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新世界] Ⅰ 글로벌 전략 연구소들이 보는 ‘코로나19 그 이후의 세상’ | 젠지 세대… 온라인을 현실로 인식, 도시 디자인도 변화… 로봇·스마트 산업 급성장

    2020년 05월 제 116호

  • 코로나19로 경제, 문화, 산업 전반에 걸쳐 전반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 세계경제포럼 브루킹스연구소 등 글로벌 미래 전략 연구소들이 내놓는 ‘코로나19 그 이후의 세상’에 대해 전망해 본다.

    먼저 코로나19는 대대적인 실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걸쳐 근로자 약 33억 명 가운데 약 27억 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축소, 휴직, 해고 등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동 제한 명령, 재택근무, 상점 휴업, 구조조정 등으로 해고와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ILO는 올해 2분기에 전 세계 근로 시간의 6.7%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 1억9500만 명이 실직하는 것과 버금가는 수치다. 특히 해고가 용이한 미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4월 둘째 주까지 3주간 실업수당 신규 신청 건수만 1680만 건에 달한다. 미국 고용 제도는 일시 해고(Furlough)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경영 악화를 이유로 특별한 제한 없이 해고가 가능하다. 업종도 가리지 않는다. 의류 업체인 갭이 8만 명, 닛산자동차가 1만 명 등 근로자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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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곡초등학교 투표소 외부에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자가격리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실직의 충격파와 로봇의 부상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재취업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역사적으로 팬데믹이 자동화(Automation)를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충격 여파로 기업들의 수익이 급감하면 고용주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미숙련 노동자 대신 숙련 노동자를 찾는데, 오늘날에는 로봇이 이 자리를 대신한다는 지적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30년간 세 차례에 걸쳐 불경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미국에서는 단순 노무자들 중 80%가 실직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자동화로 일자리 상실 가능성이 큰 미국 내 근로자는 약 3600만 명으로 분류됐다. 특히 식당 술집 호텔 공장 등이 문을 닫으면서 외식업 건설업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인종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우는 특정 산업에 특정 인종이 종사하는 성향이 있어서다. 때문에 브루킹스연구소는 히스패닉의 47%, 아메리칸 인디언의 45%, 흑인의 44%, 백인의 40%, 아시아 태평양인의 39%가 실직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앞서 코트라는 ‘중국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주목받는 10대 산업’이라는 글을 통해 중국 내 자동화 산업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영화 중국 다롄무역관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험 때문에 생산·자재 조달에 있어 큰 곤란에 빠진 많은 제조업체들이 위기 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공장·시스템 자동화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과거 노동력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 가능한 구조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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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Rs 갖춘 공급업체 대기업보다 우위에

    코로나19는 서플라이체인을 멈춰 세우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을 재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이다. 종전에는 대기업→1차 하도급 업체→2차 하도급 업체→3차 하도급 업체로 주문과 납품을 받았다면, 이제는 대기업들이 1~2차 하도급 업체를 건너뛰고 3차 하도급 업체로 바로 주문을 하는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은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부품을 공급받을 때 비용과 품질, 배송을 주요 지표로 간주한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벌어지면서 부품 공급에 대한 상당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플라이체인은 다른 경영 영역과 달리 급속도로 변경이 어렵다. 원하는 규모로 공급이 가능해야 하며 적정한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 받아야 한다. 또 비용이 비싸서는 안 되고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한 번 붕괴된 서플라이체인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세계경제포럼은 “앞으로 기업들은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불확실성과 위험 요인에 대응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며 “아울러 다양한 예측 모델을 개발해 사전 수요를 예측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데믹 하에서 대표적인 서플라이체인의 변화는 전기차 분야에서 나타났다. 테슬라는 파나소닉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인 CATL과 손잡고 테슬라 모델-3에 탑재할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제휴를 맺고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세계경제포럼은 팬데믹 이전 세상에서는 서플라이체인을 고려할 때 비용·품질 ·배송을 주로 신경 썼다면, 향후에는 3Rs를 고려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명하게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대응성(Responsiveness), 과거에 공급 이행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보여주는 적격성(Responsibility), 시장가로 가격이 타당하게 결정됐는지를 나타내는 타당성(Reasonableness)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요건들을 갖춘 납품 기업들은 오히려 대기업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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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 숙련공의 업무패턴을 프로그래밍화한 현대건설의 다관절 로봇


    ▶도시의 디자인이 달라진다

    코로나19 그 이후의 세상은 도시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 가디언의 분석이다. 전염병은 그동안 도시 디자인을 크게 바꿔왔다. 대표적인 것이 런던의 하수구로 불리는 ‘빅토리아 임뱅크먼트(제방)’다. 제방을 따라 사람들은 산책을 하지만, 바로 그 밑에는 런던이 쏟아내는 대량의 오물을 처리해주는 하수구가 놓여 있다. 빅토리아 임뱅크먼트는 1850년대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콜레라 창궐이 만들어낸 도시 디자인이다. 당시 런던 시내에 있는 공장과 주택들이 흘려버린 폐수가 강으로 밀려들었고, 전염병이 발발하자 의회는 1858년 기술자인 조셉 바잘게트 경에게 광역 하수 처리 시스템을 맡겼다. 새로운 하수구 설치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하수구를 도심 전체에 매설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미 주택과 공장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이에 템즈강을 따라 하수구를 매설하고 바깥으로 제방을 덮었다. 이것이 바로 빅토리아 임뱅크먼트다.

    코로나19로 오늘날 도시 디자이너는 도심 에너지와 밀도 간 균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디언의 진단이다. 인류의 거주지는 밀집돼 있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증가하는 데 반해 전염병에는 취약한 특징이 있다. 반면 전염병에서 벗어나려면 거주지를 넓게 만들어야 하지만 에너지 효율은 낮아진다.

    리처드 세넷 MIT 교수는 미래 도시는 에너지 효율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디자인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인구 밀도를 줄이고 있으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는 에너지 효율이 더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공중보건의 요구 사이에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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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0년대 1만 명 이상이 사망한 콜레라 창궐로 런던은 빅토리아 임뱅크먼트(제방)를 템즈강을 따라 구축해 도시 디자인을 바꿨다. (사진=런던투자청)


    세넷 교수는 미래 도시를 위한 목적별 개별 건물과 더 넓은 부지 확보를 위한 디자인 솔루션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사람들이 몰리는 레스토랑, 펍, 클럽과 같은 곳을 거주지에서 분리하는 방법 등이다.

    또 전 세계가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도 미래 도시 디자인을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심이 형성된 까닭은 인류가 근무지 근처에 거주하기 위해서인데 재택근무 성공으로 인해 원격능력이 향상되면 소규모 도시들이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를 통해 낮은 비용에 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이후 젠지 세대가 온다

    코로나19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와 2000년 이후 출생자인 젠지(GenZ·Generation Z) 세대 간 간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젠지 세대에게는 또 다른 별명이 붙었다. 바로 젠지(GenZ)가 아닌 젠브이(GenV) 세대라는 것이다. 브이(V)는 바이러스(Virus)의 첫 글자다.

    코로나19는 2000년대 이후 생들의 머릿속에 큰 각인을 남겼다. 사망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 데다, 자택격리가 일상화되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세대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 이들이 사회 중추 세력이 되는 시점에는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4월 테크크런치가 개최한 키즈 미디어 온라인 토론회에 참석한 로블록스, 슈퍼어썸, 핑거프린트 CEO들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블록스는 직접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플랫폼으로 10대 사이에 인기가 높은데, 미국 내 12세 절반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인기다. 또 글로벌 유저만 1억7500만 명에 달한다. 슈퍼어썸은 어린이를 유해한 인터넷으로부터 지키는 키즈테크 스타트업이고 핑거프린트는 어린이용 게임, 전자책, 비디오 등을 제공하는 어린이계의 넷플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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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12세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


    낸시 메킨타이어 핑거프린트 대표는 젠브이 세대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종전 세대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전에는 어린이들의 프라임 타임이 학교가 끝난 직후인 오후 4시부터 오후 6시였는데, 현재는 프라임 타임이라는 것이 사라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사용자들이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스트리밍을 보기도 하고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보기도 한다”면서 “행동 공간이 집으로 제약되면서 놀이와 공부가 섞여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현실로 인식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도 디지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만 젠지 세대는 온라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다르다.

    크레이그 도네이토 로블록스 CBO(Chief Business Officer)는 “아이들이 게임 속에서 함께 노는 것은 물론, 심지어 생일파티도 게임상에서 한다”면서 “온라인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중장년층들은 온라인을 현실로 인식하지 않지만, 코로나19를 겪은 어린 세대들은 온라인을 현실 그 자체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오디언스(청중)의 변화도 예상된다. 딜런 콜린스 슈퍼어썸 대표는 “지금까지 미디어의 오디언스는 주로 어른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어른과 아이 모두 자택에 머물면서 가족이 함께 미디어를 소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어른뿐 아니라 어린 오디언스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누 경찰의 등장과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

    팬데믹은 국가 권력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저서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는 ‘비누 경찰’의 등장을 예고했다. 건강이냐 사생활이냐를 놓고 대립할 때 앞으로는 건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라리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즈 기고에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위생에 있어 가장 위대한 발전 중 하나”라면서도 “오늘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손을 씻는 것은 비누 경찰이 두렵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감시보다는 시민 협력과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들과 테러와의 전쟁을 벌일 때 사용하는 감시 기술을 코로나19 감염자 추적에 사용하는 것을 사례로 들며 큰 염려를 나타냈다. 팬데믹이 국가에 감시, 조정, 추적이라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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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누 경찰의 등장을 염려한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 교수
    또 다른 염려는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빅브라더화다. 이달 구글과 애플은 상호 협력해 코로나19 감염자 동선을 추적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외신 보도된 바 있다. 양사는 우선적으로 감염자 추적 앱을 개발해 내놓고 이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단계에 추적 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방식은 블루투스 활용이다. A와 B가 근접해 있으면 각자 보유한 스마트폰이 블루투스를 활용해 키 값을 보안화해 교환한다. 이후 A가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그동안 만났던 이들을 자동 추적하는 방법이다. 물론 구글과 애플은 사용자 동의를 받겠다고 했지만, 염려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라리 교수는 이 같은 비누 경찰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기술을 활용하되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정부는 감시를 줄이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상덕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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