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新世界] Ⅲ 슬기로운 재택활동| 재택근무로 회사 업무도 일상도 집에서, 운동은 ‘홈트’ 집밥은 HMR… 오락은 OTT로

    2020년 05월 제 116호

  •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A 차장은 지난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재택근무 초기엔 최소 근무인원이 출근해 사무실을 지켰지만 지난 3월 11일 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후에는 아예 전 직원이 집에서 출근 도장 찍고 출퇴근 시간 칼 같이 지키며 업무에 나서고 있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재택근무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만 실시하는 전유물로 여겨왔었다. 지하철에서 40여 분을 시달려야 회사에 도착하는 출근 부담이 없다는 것만 해도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잘 알고 지내던 거래처 직원들로부터 날아오는 톡에는 단점도 수두룩했다.

    “재택근무 인원 체크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인원과 빠져도 되는 인원을 조사한다더군요. 필요한 인원만 출근시킨다니 재택하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줄었어요.”

    “재택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요. 잠깐 집 앞에 나갔다 확진이라도 되면 근무지 이탈이니 불안해서 영… 오히려 출퇴근이 마음은 편하지….”

    사실 A 차장의 회사에서도 재택근무 시행 전엔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얼굴 맞대고 보고하는 기업 문화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杞憂)였다. 메신저나 일정관리 기능이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덕분에 간단한 업무 지시는 메신저로 하고 회의도 단체 통화나 화상 전화로 대체가 가능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업무 진행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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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의 단체 통화 앱 ‘T그룹통화’는 스마트폰 연락처 목록에서 연락할 사람을 선택하고 통화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최대 100명까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다. 발신자만 앱을 설치하면 통화에 참여한 이들은 통신사와 상관없이 관련 앱이 없어도 그룹통화를 할 수 있다. 통화료는 발신자에게만 부과된다. 기업용 메신저도 업무진행에 효자 앱 중 하나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개발한 ‘라인웍스’는 어디서든 사내 모든 직원과 연결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지 않은 동료도 앱 주소록에서 검색해 메시지나 이메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최대 200여 명이 참여하는 메신저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토스랩의 메신저 ‘잔디’도 부서별로 단체방을 만들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 유효기간 제한 없이 파일을 올릴 수 있어 편리하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화상통화 앱 ‘팀즈(Teams)’, NHN의 ‘두레이’ 등도 재택근무를 위해 최적화된 솔루션이다. 지난 4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원격근무트렌드리포트’를 살펴보면 자사의 앱 ‘팀즈’를 활용한 화상통화가 지난 3월에만 1000% 이상 증가했다. 3월 31일 하루에만 팀즈 비디오 콘퍼런스 사용 시간은 최대치인 27억 분으로, 3월 16일 9억 분에 비하면 보름 만에 무려 3배나 늘었다.

    A 차장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에도 업무 관련 앱이 한가득하다. 하나가 먹통일 때를 대비해 팀원들과 2개의 앱에 공용 대화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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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중인 SK텔레콤 직원이 자사 서비스인 ‘T그룹통화’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팀즈’ 등을 활용해 원격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점심은 가족과 함께… 오늘 아빠가 요리사?!

    가정간편식으로 뚝딱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A 차장은 업무를 보던 서재에서 나와 주방 냉장고에서 가정간편식(HMR)을 꺼내들었다. 코로나19 덕분에 아내와 초등학생 딸까지 세 식구가 늘 삼시세끼를 함께하고 있다. 물론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있다. 마케팅·빅데이터 분석업체 NICE디앤알이 분석한 ‘코로나19 이후 모바일앱 이용량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넷째 주 ‘배달의민족’의 주당 이용자 수는 532만7000명에서 3월 셋째 주 623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기요’는 275만5000명에서 329만 명으로 2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A 차장은 “재택근무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은 아빠가 점심식사 당번”이라고 아예 선언 아닌 선언을 해버렸다. 요리 솜씨가 영 형편없는 A 차장이 셰프가 될 수 있었던 건 오롯이 HMR 덕분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이 줄자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HMR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동원F&B 등 전문기업은 물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유통업계, 소규모 유명 식당까지 명함을 내밀며 이른바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종로의 청진옥 해장국부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그것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이마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 3월 21일부터 4월 16일까지 ‘피코크’의 전체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나 상승했다.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으로 직접 조리를 해야 하는 밀키트 외에도 데우기만 하는 간편식 역시 총매출이 34%나 늘었다. 이마트는 유명 맛집과 손잡고 안방에서도 손쉽게 미식 체험이 가능한 ‘피코크 고수의 맛집 밀키트’ 신상품을 출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피코크 오뎅식당 부대찌개’ ‘피코크 시추안하우스 마라소고기전골’ ‘피코크 유노추보 차돌우동’ 등 3종이 그 주인공이다. 각 제품들은 유명 맛집의 비법 레시피를 바탕으로 정량의 재료들이 손질이 된 채 포장돼 조리도구 없이도 간편 조리가 가능하다. 또 조리 과정을 단계별로 사진과 설명으로 기록한 레시피 카드를 함께 제공해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범환 피코크 밀키트 개발 바이어는 “2013년 삼원가든의 홍탕, 백탕을 시작으로 유명 맛집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피코크 고수의 맛집 시리즈 제품은 현재 60여 개 품목까지 증가했다”며 “일반적인 가정간편식을 넘어 간편함에 신선한 맛을 가정에서 재현할 수 있는 밀키트로 확대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0년 7747억원에서 2016년 2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에는 1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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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코리아 모바일 오피스, 눈에 띄네~

    BMW코리아의 모바일 오피스 제도가 업계 화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실시 중인 BMW코리아는 그 이전부터 모바일 오피스를 위해 사무실을 리모델링했다. 우선 대표이사부터 인턴 사원까지 전 임직원의 고정석을 없앴다. 부서별 구역만 있을 뿐 업무성격에 따라 부서 구역에 앉지 않아도 별다른 지시가 없다. 일반적인 책상과 의자 외에 책상 높이를 조절하거나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 집중이 필요할 경우 따로 공간이 마련된 포커스룸을 추가했고, 임원방을 없앤 대신 그 공간에 회의실을 만들었다. 고정석이 없어지면서 내선전화는 개인 PC에 심어졌고, 전 직원에게 헤드셋이 지급됐다. 책상에는 인체공학이 적용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모니터를 장착했다. 또한 출퇴근 근무기록도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2월 말 이후 5주차부터 직원의 50%가 오전, 오후로 나눠 출근하고 있는데, 자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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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모델들이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족’을 위한 바이크, 푸시업바 등 홈 피트니스 운동용품을 소개하고 있다.


    ▶점심 식사 후 산책은 ‘홈트’가 대신

    점심 식사 후 회사 근처 공원 산책은 A 차장이 가장 좋아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배도 부르겠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느릿느릿 걷다보면 오전의 업무 스트레스가 저절로 사라졌다. 산책을 나설 수 없다는 것도 재택근무의 단점 중 하나였다. 아파트 내 헬스클럽이라도 잠시 다녀올까 싶었지만 그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점휴업…. 팀 동료들에게 이런 애로사항을 톡으로 보냈더니 “문을 연 헬스클럽도 있긴 한데 개인수건과 운동복을 직접 가져가야 하고 운동 후 샤워는 집에서 해야 한다”며 “그럴 바엔 차라리 집에서 팔 굽혀 펴기라도 하는 게 낫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A 차장에게 해답을 알려준 건 올해 10살 된 딸이다. 딸이 알려준 신세계는 유튜브의 ‘홈트레이닝’ 채널. 검색창에 ‘땅끄부부’를 치고 플레이시켜보니 부부가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유산소 운동을 약 10분간 반복하고 있었다. 과연 이게 운동이 될까 싶었는데 웬걸, 따라하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점심 식사 후 아빠가 맨손체조를 시작하니 온 식구가 운동 삼매경이다.

    이 땅끄부부 채널은 최근 구독자가 205만 명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즐기는 홈트레이닝이 떠오르자 관련 SNS채널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른바 홈트 열풍에 손흥민, 메시 등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유명인들이 집에서 즐기는 자신만의 운동법을 SNS에 올리자 이를 보려는 이들로 조회 수도 높아지고 있다.

    KT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에 따르면 올 1분기 홈트 관련 검색도 늘었다. ‘요가’ ‘복부’ ‘다이어트’ ‘10분’ ‘하체’ 순으로 검색량이 많았다. ‘명상’이란 검색어도 지난해 4분기보다 63%나 늘었다. KT는 현재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건강한 마음’을 주제로 ‘오늘의 명상’ ‘코로나 대처 명상’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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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재택근무에 헬스쿠션도 인기다. 장시간 앉아 근무할 때 허리통증이나 자세 교정에 도움을 주는 방석이다. 사진은 ‘엑스젤’.
    덩달아 홈트 관련 산업도 매출 상승이 눈에 띈다.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홈트 관련 용품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 이상 늘었다. 구체적으로 트위스트 운동기구(113%), 에어보드(68%), 아령(29%), 덤벨·바벨(28%), 다이어트 용품(19%), 헬스기구(13%) 순으로 매출이 상승했다.

    요즘 홈트 채널 구독에 푹 빠진 A 차장은 얼마 전 큰 맘 먹고 트레드밀을 렌트했다. 최근 TV홈쇼핑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렌털 운동기구 판매 방송을 꼼꼼히 살펴본 후 내린 결정이었다. 실제로 CJ오쇼핑플러스는 지난 3월 가정용 렌털 운동기구 판매방송을 15회나 편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늘었다.

    1:1 맞춤 방문 홈트레이닝을 받는 이들도 늘고 있다.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원하는 시간에 개인 공간에서 트레이너에게 직접 지도받는 게 핵심이다. 이를 방증하듯 다양한 홈다이어트 서비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홈트레이닝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는 쥬비스 다이어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프라이빗한 방문 서비스가 뜨는 만큼 혼자서 다이어트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오랜 다이어트에도 체중감량이 더뎌 지친 사람이라면 검증된 전문가의 티칭과 과학적인 시스템이 결합된 홈다이어트 서비스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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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이용자 역대 최대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재택근무에서 퇴근한 A 차장은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영화 한 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로나19로 멀티플렉스와 공연장이 문을 닫는 상황에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가진 전국 6만 명의 3월 앱 사용 행태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넷플릭스 사용자가 2월보다 22% 증가한 463만 명, 총 사용시간도 3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와 틱톡도 총 사용시간이 각각 16%, 27% 늘었다.

    A 차장이 즐겨보는 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와 교육용 자연 다큐멘터리. 가끔 공중파나 케이블TV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곤 하지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로 넷플릭스나 VOD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은 보통 밤 11시~12시. A 차장은 스마트워치의 알람을 오전 8시에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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