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법률이야기] 40년간 시행되어 온 ‘유류분’제도, 위헌·헌법불합치 땐 사라질 운명

    2020년 04월 제 115호

  • 작년에 개봉한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이란 영화가 있다.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가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되자 그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탐정이 파견되고, 실력 있는 탐정이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되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숨진 작가의 변호사가 등장하여 유언장을 읽는다. 유언장에 따라 그 자리에 있던 단 1명이 작가의 엄청난 재산을 전부 상속받게 되고, 그 자리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불가능하다. 우리 민법은 고인의 유언에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의 최소 상속분을 보장하는 ‘유류분(遺留分)’ 제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인이 생전에 자신이 원하는 특정 상속인에게 다른 상속인보다 훨씬 많은 재산, 혹은 전 재산을 상속받도록 하는 유언을 하더라도, 그 유언은 다른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 내에서는 그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다른 상속인들이 망인의 사망 이후 자신의 유류분을 포기할 경우는 예외).

    유류분 부족액은 다음과 같은 공식에 따라 산정된다.



    유류분 부족액 =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액(A) X 당해 유류분권자의 유류분의 비율(B)} - 당해 유류분권자의 특별수익액(C) - 당해 유류분권자의 순상속분액(D)



    A = 적극적 상속재산 + 증여액 - 상속채무액

    B =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1/3

    C = 당해 유류분권자의 수증액 + 수유액

    D = 당해 유류분권자가 상속에 의하여 얻는

    적극재산액 - 상속채무 부담액



    이 중 증여재산(증여액)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즉 피상속인의 사망) 전 1년 동안에 행한 것만 포함된다. 반면에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은 그 증여의 시기와 무관하게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된다.

    유류분제도는 1977년 민법 개정 과정에서 도입되었는데 개정 당시 자료에 따르면 “유족들의 공헌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상속재산의 일부에 대하여 상속인이 취득하여야 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피상속인의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하여 오던 생계능력이 없는 유족에 대한 사회정책적인 혜택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류분제도의 신설은 타당하다고 본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유류분 관련 조항이 민법에 신설된 이후 법원에는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최근 들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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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과연 유류분제도가 타당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충분히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지난 1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7단독은 유류분 관련 조항인 민법 제1112조와 제1114조가 위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 재판부는 사망한 피상속인의 며느리가 시어머니 등을 상대로 낸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심리해 왔다. 재판부는 유류분제도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제23조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재산을 어느 시기에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는지는 원칙적으로 자유이고, 민법에 정해진 유류분제도는 이에 대한 중대한 제한으로, 이 제도가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은 합리적인 입법 재량 범위 내에서 정해진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의 유류분 비율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과도한 유류분은 유증이나 증여를 받은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고 보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합의22부도 유류분 관련 조항인 민법 제1112조와 제1113조, 제1118조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관련 조항들은 목적의 정당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수증자(유언에 의한 증여를 받는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에는 상속재산 형성에 가족 구성원이 기여해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속인들의 기여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 현재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아내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유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그 경우 자녀들이 모친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면서 유류분제도가 입법 당시의 의도와는 반대로 활용되는 경우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여 단순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법률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결정일부터 해당 규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생기는 법적 혼란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법조문을 그대로 남겨둔 채 국회가 새로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할 때까지 효력을 중지시키거나 기한을 특정하여 그때까지 법률 규정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또한 유류분과 관련된 민법 조항의 일부만 위헌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의 1/2을 유류분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배우자 생계 보장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정당하지만, 직계존속이나 형제자매의 경우에까지 법정상속분의 1/3을 유류분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유류분제도의 타당성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어찌됐든 민법에 규정된 이상 좋든 싫든 그 적용을 피할 길이 없었다(유류분권은 상속개시 전에는 포기할 수 없다고 해석되므로, 유류분권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여 행사하지 않는 경우 외에는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제기된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덕분에 40년 넘게 시행되어 오던 유류분제도가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유류분제도로 인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대로 상속재산이 분배되지 않는 것은 물론 가업승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지현 김&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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