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선점할 디지털 전쟁터 된 ‘메타버스’

    2021년 06월 제 129호

  • “앞으로의 미래 20년은 SF(공상과학)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Metaverse)’ 시대가 오고 있다.”

    비주얼 컴퓨팅 기술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 엔비디아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해 10월 자사 ‘GTC(GPU 기술 콘퍼런스)’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것이고, SF소설 <스노 크래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인공지능)가 그 안에서 함께 지낼 것”이라고 예견했다. <스노 크래시>는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이 발표한 SF소설이다. 이 책에서 메타버스는 가상의 신체인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의 세계란 뜻으로 처음 등장했다. 약 30여 년이 지난 현재 메타버스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업무 환경에서 가상공간에 일상을 복제하는 행위를 총칭해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속 3차원 가상세계에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플랫폼이 바로 메타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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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가 지배할 미래 플랫폼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올해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다.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도 모두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모바일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선 월 1억 명의 사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원하는 공간을 만든다. 게임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로벅스·Robux)로 거래도 가능하다. 로블록스는 지난 3월 1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직상장했다. 상장 당일 시초가 64.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로블록스는 장중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시초가 대비 7.75% 오른 69.5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직상장 첫날 기준가격인 주당 45달러보다 54.44% 상승한 것이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82억달러(약 42조7200억원)나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로블록스는 지난해 2억57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흑자로 돌아서진 못했다”며 “상장 당시 시가총액을 놓고 일각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미래가치’란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지금으로선 미래의 지향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를 구동시키는 가상·증강현실(VR·AR) 시장이 2019년 455억달러에서 2030년 1조542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만큼 메타버스의 잠재적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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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8일 성남시 판교 ICT문화융합센터에서 열린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


    국내에선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AR 기반 3D 아바타 앱 ‘제페토’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 이후 올 2월 기준 가입자 수 2억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이용자의 80%가 10대, 90%가 해외이용자다. 출시 당시 제페토가 아바타에 옷을 입히는 수준이었다면 이듬해 업그레이드를 거친 후엔 소셜 미디어로 변신했다. 아바타끼리 친구가 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공유할 수도 있어 이용자의 참여가 늘었다.

    제페토는 네이버의 AR 기술을 활용해 자기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1000여 개가 넘는 표정도 지원한다. 표현과 감정이 풍부한 Z세대를 겨냥한 전략이다. 이후 제페토는 현실에서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를 가상공간에 직접 도입했다. 이용자가 제페토의 가상 월드인 ‘제페토 월드’ 안에서 스타와 사진을 찍거나 스타의 방에 방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블랙핑크가 신곡 ‘아이스크림’을 선보이자, 캐릭터가 방문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뮤직비디오 무대를 3D 맵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블랙핑크의 가상 팬사인회엔 46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빅히트·JYP·YG 등 엔터테인먼트 3사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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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3월 초 순천향대 신입생이 SKT 점프VR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메타버스 입학식에 참석한 모습
    ▶국내 최초 메타버스 입학식

    내 손 안에 K팝 스타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AR·VR 업체 등과 제휴를 맺고 메타버스 콘텐츠 국내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3월 초 순천향대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신입생 입학식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 공간에 순천향대 대운동장을 조성하고 신입생 아바타들이 모여 입학식을 열 수 있게 한 것. 신입생들은 각자 집에서 점프VR에 접속한 같은 과 학우, 교수 아바타와 인사를 나눴고, 메타버스 운동장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총장의 환영사와 신입생 대표의 입학선서, 대학 소개 영상 등을 감상했다.

    최근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협업 아티스트로 신예 K팝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STAYC)’를 선정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비대면 시대에 K팝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기 위해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프 스튜디오에서 볼류메트릭 캡처기술(실제 대상을 4K 화질 수준의 카메라 여러 대로 동시에 촬영하는 기술)로 촬영한 스테이씨의 디지털 휴먼 콘텐츠는 점프AR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촬영한 인물은 360°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는 디지털 휴먼 콘텐츠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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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제트의 아바타앱 ‘제페토’


    국내 게임산업에도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가상공간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다.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게임사들은 적극적인 메타버스 시장 공략을 공언했다. 넥슨은 가상세계를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신개념 놀이 플랫폼을 개발 중이고, 엔씨소프트는 올 1월 K팝과 메타버스를 연계한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위메이드는 글로벌 신작에 자체 가상화폐 위믹스 기반의 NFT를 적용할 예정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메타버스와 XR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는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해외 지사의 직원들과 신차 품평회를 열고 서로 의견을 공유한다. 해외 기업 중에도 프랑스의 에이버스나 미국의 보잉은 AR를 활용해 항공기 정보나 매뉴얼 등을 확인하며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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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업계에선 “후발주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하드웨어 산업의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며 “제페토가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 중이라고는 하지만 미래시장의 선점으로 이어지려면 관련 기술이 앞서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ICT문화융합센터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열린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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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가 K팝 스타와 진행하고 있는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
    ▶메타버스 산업 발전 위해

    국내 20여 개 기업 손잡아


    메타버스 동맹에는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롯데월드, 분당서울대병원, KBS, MBC, SBS, MBN, 라온텍, 맥스트, 버넥트, 통신 3사 등이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상호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관련 혁신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가상세계 경험의 실감도를 높여주는 VR·AR 등 ‘XR 디바이스’ 관련 원천기술 발전·확보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도 예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 ICT문화융합센터 안에 ‘메타버스 허브’를 열었다. 메타버스 허브는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에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서비스 실험 인프라와 메타버스용 콘텐츠 제작 장비 등을 지원한다. 또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내에 법제도 자문그룹을 운용해 메타버스와 관련한 법과 제도의 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 출범식 현장에서 ‘메타버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를 발표한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이 변곡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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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블록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으로 하나의 큰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닌 여러 기업과 주체가 공존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민간 주도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이 의미가 크며 협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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