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반가운 국내 명품 시장 키워드는?

    2021년 08월 제 131호

  • “코로나19가 비켜간 유일한 시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국내 명품 시장입니다.”

    국내 유통업계의 우스개이지만 그저 웃고만 넘길 수 없는 명확한 팩트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여전히 출렁이고 있지만 국내 명품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명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품 매장 줄서기에 성공하는 노하우’가 회자되기도 했다. 어떤 이는 ‘보복소비’라 했고 다른 이는 ‘리셀을 위한 투자’라 했지만 두터운 소비층이 뒷받침됐기에 나올 수 있는 소비방식이란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지난해 국내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달러. 2019년 125억1730만달러와 비교하면 1000만달러 이상 줄어든 금액이지만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2869억 달러)이 전년(3544억달러) 대비 19% 감소한 걸 감안하면 활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글로벌 명품 시장의 매출은 2019년 8위에서 지난해 독일(104억8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5위 영국(146억달러), 6위 이탈리아(145억달러)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 않을 만큼 외연을 확장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의 명품 시장이 2019년에 비해 쪼그라든 것도 순위가 오른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명품 시장은 품목별로 의류(4조5930억원→4조5470억원)와 시계(1조560억원→1조470억원) 매출은 줄었고, 가방·지갑 등 가죽제품(3조8450억원→3조9340억원)과 보석류(2조3500억원→2조3620억원)는 늘었다. 특히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구찌,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4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적은 어떨까. 최근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의 국내 실적이 줄줄이 공개됐다. 팬데믹 상황에 면세점이 사실상 휴업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신장세를 보였다. 샤넬과 루비비통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을 훌쩍 넘겼다. 이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대형 패션 기업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영업이익은 각각 1300억~1500억원에 달했다. 해외 본사로 송금하는 배당금만 수백억원대다.

    국내 명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 비용을 명품 구입으로 쓰는 보복소비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MZ세대 남성들이 명품에 눈을 뜬 것도 시장을 달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지난 6월 초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다.
    ▶수천만원 명품도 온라인으로

    시장 달구는 럭셔리 플랫폼


    국내 명품 시장의 트렌드 중 하나는 온라인이다. 최근 명품 브랜드들의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이 늘며 새로운 구매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롯데백화점은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에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관을 열기도 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비대면 쇼핑 매출이 늘자 명품 시계 브랜드들도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를 판매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국내에도 팬덤이 두터운 브랜드 중 하나다. 파네라이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한정 생산되는 신제품은 국내에 출시되기도 전에 예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에르메스와 까르띠에 등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은 발렉스 등 전문 수송 업체가 배송에 나선다. 보안차량은 물론, 기본적인 호신용품을 갖춘 보안요원이 영화에서나 보던 가방에 제품을 담아 구매자에게 전달한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그런가하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성장세도 무섭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머스트잇’은 연평균 80% 넘게 성장했다. 2018년 950억원이던 거래액이 2019년 1500억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2500억원을 기록해 66%나 껑충 뛰었다. 돋보이는 성장세에 업계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머스트잇은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케이투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7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이은 브릿지 라운드 투자로 누적 투자금이 28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투자 유치 당시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1000억원.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머스트잇의 가치를 2300억원으로 평가했다. 1년 새 2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2015년 설립된 럭셔리 온라인 부티크 ‘발란’은 유럽 현지 명품 매장과 직거래로 800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 1분기에만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 같은 기간 방문자는 829만 명으로 전년 동기(379만 명) 대비 118% 성장했다. 발란 측이 밝힌 플랫폼 이용자 비중은 지난해 25~35세가 31%로 가장 많았고, 35~44세가 28%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45~54세 비중은 17%에 그쳤다. 하지만 올 들어 45~54세 비중이 29%를 차지하며 온라인 명품 커머스 시장의 소비계층을 넓혔다. 올 1분기 발란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5개 명품 브랜드는 메종마르지엘라, 구찌, 프라다, 생로랑, 버버리로 나타났다. 여성은 메종마르지엘라, 구찌, 프라다를, 남성은 톰브라운, 스톤아일랜드, 메종마르지엘라 순으로 많이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란은 네이버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기도 했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누적 투자금은 400억원에 달한다. 올 3월 IMM인베스트먼트와 뮤렉스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명품 판매부터 렌털, 정기구독, 리셀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본즈코리아’도 최근 DSC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0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도 최근 명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무신사는 지난 6월 말 정품 럭셔리 편집숍 ‘무신사 부티크’를 열고 유럽과 미국 등 해외 브랜드 쇼룸과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직매입해 선보이고 있다. 정품을 보증하기 위한 ‘부티크 인증서’와 ‘보안 실’ 등을 동봉해 판매한다. 현재 무신사 부티크가 취급하는 브랜드는 프라다, 메종마르지엘라, 생로랑, 질샌더,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버버리, 톰브라운, 오프화이트, 아미 등 15개 내외다. 무신사는 올해 말까지 부티크 브랜드를 10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명품 수입사의 한 임원은 “명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건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단, 명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며 가품이나 배송, 보관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명품 온라인 플랫폼 ‘발란’
    ▶2030 남성 고객 겨냥한 오프라인 매장 속속

    그렇다고 온라인 플랫폼의 기세에 오프라인 매장의 기세가 꺾인 건 아니다. 오히려 심기일전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올 8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330㎡(약 100평) 규모의 ‘멘즈’ 매장을 연다. 지난 6월 개장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매장에 이은 국내 8번째 멘즈 매장이다. 루이비통은 롯데백화점 잠실·부산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등에 멘즈 매장이 입점해 있다. 주 타깃은 2030세대 남성고객이다. MZ세대 젊은 남성의 명품 수요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의 올 상반기 남성 해외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남성 해외패션 매출의 약 44%가 20∼30대에서 나왔다. 현대백화점의 올 1∼5월 남성 럭셔리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7% 늘었다. 이 중 30∼40세 남성 고객의 매출은 106.8%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남성 명품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5% 확대됐다. 남성 전용 매장의 제품군은 다양하다. 여성의 소비가 주로 가방에 집중된다면 남성은 안경, 신발, 지갑 등 구매 제품이 다양하다. 구찌, 발렌시아가, 겐조 등 명품 브랜드도 남성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백화점 업계가 남성 전용 매장 확대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5층 전체를 해외패션 전문관으로 재단장해 지난 7월 8일 문을 열었다.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등 14개 신규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매장 규모는 4960㎡(약 1500평)로 기존에 비해 2배 이상 커졌다. 하반기까지 리뉴얼 공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총 30개 이상의 브랜드 라인업을 갖춘 남성 해외패션 전문관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의 5번째 이미지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자리한 루이비통 남성매장


    남성들의 취향을 반영한 시계 테마 카페도 자리했다. 스위스 워치메이커 IWC가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바 형태의 매장이다.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1호점을 낸 이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매장이다. IWC의 대표 컬렉션인 ‘빅 파일럿 워치’를 테마로 매장을 구성했다. 칵테일을 판매하는 1호점과 달리 센터커피와 협업해 시계를 콘셉트로 한 디저트와 시그니처 커피를 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압구정본점 4층을 ‘멘즈 럭셔리관’으로 정한 이후 구찌 멘즈, 발렌시아가 멘즈, 로로피아나 멘즈 매장을 입점시켰다. 올해는 프라다와 돌체앤가바나의 남성용 매장도 들어섰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 4월 압구정동 명품관 웨스트에 국내 첫 불가리 남성 전용 매장과 프라다 남성 매장을 여는 등 남성 명품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1위 부호에 오른 루이비통 회장

    명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덩달아 명품 브랜드의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5월 주요 외신들은 자산이 1860억달러나 되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대신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세계 1위 부자에 올랐다고 전했다. 보유 자산은 1863억달러. 최근 LVMH그룹의 주가 상승으로 5월 말 보유자산이 훌쩍 오른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3월 760억달러였던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무려 1100억달러나 증가했다. 그는 루이비통, 펜디, 크리스찬디올, 불가리 등 50여 개 이상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를 소유하고 있다. LVMH그룹이 세계 최대 명품그룹이라 불리는 이유다. 올 1분기 LVMH그룹의 매출은 전년 대비 32% 늘어 170억달러를 기록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