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EAN ANALYSIS ①THAILAND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공동기획 | 베트남 올인 한국 기업들 뒤통수, 디지털 국가 전환 시도하는 태국

    2020년 04월 제 115호

  • 2월 말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베트남에서 날아온 한 소식은 우리를 당황케 했다. 베트남이 코로나19의 자국 유입을 막고자 입국한 한국인들의 14일간 격리조치를 전격 단행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무비자 입국 기간이 15일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입국금지 조치다. 베트남은 이후 이조차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우리 항공기를 아예 착륙도 못하게 하고 돌려보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국가들보다 재빠른(?) 행보였다. 신남방정책 대표국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최애국가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느끼는 당황스러움은 충분했다. 우리 관계 당국은 베트남에 너무 과한 조치라고 항의도 했지만 베트남은 들은 체 만 체했다. 베트남은 자국민의 안전우선 정책 아래에서는 그동안 양국 관계의 자랑거리였던 삼성전자조차 걸림돌에 불과했던 것이다. 국가로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책무지만 우리로서는 섭섭한 대목임에는 분명했다.

    그동안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인 신남방정책을 두고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정 국가의 편애 현상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서였다. 기우로 끝나길 바랐지만 부지불식간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징후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나타났다. 우한발 충격에 중국 생산라인이 막히면서 우리 부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신남방정책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베트남의 행동에 대해 사회주의 국가의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매경럭스멘은 아세안 컨설팅 전문 기관인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와 공동으로 이번 호부터 우리의 글로벌 영토 확대와 관련해 주요 신남방 국가들의 개별 가능성을 하나씩 점검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대아세안 정책은 개별국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뭉뚱그려져서 다뤄져 온 측면이 없지 않다.

    문기봉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 대표는 “2010년 이후 한-아세안의 성장은 한-베트남 교역의 증가와 방향을 같이한다”면서 “현재 베트남이 양측 교역에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이를 빼면 한-아세안 간 교역 증가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신남방정책이 베트남 착시효과에 빠져 있단 얘기다.

    문 대표는 이에 “아세안 국가들은 산업특성 및 산업발전 단계의 차이가 크다”면서 “아세안 국가별 발전 정도 및 특화된 분야를 고려한 맞춤형 진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첫 번째 주자는 태국이다. 태국은 지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1~3%를 벗어나지 못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들이 고성장을 하는 것과 비교할 때 초라한 수치다. 하지만 태국의 속살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저평가”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숨은 장점들이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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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의 관문 방콕 쑤완나품 공항 전경


    LG전자 태국 법인은 요즘 현지 부품 조달 라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느닷없이 자사 부품 공급망에 타격을 줬기 때문이다. LG전자 태국 법인은 주요 핵심 부품 중 일부를 중국 남경 공장으로 들여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멈춰서면서 부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고비는 넘겼지만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사안이라 차제에 현지 부품 공급망을 다시 정비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부품의 경우 아예 태국 법인에서 개발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LG전자 베트남 공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베트남의 공장은 남경에서 생산되는 드럼 세탁기 물량을 일부 이전 받아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부품 조달이 안 돼 이중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욱 LG전자 태국 법인 생산실장은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중국에서 부품 공급을 받아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면서 “태국만 보더라도 충분히 원가경쟁력을 가지면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어 이제라도 이를 적극 활용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태국 법인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최근 그동안 짜놓았던 공급망 체인에 대해 다시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언제든 예측 불허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지만 아직은 검토 수준에 그치는 곳들이 많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에 아세안 내에서 최근 태국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적 인프라가 역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외면돼 왔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베트남의 돌발 행동 등에 다시 보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LG전자의 태국 법인이 일부 부품에 대해서 태국 현지 조달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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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4.0의 핵심거점인 동부경제회랑의 관문이 될 램차방 항만에 수출용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Strength자동차, 전자 산업의 아세안 최대 생산기지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리적 중심


    사실 태국은 아세안에서 가장 앞서 발달된 국가다. 냉전 당시 인도차이나 공산화를 막은 최후의 보루로 일찌감치 서구의 투자가 집중됐다. 1960년대 이후 제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졌고, 이후 자동차 전자 산업 등이 발달했다.

    베트남에 관심이 집중되기 전 태국은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위치한 자국의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의 한축을 이루며 생산 허브의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지금도 이 추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과거와 같지 않다.

    태국의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2018년 기준 태국은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9.9%로 가장 높다. 이어 제조업 26.7%, 농업 8.1% 광업 2.6% 순인데, 10년 전인 2008년 제조업 비중이 30.7%였던 것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다소 낮아지고 있다.

    이에 태국 정부는 2016년부터 자국 산업 업그레이드 정책인 태국 4.0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 정책은 태국이 중진국 함정을 탈출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로 디지털·로봇·바이오 등 10대 미래 산업을 선정하고 외자 유치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했을 때 관련 논의가 있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태국 4.0 정책이 태국 내 기술 고도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태국 제조업 내 비중이 높았던 자동차, 전기 전자 산업군은 주로 글로벌 업체, 그것도 일본 업체들의 하청에 의한 생산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경제의 종속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체 산업 발전을 더디게 만든 요인이 됐다.

    이에 태국 내에서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길은 자체 기술 발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결과물이 4차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으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같은 정책을 적극 편다 하더라도 글로벌 공급체인망에서 태국은 베트남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지리적으로 봐도 태국과 베트남의 사이에는 라오스가 있어 베트남에 집중된 우리 기업들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일례로 삼성전자와 동반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분산시키려면 차라리 지리적 여건이나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라오스가 낫다는 얘기다.

    이에 우리의 태국 활용법은 태국이 역 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우리가 우위에 있는 산업군을 태국에 진출시켜 선점 효과를 누리는 것이 나은 전략적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는 내다봤다.

    앞서 LG전자 태국 법인의 행보가 첫 번째 사례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태국의 터줏대감 일본의 존재다. 사실 태국 산업의 발전은 일본의 공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로 인한 제조업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남아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정책을 폈고, 태국은 전초기지격이었다. 일본은 태국에 진출한 이후 제조업 육성 정책을 이끌다시피 했다. 태국이 아세안 내 자동차와 전자 제품의 최대 생산기지인 것도 이 때문이다.

    태국 거리를 다니는 차의 대부분이 일본차인 것만 봐도 현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일본의 태국 내 산업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한데, 2011년 대홍수를 계기로 일본은 자국 제품 생산과 관련한 밸류체인을 라오스·캄보디아 등 태국과 국경을 접해 있는 곳으로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 결국 우리 관련 기업들은 이 같은 일본의 촘촘한 밸류체인에 편승하든지, 뚫든지 해서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공법이 어렵다면 한 걸음 내다보는 전략도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일본의 텃밭이긴 하지만 내부 속사정은 좀 다르다. 태국 내 자동차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정도로 벤츠·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까지 들어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업들이 단순 제품 판매처로 태국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생산기지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벤츠·BMW 등은 이미 전기차 핵심 부품 공장을 태국에 세우며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최근 태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꽤 의미심장한 일이 있었다. GM이 글로벌 구조조정 차원에서 쉐보레 브랜드 판매를 중단하고 현지 라용공장을 폐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창청자동차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미국이 아세안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태국에서 발을 빼자 이 자리를 중국이 치고 들어온 것이다. 아세안 곳곳에서 일본과 영역 확장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이 태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맞붙을 채비를 한 것이다.

    문 대표는 “태국 GM의 생산라인과 공급망을 우리 기업이 인수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규 시장에 새 시설을 까는 것보다 기존 것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자동차 업계의 시장 공략 접근법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문 대표는 “중국의 움직임도 아세안을 생산기지뿐만 아니라 소비 시장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정확히 현 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앙짜이 아사와친따칫 태국 투자청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태국은 자동차 생산 허브고, 세계 50위 내 부품 업체들이 다 들어와 있다”면서 “일본이 앞서 들어왔다고 할지라도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일단조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2007년 중반 태국에 진출한 한일단조는 시행착오를 겪다가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섰는데 일본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상용차 업체 다나가 주 거래선이었다. 글로벌 차 업체들은 태국에 관련 부품 생산기지를 오래전부터 두고 있다. 실적이 호전된 한일단조 태국 법인은 현지에서 확장을 꾀하고 있다.

    태국 투자청에 따르면 태국이 자동차 외에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군들은 식품과 석유화학산업이 있는데, 이 분야의 외국 투자도 여전히 활발하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에너지 그룹 토탈과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생화학 회사 코비온이 합작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PLA(Poly Lactic Acid) 공장을 태국의 라용에 건설했다. PLA는 현재 식품 포장, 일회용 식기, 섬유, 석유 및 가스, 전자 제품, 자동차 및 3D 인쇄를 포함한 광범위한 시장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또 태국 최대기업 PTT의 한 계열사는 일본 미츠비시케미칼과 합작해 설탕과 카사바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라용에 공장을 세웠다. 태국은 세계 최대 카사바 생산국이다. 눈여겨보면 기존 자동차 제조업 외에 우리 기업들의 눈길을 끌 만한 분야가 있고 이를 둘러싼 공급망 밸류체인도 잘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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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동부경제회랑 특구 중 하나인 촌부리주 시라차 산업단지에 입주해 삼성전자 등에 냉장고와 에어컨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사우스스타 공장 내부 모습
    Opportunity 4.0 플랜, 한국 비교우위 가진 것 많아

    물론 우리가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태국을 우리의 새로운 시장으로 공략하는 것이 더 손쉬운 방법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0 정책이다. 각론격인 10대 정책을 살펴보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 디지털, 로봇, 바이오 화학 의료 허브 등의 분야가 대표적인데, 이미 양국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태국 방문을 계기로 MOU를 추진해 관련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 진척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김홍구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는 “일본이 태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민관의 협력이 치밀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도 태국을 아세안의 또 다른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적극적인 공략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챙겨봐야 할 점도 있다. 첨단 기술의 경우 관련 시설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관련 산업 자체를 영위하기 힘들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단 인프라 면에서는 진척이 빠르다. 이와 관련해 태국은 제조업의 근거지였던 동부경제회랑(EEC)을 첨단산업 전진 기지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변신시키고 있다. EEC 주변으로 고속철, 공항, 도로 등 교통망을 신설 또는 정비하는가 하면, 외국기업들에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태국 투자청은 “투자 기업에 제공하는 법인세 면제 혜택, 토지소유권 허용 및 스마트 비자 제공 같은 투자 인센티브를 활용해 EEC를 한국기업의 해외 생산 기지 또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한 고리로서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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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akness 노동력 고급화는 숙제

    다만 양질의 인력 공급은 여전히 해결해야 될 숙제다. 태국이 역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산업화가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숙련된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태국의 고등학교 졸업자의 43%가 대학을 간다. 베트남의 같은 기간 고졸자의 대학진학률은 26%에 그쳤다. 물론 대학교를 가는 숫자가 많다고 해서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자원들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이다. 최근 태국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여러 스타트업들의 허브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4차 산업과 관련한 인력 풀은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눈높이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JP모건은 관련 보고서에서 “숙련된 인력의 부족은 여전히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도 노동력 공급과 관련해 우려되는 대목이다. 코트라 방콕무역관 보고서에 따르면 1975~1980년 태국의 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3.9명을 기록했으나 1995~2000년에는 1.77명에 그쳤다. 2020년이면 1.53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내 경쟁국인 베트남, 인접국인 캄보디아가 젊은 노동력을 내세워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태국의 인건비가 베트남,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 비해 비싼 것도 태국의 외국 기업 유인에 있어 약점이기도 하다. 태국 진출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제조업 공장 근로자 기준 1인당 태국의 인건비는 베트남에 비해 20~30% 정도 비싼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노동력의 질적인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은 의외의 대목이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동시에 대기업 주재원 생활을 한 A씨는 “베트남의 인력이 우수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적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태국인들의 노동력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베트남의 임금 인상 추세가 가팔라 4~5년 내 태국과 베트남의 1인당 임금 수준이 비슷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렇게 되면 태국의 노동력 경쟁력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국의 임금 수준에만 기댄 기업 진출은 이제는 지양해야 된다는 것이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의 진단이다.

    센터는 “정부 4.0의 기본 방향은 단순 노동력에만 기대는 현 산업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태국 진출 방향도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디지털, 바이오,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 등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사업에 집중을 하는 것이 맞다”고 내다봤다. 문 대표는 라인 메신저를 예로 들며 “태국의 국민 메신저 라인의 점유율이 70%가 넘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태국 내 한국형 디지털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분야도 우리가 공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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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방콕 전철역에 설치된 네이버 라인 홍보 부스에서 시민들이 신종 간편결제 수단인 라인페이 교통카드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Threat 정치가 가장 문제

    태국을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정치 리스크’다. 우리뿐만 아니라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걱정스럽게 보는 대목이기도 하다. 잊을 만하면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현 집권층도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들이다. 미국은 2014년 쿠데타에 반발해 태국과의 우호 관계를 축소한 바 있다. 태국 4.0의 정책 비전이 장밋빛일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정치 불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 집권 세력이 지난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퓨처포워드당을 계속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나턴 쭝룽르앙낏 대표가 이끄는 이 당은 젊은 층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세 확산에 위기감을 느낀 현 정권은 지난 2월 헌법재판소를 앞세워 당의 강제 해산을 결정해버렸다. 타나턴 대표 등 지도부 16명에 대해선 10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해 버렸다. 사정이 이러자 민심이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언제든 대규모 시위로 번질 수 있어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태국 쿠데타의 역설도 있다. 1982년 이후 지금까지 19번의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사회 불안정성의 강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왕정국가라는 태국의 특수한 통치구조 때문이다.

    한 현지 교민은 “왕정국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도 국왕”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태국은 예고 없이 갑자기 문을 닫아 거는 베트남보다는 예측 가능한 국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 비즈니스 센터는 2015년 설립된 민간기구로, 한국과 아세안의 비즈니스 교류 협력에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

    아세안과 한국의 정부, 기업, 민간 단체, 연구소 등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으며, 양측이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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