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블 이코노미] Part Ⅲ 암호화폐 | ‘머스크 입에 출렁이다 중국 규제에 폭락’ 중국이 암호화폐 근절 나선 이유는 ‘DCEP’ 때문?

    2021년 06월 제 129호

  • 지난 5월 19일 오후 1시 24분경(한국시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기준 비트코인 시세가 처음으로 4만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김치 프리미엄으로 시세를 방어하던 국내 거래소들 기준으로도 5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때 개당 8000만원을 웃돌았던 시세를 감안하면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장 비트코인의 하락 속에 이더리움·이더리움 클래식 외에 기타 알트코인들 역시 폭락을 면치 못했다. 이날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은 중국이 암호화폐 거래 금지 방침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급청산협회는 지난 5월 18일 밤 공동으로 낸 ‘가상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통해 “가상화폐는 진정한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3대 협회가 발표한 공고문을 그대로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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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터진 중국 규제 리스크

    2017년 악몽 재현될까 우려 커져


    비트코인은 미국·캐나다 등 선진 금융시장에 진입하고 글로벌 기업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는 등 투자 자산으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었다. 점차 시장의 신뢰도 얻어가는 듯했지만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와 견제에서 항상 자유롭지 못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개인투자자 비중도 큰 탓에 대규모 금융 투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정부 규제에 의한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은 당시 최고치였던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중국 정부당국이 암호화폐 사업 단속에 나서면서 그해 12월 32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도 2018년 1월 일명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사건이 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발언과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도 가능한 옵션”이라는 발언을 내놓자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만에 4분의 1 토막이 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암호화폐 최대 거래국으로 꼽히지만 일관적으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부터 가상화폐 투기 광풍 속에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도 폐쇄했다. 2018년부터 가상화폐 채굴장의 폐쇄를 명령하고 가상화폐의 개인 간(P2P) 거래도 금지시켰다. 2019년부터는 가상화폐 채굴장에 저렴한 산업용 전기 공급을 중단해 채굴장의 완전 퇴출로까지 규제가 강화됐다. 중국은 국가의 통제가 불가능한 민간 주도의 가상화폐가 체제에 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가 지난 16일 상품과 서비스의 비용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사용을 금지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관보에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게재했다.

    한국도 암호화폐 다잡기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4월 16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가상자산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4~6월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에 정부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과 불법 거래, 사기 등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서가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미국 사법당국도 최근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를 자금세탁 혐의로 조사에 나서는 등 각국 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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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 버블 키운 일론 머스크

    트윗 한 줄에 시총 수백조원 출렁


    중국 규제 리스크가 터지기 전까지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사람은 일론 머스크였다. 잇따른 그의 ‘폭탄 트윗’은 가상통화 시장의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 단 한 명의 영향력에 시세가 크게 흔들리자 암호화폐 시장의 본질적인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가상통화 거품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사방에서 나왔다.

    지난 4월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테슬라 차량 구매 때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머스크가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에서 3658억5000만달러(약 414조7000억원)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머스크의 해당 트윗이 올라오기 직전인 12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각) 전체 가상화폐 시총은 2조4300억달러였으나, 같은 날 오후 8시45분께 2조600억달러로 급감했다. 불과 2시간 45분 만에 약 415조원가량이 날아간 것이다.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에는 한 트위터 사용자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잔액을 전부 매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커지고 있지만 나는 비난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이 트윗에 별다른 언급 없이 “정말이다(Indeed)”라는 짧은 댓글을 달았다.

    이 트윗이 지난 2월에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아 시장은 얼어붙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투자분 중 2억7200만달러를 매도했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분노케 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트윗 이후에 9%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최근 머스크가 노골적으로 띄우고 있는 도지코인도 약 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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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테슬라 결제지원 중단을 선언한 머스크


    추측과 논란이 지속되자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온라인상에서 팬심이 두터웠던 머스크에 대한 옹호 여론도 급격하게 식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쌓은 기업가가 경솔한 발언을 일삼는 데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머스크를 ‘시세조작범’이라고 비난하면서 테슬라 전기차 불매를 촉구하는 해시태그가 등장한 바 있다.

    한편 머스크의 돌발 트윗은 알트코인 버블을 부추기기도 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 방침을 철회하면서 “비트코인 채굴 혹은 거래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 이하를 사용하는 다른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는 사이 이더리움, 도지코인 같은 알트코인에 돈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버블의 전조현상 알트코인 득세에 비트코인 비중 40% 아래로 하락

    암호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그동안 불어났던 ‘코인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전체 시장에서 줄어들면서 알트코인 버블이 꺼진 이후 시장 전체가 붕괴됐던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70%를 넘었던 비트코인 시총 비중은 최근 40% 아래까지 추락했다. 시총 비중이 4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시총 비중이 40% 아래로 내려가는 건 암호화폐 투자의 마지노선이 깨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8년 초 60%를 넘어섰던 비트코인 비중이 한 달 만에 32%까지 하락할 정도로 알트코인 투기 열풍이 분 직후 시장이 붕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트랙리서치의 니콜라스 콜라스 공동창업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점유율이 40%로 내려가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가격이 매우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최근 “알트코인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투기 수요 때문”이라며 “2017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했다가 얼마 뒤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급락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비슷한 시각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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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용화 앞둔 중국 디지털화폐 ‘DCEP’

    암호화폐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거래를 지향하며 만들어졌다. 화폐 발행과 운용의 독점권을 가진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기존 통화의 가치나 위상을 흔드는 암호화폐가 달가울 리 없다.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앞두고 암호화폐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 2014년부터 중국이 연구하고 개발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위안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가 시범운용을 개시했다. 중국의 ‘디지털위안화’는 국가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직접 발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불리나, 중국의 ‘디지털위안화’는 DCEP라는 독립적인 명칭을 사용한다. 상용화를 앞두고 중국은 지난해부터 선전, 쑤저우, 청두 등에서 ‘디지털위안화’를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시범 넉 달 만에 28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DCEP는 현재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거나 스마트폰의 전자지갑을 활용해 맥도날드, 스타벅스, 서점 등 일상에서 현금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규제 당국이 없고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 블록체인 구조에 속한다. 반면에 중국 디지털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의 클리어링하우스(예탁·청산·교환 등을 대리하는 중개자)와 승인을 담당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중앙은행이 독자적으로 발행하고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블록체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디지털위안화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정부는 기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DCEP의 스케줄에 따라 암호화폐 채굴은 물론 거래빈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중국 암호화폐 시장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와 ESG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을 중단한 이유로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화석연료 급증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들었다. 실제 암호화폐 채굴에 소요되는 에너지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 초기 단계부터 일부 국가가 극심한 전력 소모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기 전 환경오염 이슈를 몰랐을 리 없다는 비판은 뒤로 하고 비트코인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3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인류가 알려진 그 어떤 다른 방식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개발한 ‘케임브리지 비트코인 전력 소비 지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연간 130.90Wh(시간당 테라와트)를 넘어선다. 인구 4560만 명의 아르헨티나에서 1년간 쓰는 전력량과 유사한 규모다. 또한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의 전기 생산은 40%가 석탄 발전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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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자사 반도체가 막대한 전력소모로 기후위기를 재촉한다는 비판을 받아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했다.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를 비디오게이머들에게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조처다. 자사 그래픽카드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인증하는 데 필요한 연산성능을 지금보다 떨어지도록 고의적으로 성능을 낮췄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는 비트코인 채굴보다는 이더리움 채굴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더리움 가격이 뛰면서 채굴의 매력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엔비디어 그래픽카드 수요도 덩달아 뛰었다.

    엔비디아가 암호화폐 채굴에 자사 반도체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기능을 제한한 것은 단골 고객인 비디오게임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비디오게이머들은 오랜 기간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층으로 엔비디아의 성장과 순익에 상당한 이바지를 해왔지만 최근 반도체 품귀난에 암호화폐 채굴 붐까지 겹쳐 최신형 그래픽카드를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암호화폐 채굴을 통해 많은 덕을 본 기업들도 최근에는 ESG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해 업계와 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라며 “친환경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는 스페이스X 등 정부사업도 많이 진행하고 있어 ESG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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