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알자스의 친환경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원 와인의 강, 도멘 바인바흐

    2021년 02월 제 125호

  • 한국을 알고 있는 프랑스의 와인 메이커들은 대체로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K팝 같은 문화적인 이유가 우선일 것이고,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어 낸 근면한 한국 사람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일했던 ‘도멘 바롱 드 로칠드’의 전 사장인 크리스토프 살랑은 내게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머리말에 다음의 문구를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국 전쟁의 참화를 이겨낸 한국의 이민우에게.”

    우리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유럽의 와이너리들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이겨내고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도약을 이루기 시작한 1970~1980년대 무렵에 유럽의 유명 와이너리들도 새로운 세대들이 와이너리를 물려받고 수출 시장을 개척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는 전쟁에서 죽은 농부들이 돌아오지 못한 포도밭들이 있다. 특히 전쟁 이후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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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와인 농가에 주는 피해는 3가지이다. 첫째는 양조시설과 포도밭이 황폐화되는 경우이다. 포도나무는 심은 첫해부터 바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를 생산하지 못한다. 특히 좋은 와인은 적어도 10년 이상 된 뿌리가 깊게 자란 나무에서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두 번째 피해는 바로 인력이다. 농부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동안 포도밭과 양조장은 쉬고 있을 수밖에 없고, 운이 나쁘면 전쟁이 끝나도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전쟁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와인과 같은 기호품 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체로 전쟁 이후에는 고급 와인보다 저가 와인에 대한 수요가 한동안 지속되는 편인데,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와인의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고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프랑스 알자스 지역은 와인이 발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 서쪽의 보주 산맥이 폭풍을 막아주고 동쪽으로는 중부 유럽의 젖줄인 라인강을 끼고 있어서 오래전부터 중부 유럽의 교역로로 유명하였다. 로마인들은 알자스의 수도 스트라스부르를 아르젠토라툼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길들이 교차하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부르고뉴와 샴페인 등 프랑스 곳곳에서 최고급 와인을 만들었던 수도승들은 알자스 지역에도 거주하며 고급 와인을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카푸치노, 프랑스어로는 ‘카푸상’이라고 불리는 프란치스코 수도회 계열의 수도승들이 1612년에 처음 일구어 최고급 와인을 생산했던 포도밭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알자스는 고급 와인의 이미지보다는 현지에서 테이블 와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이다. 알자스 최고의 와이너리인 ‘도멘 바인바흐’의 와인 메이커였던 로렁스 팔러는 “알자스에는 10%의 좋은 와인과 90%의 그렇지 않은 와인이 생산된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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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스는 모두 3번의 전쟁을 겪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이 온 유럽을 황폐화했다면, 1618년과 1648년 사이에 일어난 30년 전쟁은 알자스에 특히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종교 전쟁 성격으로 시작한 30년 전쟁은 결과적으로 합스부르크 가문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알자스 와인의 최대 고객이었던 중부 유럽 귀족들을 몰락하게 했다. 심지어 알자스는 오랫동안 독일의 지배를 받는 바람에 20세기 초, 프랑스 와인산업 개혁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알자스의 와인생산자들은 오랫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최근 내추럴 와인이나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 같은 친환경 와인이 유행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알자스의 친환경 와인을 대표하는 포도원은 바로 도멘 바인바흐다. 바인바흐는 와인을 뜻하는 바인(Wein)과 포도밭 근처를 흐르는 개천(Bach)이 합쳐진 이름으로, 말 그대로 ‘와인의 강’이란 뜻이다. 카푸치노 수도승들의 포도밭인 ‘클로 데 카푸상’을 물려받은 팔러 가문의 테오(Theo)는 부르고뉴의 르루아, 보르도의 샤토 퐁테 카네, 루아르의 쿨레드 세랑과 함께 친환경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개척한 선구자이다. 도멘 바인바흐에서 만드는 대표적인 와인은 리즐링 포도로 만들며, 지금 당장 마셔도 즐거움을 주지만 오랫동안 숙성하면 매력적인 페트롤, 우리말로 석유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오래전 작고한 테오 팔러를 기리며 만드는 와인은 특별히 ‘퀴베 테오’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이민우 와인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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