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현덕의 풍경을 걸고

    2022년 04월 제 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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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이 떨어졌다. 그녀는 사실 폭탄이 떨어지는 걸 보지는 못했다. 쾅 하는 소리에 그게 폭탄이려니 생각했다. 시커먼 잿더미에서 피 흘리는 아이가 보인다.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눈길을 돌린다. 그래도 귓전을 때리는 울음소리를 막을 수는 없다.

    폭탄은 파란 하늘에서 노란 땅으로 떨어진다. 풍년을 맞은 황금빛 농지, 그 위에 떠 있는 청명한 하늘. 우크라이나 국기는 그렇게 디자인됐다. 파랑과 노랑 두 가지 색으로.

    유럽의 빵 바구니라는 별명이 따라붙는 우크라이나 흑토(黑土)지대. 이곳은 밀밭 천지다. 밀은 수확시기가 짧은 농산물이다. 겨울에 심어 봄에 거두는 밀이 최상급이다. 밀이 익을 때 노랗게 변하는 땅을 고흐가 화폭에 담았다. 하늘을 나는 까마귀 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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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는 밀밭에 밀만 심지 않는다. 땅이 너무 좋다. 수확 철이 끝나면 다른 곡식도 경작한다. 대두, 해바라기, 옥수수 등. 그중 하나가 유채다. 유채를 심어 거기서 기름을 짠다. 밀보다 노란 유채꽃. 우크라이나 국기의 노란색은 유채꽃 색깔이다.

    전라도 남쪽 순천에 유채꽃이 피었다. 상사호 물줄기를 따라 환하게 웃는 꽃들. 꽃길을 거닐며 아이들은 셀카를 찍는다. 거기엔 폭탄도 없고, 피 흘리는 아이도 없고, 울음소리도 없다. 유채꽃밭에 떠 있는 파란 하늘. 여기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엄마 따라 유채꽃 구경 온 노란 모자 아이들. 세상의 시름은 아이들 몫은 아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도 언젠가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알게 되겠지. 꽤나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는.

    [글 손현덕 매일경제 주필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9호 (2022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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