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동의 부동산 시장] 금리 오르면 집값 잡힌다?… 실수요자만 잡을 수도

    2021년 10월 제 133호

  •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기가 망가진 상황이다. 한은이 고육지책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한국의 부동산 시세 상승세를 막기 위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이번 금리 인상 전까지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기의 경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잇단 금리 인상에도 집값과 가계부채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주택 공급 등 여타 지표들은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을 점친다.

    사정이 이렇자 국토교통부 산하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은 올 하반기 부동산 매매·전세가격 전망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최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의 예측이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전망 발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또한 중장기적인 변수다. 이에 <매경LUXMEN>에선 올 4분기 이후 부동산 시장 동향을 금리와 각종 지표로 예상해보고, 예비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했다. 덧붙여 틈새 부동산 투자 상품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지난 몇 년간 수도권 집값은 ‘버블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하반기 들면서 상승 그래프는 오히려 가팔라지는 분위기다. 지난 9월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기준 수도권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1.29% 올라 전월(1.17%)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수도권 집값은 3개월 연속 상승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집값은 6월 1.04% 상승세를 보인 뒤 7월 1.17%, 8월 1.29% 올라 2008년 6월(1.80%)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집값 상승폭은 7월 0.60%에서 8월 0.68%로 커졌다. 결국 작년 7월(0.71%)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 인근 경기(1.52→1.68%)와 인천(1.33→1.38%) 상승폭은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집값 상승률이 서울의 2배를 넘어 끝을 모르는 질주를 하고 있다. 풍선효과로 비교적 싸 보이는 수도권 중소형 도시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 “공급이 절대 부족하지 않다”고 호언장담하는 바람에 당장 쓸 만한 공급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전무후무한 속도로 시중에 돈이 풀리자 집값을 잡을 수단을 정부가 상실해 버린 것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론상으로는 부동산 가격 둔화 가능성

    그러다보니 정책 당국은 금리라도 올려서 집값 매수세를 잡자는 시도를 하게 됐고 여기에 대출규제까지 곁들여서 집을 살 수 있는 돈줄을 말리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은은 8월 금리를 올렸음에도 “여전히 통화정책은 완화적”이라고 설명하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강한 어조로 말한 자존심 때문에라도 연내 한 번 정도의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한은이 도출한 계량경제학 결과도 한몫한다. 한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1년 후 주택가격 상승률은 0.25%포인트 낮아진다는 추정이 나왔다.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나온 얘기다. 한은이 거시계량모형을 통해 과거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2000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분석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갭이 플러스인 상황에서는 정책금리 인상의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영향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보다 효과가 2배 정도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때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갭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주택가격이 0.40% 낮아졌다. 반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갭이 플러스일 때는 0.87% 낮아져 2배 넘게 차이가 났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올 1분기 기준 약 105.0%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국 43개국 중 6번째로 높다. 한국의 경우 금리 인상이 주택가격을 많이 떨어뜨릴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다만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에도 주택가격의 둔화 영향이 약화될 수 있다.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이자상환 부담 증대 등을 통해 소비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예측이 비껴갈 때를 대비해 빠져나갈 길을 만들기도 했다.

    한은의 정확한 속내를 알려면 8월 금리 인상 당시 나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한은이 9월 14일 공개한 ‘2021년 17차 금통위 의사록(8월 26일 개최)’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1명은 기준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주상영 위원만 유일하게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주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가격이나 가계부채를 통제할 수 없는 데다 경기나 물가를 보면 기준금리를 올릴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이 매파적인 결정으로 향하고 있지만 금통위 의견이 하나로 모인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시 주 위원은 “지난 6~7년간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우려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미세조정으로 주택가격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정책 본연의 목표는 경기와 물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으로 그 유효성이 역사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시장 안정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집값을 다루는 수단으로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효과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주택경기와 실물경기의 순환 양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 안정과 물가 안정 목표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친김에 주 위원의 생각을 좀 더 들어보자.

    그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상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보면 2005년 이후 지난 17년간 하락 반전 없이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가계부채는 기준금리의 조절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시적 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가계대출 관행과 규제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주 위원은 8월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동결을 주장한 인물이었고 현재 금통위의 다수는 매파다. 그렇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끓어오르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한은의 계량경제 모델처럼 이론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촘촘한 대출규제 있어 금리 효과 제한적

    하지만 전문가들은 촘촘한 대출규제로 매수수요를 묶어놓은 한국에서는 이론이 잘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각종 지표가 안정적이라 금리 인상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출규제로 개별 가계는 빌리고 싶은 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지도 못했다”며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부담이 돼 살던 집을 내놓아 시장에 공급이 느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역시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이 아닐 것이란 생각에 시장이 잠시 주춤할 수는 있지만 이미 꼬일 대로 꼬여버린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결국 수도권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주택공급과 수요 불일치가 워낙 커서 금리 인상에도 수도권 단기 집값 상승은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정부가 잡힐 거라 전망하는 수도권 투기수요는 이미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집을 살 수 없게 이중 삼중으로 세금 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다. 15억원이 넘는 집은 대출이 한 푼도 안 나오고 집을 여러 채 사면 취득세를 최대 12%까지 내야한다. 여기에 다주택자 상대로 보유세 부담을 한껏 높여놔 투자 목적으로 집을 하나 더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지금 다주택자들은 집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가 이슈지, 집을 또 살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매년 공시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인 데다 집이 여러 채면 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더 살 수 없다.

    지금 내 집 마련 막차를 타고 집을 사는 사람 대다수가 실수요자라는 얘기다. 수도권 전반으로 찍히는 신고가 역시 1주택자가 연쇄적으로 갈아타기에 나서는 흔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혹은 두 채였던 집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일 수도 있다.

    집값 수준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거래비용도 급격히 상승했다. 취득세만 수천만원 내야 하고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이에 못지않다. ‘똘똘한 한 채’ 열풍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지금 집을 사는 사람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이사를 갈 필요가 없는 집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용자금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좋은 집에 들어가고자 한다. 신고가가 찍히는 시장 상황 물밑에 이런 논리가 흐르기 때문에 여기에 금리 인상 이슈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양도세 인하 등 시장 친화적 카드 필요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수도권 전반에 투기수요는 이미 실종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이 집이 꼭 필요해 사는 중산층 부담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 역시 “지금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공급이 없어서지 단순히 금리가 싸서가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으로 줄일 수 있는 주택 매수심리보다 공급 부족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정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다면 양도세 인하 등 시장 친화적인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내려 꽁꽁 묶여있는 매물만 풀어도 당장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코로나 델타 변이 유행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제대로 된 정책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과거 역사를 보면 금리를 올렸다고 집값이 꼭 내려가지는 않았다”며 “불안한 주택 전월세 시장 등 제반 변수와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 등에 따라 집값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0.75% 수준인 기준금리가 4%, 5%로 오르는데도 ‘금리와 집값은 무관하다’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금리는 얼마나 더 오를까.

    일단 다시 8월 금통위 회의록으로 돌아가 본다. 당시 대부분의 금통위원은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게 사실이다. 금리 인상을 주장한 한 위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렵지만 광범위한 백신 접종으로 주요국의 경제활동 정상화 흐름이 이어지고 한국도 청장년층에 대한 백신 접종이 크게 확대되면서 대면소비 등에 대한 경제활동 제한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통화정책 기조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적합한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첫 단추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0.5%에서 0.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위원 역시 “저금리 수준은 금융 시장이 정상화를 넘어 크게 완화적 상황을 이어가고 경제회복이 어느 정도 진전돼 4% 내외의 성장률이 전망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를 지속하는 것은 정의 효과보다 부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하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금리 수준의 정상화와 미래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다소의 단기적 비용이 예상되더라도 더 미루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수익 추구 행태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의 오름세와 가계신용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어 통화정책적 대응이 동반되어야 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이 처한 상황을 살피면 우리가 마냥 금리를 올릴 상황이 못 된다는 게 문제다. 일단 내년에 한국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승리하고 싶은 집권당이 긴축으로 일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는 금리 결정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다’를 늘 강조하는 한은이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내뱉은 말을 주워 담지 않기 위해 금리를 한 번 정도는 더 올릴 수 있겠지만 단기에 두 번 세 번의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얘기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한은이 금리를 0.25% 올린 이후에도 ‘공급 부족·수요 증폭’에 따른 집값 랠리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그렇다면 한 번 더 0.25% 올린다고 얘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3기 신도시 입주의 가시화 등 공급에 대대적인 변곡점이 있는 2024~2025년 전후까지 집값이 떨어지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