중일 방역협력처럼 ‘상대국을 갈 때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로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에 관심이 커진 만큼 GEPP 알리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GEPP는 지난달 25일 열린 2020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에서 ‘UN SDGs 모바일 기여’ 부문에서 수상했다.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시상식으로 올해 25회를 맞았다. 심사위원들은 “세계 공중 보건을 위해 잘 디자인된 필수 도구”라며 “새로운 접근법과 생태계 협력으로 탁월한 해결책을 개발하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신찬옥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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