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매니지먼트 ⑦ 포스코] 기업시민 DNA로 선제적 혁신 앞장, 인류 비추는 세계의 ‘등대공장’ 우뚝

    2021년 10월 제 133호

  •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라는 이름으로 공기업 형태로 설립되어 그야말로 맨땅에서 시작해서 천신만고 끝에 5년 만에 첫 쇳물을 생산해낸 이후 거의 매년 ‘창사 이래 최고실적’이라는 보도 자료를 내고 있는 회사가 포스코다. 올해도 어김없이 창사 이래 최고실적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왜 성공해왔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포스코에 대한 이러한 믿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더욱 단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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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2020년 기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1년 연속 1위. 글로벌 철강 전문 분석 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의 발표 자료다. 세계 철강사 시가 총액 2위(2020년 말 기준 216억9300만달러), 글로벌 조강생산량 6위, 라젠드 시소디어가 높은 이상과 목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에 대해서 저술한 저서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에서 파타고니아, 구글,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함께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의 대표 사례로 든 유일한 한국 기업이 포스코다. 2019년에는 세계경제포럼에서 혁신을 선도하여 인류에게 빛을 비추는 세계의 ‘등대공장’에 선정되었다. 이 또한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이며 유일하다.

    철강회사로 출발한 포스코는 2021년 현재 글로벌인프라 부문(포스코 인터내셔널, 포스코 건설, 포스코 에너지, 포스코 ICT 등 15개 기업), 철강 부문(포스코 강판 등 4개 회사), 신성장 부문(포스코 케미칼 등 3개 회사), 비영리 및 지원법인(포스코 경영연구원, 포스코 인재창조원, 포항공과대학 등 11개 기관) 등 4개 영역에서 33개 기업 혹은 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성장하였다.

    포스코는 한국의 여타 재벌 기업들과 다른 역사적 배경과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의 소유주가 특정되지 않았으며, CEO의 승계 과정도 가족 간 승계가 아닌 독립된 이사회에서 선출한 전문경영인에 의한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서구의 전문경영인 체제와도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CEO의 재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네 번째 CEO였던 김만제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포스코 내부에서 성장해서 CEO가 되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분석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한국 재벌 그룹들이 갖는 장점들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와 안정적인 경영,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오는 독특한 경영철학과 기업문화 등이 그 예일 것이다. 반면 포스코는 다른 한국 대기업들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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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우 포스코 회장
    ▶기업문화: 기업시민 DNA

    포스코 성공 요인의 첫 번째가 기업문화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기업문화는 그만큼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근본적이다. 포스코의 출발은 공기업이었다. 정부와 대한중석이 공동출자하는 형식으로 자본금을 조성하였고, 이후 제철소 건설에 대일청구권 자금이 일부 사용되었다. 우향우 정신은 초대 회장이었던 박태준이 제철소 건설 과정에서 늘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우향우 정신은 ‘포항제철소 건설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구성원 모두 오른쪽을 향해 영일만에 빠져 죽자’라는 비장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우향우 정신은 아직도 포스코 구성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조상들의 피의 대가로 쇠를 만들어 조국과 조상에 보답하겠다는 제철보국은 포스코의 문화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은 설립 초기부터 포스코 구성원들의 DNA가 되었다. “우리는 단순히 봉급만을 받기 위한 회사의 피고용인이 아니다. 포항제철 직원이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인(公人)이 된 것이다.” (송호근, 2018, 76쪽. 임원간담회)

    이후 민영화를 거쳐서 지금은 완전 민간 기업으로서 뉴욕 시장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였지만 이 DNA는 여전히 포스코 구성원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최근 가히 열풍이라 할 정도로 ESG(Environmental·Social·Govern ance)에 대한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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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롭게도 포스코는 ESG 유행 이전에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을 도입하였다. ‘제철보국 정신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으로.’ 포스코의 현 CEO 최정우 회장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기업 문화의 정체성을 한 줄로 표현한 것이다. 제철보국의 기업문화 DNA가 창업 50년을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도록 진화 발전한 것이 바로 기업시민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이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것은 포스코 임직원들의 코어 스피릿(Core Spirit)인 공의식이라는 문화적 본질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포스코 임원 인터뷰)

    포스코는 기업을 사회발전을 위해 공존·공생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주체로 재정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일원으로서 포스코의 모든 구성원들은 기업시민 활동을 추진한다. 기업시민 실천은 경영의 전 과정에서 사회발전과 이해관계자를 위한 공생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2019년에 포스코 기업시민헌장(POSCO Charter of Corporate Citizen ship)을 제정하였고, 2020년에는 구체적인 기업시민 활동 지침서로서 CCMS(Corporate Citizenship Management Standards)를 발간하여 전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교육하였다.

    이제 포스코의 경영이념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서 기업시민이라는 인류를 향한 책임감으로 승화되고 있다. 기업시민은 부채의식인 동시에 주인의식이기도 하다.

    제철보국 시절에는 조국과 조상에 대한 부채의식과 대한민국의 성장이 우리 손 안에 있다는 주인의식이 있었다. 이제는 지구의 환경을 지키고 인류가 번영하고 발전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며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지구인으로서의 주인의식으로 진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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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제선공정
    ▶선제적 혁신

    한국 경제는 선진국들이 앞서 닦아놓은 발자국을 근면과 성실로 빠르게 추종하는 전략(Fast Follower Strategy)으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성장의 다음 과제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도전정신과 창의력으로 개척하는 선도전략(First Mover Strategy)이 필요하였다. 이 전환점에서 한국 기업과 경제는 한동안 고전하였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굴지의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 그런데 포스코는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철강업계의 퍼스트 무버였다.

    “이곳에서 제자리에 머무르려면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한다.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한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여왕인 레드퀸이 앨리스에게 한 말이다. 이를 경영학에 적용한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바넷 교수는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고 부르며 대표 기업 사례로 포스코를 들고 있다(2021년 기업시민 3주년 특별 심포지엄). 레드퀸 효과는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선도 기업이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탁월한 성과를 내면, 후발 기업들이 이 새로운 표준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게 되고 결국 생태계 전체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현재도 여전히 이 혁신은 진행 중이다. 이 혁신은 어느 특별한 CEO만의 얘기가 아니라, 포스코를 이끌어온 모든 CEO 시절에 크고 작은 혁신이 일어났다.

    이 혁신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이미 상용화된 파이넥스 공법과 최근에 개발 중인 하이렉스 공법이다. 철강 산업은 영국의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영국에서 출발하여 지난 100년 이상 변함없는 철강 생산 방법은 고로조업이다.

    철광석과 석탄을 각각 소결공장과 코크스공장에서 고로에 넣기 좋은 형태로 만든 후, 고로에서 녹여 쇳물(용선)을 생산한 뒤, 이를 다시 전로에 넣어 정제한 쇳물(용강)로 제품을 생산한다. 문제는 이 과정 중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인 일산화탄소를 환원제로 쓰고 있고 이때 철광석으로부터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CO2)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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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고로조업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호주, 유럽 등 많은 기업에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였으나 모두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1992년 개발을 시작한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은 유일하게 성공하였다. 파이넥스 공법은 고로를 사용하지 않고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별도로 사전처리하지 않고 여러 단계의 유동환원로에 넣어 환원철(DRI)을 생산한다. 이를 용융로에 넣어 쇳물(용선)을 생산한 뒤 다시 전로에 넣어 쇳물(용강)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때 환원제는 석탄을 넣은 용융로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75%와 수소 25%가 사용된다. 파이넥스 공법의 기술적 특징은 소결 과정과 코크스 제조공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로조업에 비해 석탄 사용량이 적고 저품질의 석탄을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완전 친환경 생산방식인 하이렉스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0년 아시아 철강 기업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다양한 탄소 저감 기술이 있지만 생산방법 자체로 인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포스코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HyREX)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렉스 공법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데, 기술개발이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바로 앞서서 파이넥스 공법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포스코는 끊임없이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제 포스코의 경쟁자는 포스코 자신이다. 포스코의 현재는 자신들의 과거와 자신들의 선배가 이루어놓은 업적과 경쟁한다. 혁신은 비단 기술 분야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품혁신, 생산혁신, 프로세스혁신, 그리고 조직혁신에 이르기까지 포스코는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가 포스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현장의 방문 횟수가 늘어날수록 부정적인 시선은 긍정적 이해로, 긍정적 이해는 급기야 존경심으로 바뀌면서” 내놓은 책의 제목도 ‘혁신의 용광로’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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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1고로 공사 모습


    포스코의 혁신에서 주목할 점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다. 이 역시 기업시민 DNA와 관련성이 높다. 주인의식에 기반한 포스코의 혁신은 포항제철소 설립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무런 기술적 역량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의 기술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에서 제대로 기술을 알려줄 리 만무하였다. 주인의식에 충만한 직원들은 산업기반을 다지자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앞선 제철 기술을 주도적으로 습득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포항제철소에서 처음 쇳물이 나왔을 때 이를 영일만의 기적이라고 부른 이유는 포스코 자신 외에는 아무도 성공을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인의식에 의한 혁신 과정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등대공장으로 선정되게 했던 스마트팩토리 도입 과정도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15년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시도했던 초기에는 포스코 구성원들이 AI나 빅데이터에 대한 지식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IBM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았다. 포스코에서 수집한 정보를 IBM에 보내서 분석하고 다시 포스코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IBM과 몇 개월에 한 번씩 논의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결국 포스코는 2017년부터 생산엔지니어들이 주도하는 스마트팩토리 도입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아예 포스코공과대학(POSTECH)에 엔지니어들을 보내서 이들이 직접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학습을 하고 분석기법을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현재는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설비나 품질, 판매 등 모든 분야에 스마트팩토리를 적용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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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과의 신뢰 파트너십

    포스코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특히 철강 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되었다. 미국 최초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전설적인 철강회사였던 미국의 베들레헴 스틸도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2003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아마 포스코가 여전히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했다면 베들레헴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을 것이다. 포스코는 가격 경쟁에서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의 피버팅에 성공하였다.

    제품 차별화 전략의 근간에는 고객과의 파트너십이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건조된 세계 최대의 친환경 LNG 선박인 ‘그린아리스’호는 포스코와 현대미포조선의 합작품이다. 여기에서 사용된 철강은 포스코에서 자체 개발한 고망간강이다. 고망간강은 섭씨 –196도에서의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철강으로 제품의 차별화뿐 아니라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포스코가 아무리 최고급의 철강 제품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고객이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을 것이다. 포스코는 대형조선사 고객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KAM(Key Account Management)이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조선사가 위치한 지역에 직접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영업 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그린아리스호에 들어가는 고망간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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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파이넥스공장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제품 또한 포스코가 고객과 밀착해 제품 개발에 성공하여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례이다. 포스코는 후발주자로서 높은 진입장벽을 극복하고 굴지의 글로벌 자동차회사와도 성공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완성차 업체에 강판을 납품하기 위해서 신차를 개발하는 초기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자동차회사와 함께한다.

    신차에 가장 적합한 맞춤형 자동차 강판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것이 포스코의 경쟁력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생산, 판매, 물류 등 모든 밸류체인을 고객들에게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각 부서가 원팀 정신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유명한 포르쉐의 고성능 스포츠카인 ‘911 GT3 RS’다. 이 차의 지붕에 포스코에서 만든 마그네슘 판재가 얹어졌으며,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되어 자동차 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스포츠카의 성능과 연비가 크게 개선되었는데, 포스코의 마그네슘 판재를 이용하여 차량 경량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최고 수준을 지향

    앞서 본 것처럼 포스코는 언제나 최고 수준을 지향해왔다. 우향우와 함께 포스코의 또 다른 전설적인 스토리 가운데 하나가 ‘폭파 기념식’이다. 포항제철소 초기 건설 시절에 박태준 회장은 현장 시찰을 하던 중 부실공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공사는 이미 공정의 80%가 진행되었고, 70m의 굴뚝까지 완성되어 올라간 상태였다. 일부 부실공사만 다시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박태준 회장은 이를 구성원들에게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로 삼았다.

    모든 포스코 임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폭파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부실공사 건물을 폭파한 것은 상징이었다. 박 회장이 의도한 것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안전이 최고 우선이며 동시에 우리는 무엇이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의 전달이었다.

    포스코의 폭파 기념식 사건을 통한 최고 수준 지향 정신은 한국의 다른 성공한 기업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이 주창한 수펙스(Supex·Super excellence)나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했던 불량 핸드폰 소각 사건과 초격차 주문 등이 예가 될 것이다. 모두 한국의 기업가들이 얼마나 최고를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가 된 데에는 설립 초기부터 작은 부실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초대 회장의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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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투명경영과 공정인사

    포스코는 설립부터 정치적인 외압에 노출되어 있었다. 정치적인 외압은 곧 조직 내부의 사내정치를 유발하게 된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한국의 유일한 대규모 철강 업체였고, 설립 초기부터 직원들에 대한 처우와 복지 혜택이 최상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외부의 청탁 압력이 매우 거세고 다양했다.

    초대 박태준 회장은 이를 철저하게 막았다. 스스로 방패막이가 되어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투명경영와 공정인사의 철칙을 지켜나갔다. 이러한 전통은 이후의 CEO들에게도 이어져서 심지어는 자신의 임기가 단축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원칙을 고수하였다.

    1999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글로벌전문경영체제(Global Professional Management ·GPM)의 도입으로 독립된 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한 것도 외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기여하였다. 형식적인 심의와 승인에서 벗어나 실제로 경영전략의 입안 조율 및 승인, 경영지표 모니터링, 최고경영자의 선임, 육성 및 보상, 기업가치 기준 설정 및 위기관리 등 실질적으로 경영을 감독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했다. 외견상 내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강화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로 인해 외부의 불필요한 외압도 막아낼 수 있었다.

    이사회 기능의 강화는 공기업에서 출발하여 민영화된 다른 대기업과 달리 포스코에서는 대부분의 CEO들이 조직 내부에서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였다.

    주기적인 CEO의 교체는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었는데, 특히 내부에서의 CEO 승계는 최고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후보들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도 사내정치보다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과 실력 그리고 성과로 승부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전통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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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73년 6월 9일 포스코 1기 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지는 것을 지켜보며 만세를 부르는 박태준 사장(가운데).
    ▶구성원 행복이 최고의 가치

    철강 산업은 장치 산업으로 노동집약적이 아니라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다. 자칫 사람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할 수 있다. 하지만 장치 산업의 생산성도 결국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기계장치가 자동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AI로 작동하는 스마트팩토리에서도 사람의 숙련과 매 순간의 판단은 운영의 필수조건이다. 장치 산업에서도 예외 없이 구성원들이 직장에서 행복하지 못하는 회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포스코는 설립 당시부터 사람이 중요함을 알고 있었다. 포스코의 구성원들을 위한 복리후생과 사택 등 생활공동체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유명하다. 지금은 한국의 생활과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덜 주목받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을 방문하는 외빈들이 반드시 견학하는 곳이 포항제철소 공장과 사원들을 위한 주택단지이다. 외빈들은 두 번 놀란다. 처음에는 공장임에도 여느 공장과 달리 마치 공원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주변 환경에 놀란다. 그리고 주택단지를 방문하면 더욱 놀란다고 한다. 마치 전원휴양소처럼 꾸민 자연환경과의 조화로운 단지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자녀들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재밌게도 구소련의 한 정치인이 포스코 주택단지를 방문하고 나서 소감을 나누며, 자신들이 꿈꾸던 사회주의가 실제로 실현된 것이 바로 여기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Business, Society 그리고 People 세 가지 축으로 이루어졌다. 그 가운데 ‘신뢰와 창의의 조직문화로 구성원이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회사’를 지향하는 People with POSCO는 포스코가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는 핵심가치 중 하나다. 포스코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공장에 사고가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퇴근했다가 회사로 모두 모이는 광경은 다른 회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아마도 철강 산업의 전통적인 노사관계와는 다르게 투쟁적 노동조합운동을 포스코에서는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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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 설비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 플러스(PosFrame+)’
    ▶기본에 충실하라: 체계적인 경영관리

    마지막으로 포스코의 성공 요인으로 꼽고 싶은 것은 기업 활동의 기본인 체계적인 경영관리이다. 외부로 드러나는 성과의 이면에는 경영관리 체계라는 초석이 있다. 이것은 지난하지만 성실하고 꾸준하게 기본을 지켜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하게 등장했다 사라져간 많은 기업들의 실패 요인도 기본기의 부재가 아니었을까.

    한국의 1960년대는 이제 막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기업다운 기업이라곤 없었으니, 보고 배울 아무런 경영지식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한국의 대학에 경영학이라는 학문조차 정착되기 이전이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포스코의 박태준 회장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경영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포항제철소에서 아무리 좋은 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는 사상누각이 될 것임을 깨닫고 있었다. 아마도 일본의 와세다대학에서의 학업과 미국 육군부관학교에서의 수학이 이러한 깨달음을 주었을 것이다.

    박태준 회장은 특히 산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관리 체계를 강조하였다(서갑경, 1997).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업의 본질과 닮아 있다.

    생산, 구매, 재무, 인사를 포함하는 체계적인 경영관리는 시스템의 표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각종 혁신과 최근의 성공적인 스마트팩토리 도입의 원천이었다. 그 일환으로 생산관리에서는 2002년부터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도입하였다. MES는 생산공정에서 최적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찾아내 전 공정에 확대 적용함으로써 포항과 광양의 양 제철소의 모든 공장들이 마치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장에서도 동일한 표준화가 적용 가능해졌다. 이는 모든 공장에서 납기의 단축과 품질의 균등으로 이어져 고객의 요구에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MES 3단계로 포스코를 등대공장으로 선정케 한 스마트팩토리가 작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MES 3.0을 통해서 생산과 품질 정보의 실시간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문헌

    서갑경. 1997. <철강왕 박태준의 경영이야기: 최고의 기준을 고집하라> 한·언.

    송호근. 2018. <혁신의 용광로: 벅찬 미래를 달구는 포스코 스토리>. 나남.

    Amy Blitz. 2020. 41(6): 11~17.

    [유규창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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