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법률이야기] 신탁으로 노후자산 관리하려면 최근 바뀐 세법 꼼꼼히 따져봐야

    2021년 05월 제 128호

  • 우리는 예전에 많은 것을 스스로 직접 해야만 했다. 결혼식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거의 대부분을 신랑, 신부나 그 가족들이 직접 준비하여야 했지만, 요새는 웨딩 촬영이나 식장 예약 등을 웨딩플래너의 맞춤형 도움을 받아 쉽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효율성, 안정성, 편의성 덕분에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아웃소싱 내지는 컨설팅 등의 이름으로 전문화된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캠핑과 같이 현장감 있는 체험형 서비스가 도리어 인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최근에 이르러 부쩍 전문화된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는 재산을 관리하는 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내 재산을 믿고 맡기면서, 맡기는 사람의 취향에 맞추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믿고 맡긴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신탁이 최근에 새삼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신탁은 우리 법제상 다소 이질적인 존재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탁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규율하기 위하여 신탁법이 제정돼 있다. 신탁법에서는 신탁을 설정하는 자(위탁자)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수탁자)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면 수탁자는 성실하게 재산을 관리하여 그 수익을 위탁자가 지정한 수익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탁이 우리의 법체계에서 다소 이질적인 이유는 위탁자가 재산을 수탁자에게 넘기면 재산에 관한 관리나 처분 권한이 모두 수탁자에게 이전되지만, 수탁자는 여전히 위탁자와의 신탁 약정에 따라 재산을 관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소유권이 넘어가면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자기 뜻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통상의 경우와 대비된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또한 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신탁재산은 비록 수탁자의 재산으로 취급되기는 하지만, 수탁자의 고유 재산과는 별도의 재산이 되어 수탁자로부터 생길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신탁재산의 관리방법은 기본적으로 신탁 약정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위탁자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재산을 관리할 수 있고, 이러한 유연성을 활용하여 이미 시중에는 신탁에 관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어 있다.

    일찍이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증여, 상속, 가업승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탁을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신탁에 대하여 다양한 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다. 신탁의 다양한 모습은 여러 감독기관에 대하여 기존 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게 되었고, 특히 세무 분야에서도 예측이 가능한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절실했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2021년에 신탁에 관한 세제가 대대적으로 정비되었으므로 신탁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그 부분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신탁에 관한 세법의 기본 태도는 신탁은 신탁을 통해 발생한 소득을 수익자에게 분배해 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익을 지급받은 시점에 수익자가 소득을 얻은 것으로 보게 된다.

    다만 2021년에 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수익을 받는 사람이 위탁자인지 아닌지의 구별기준만으로 세제를 나누고 있다. 한편, 신탁을 할 때 위탁자로부터 수탁자로 신탁재산이 이전되거나 신탁이 종료되어 신탁재산이 위탁자에게 반환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재산이 형식적으로만 이전된 것으로 보아 따로 취득세 등을 부과하지 않고, 다만 관리상의 편의를 위하여 재산세만 수탁자가 부담한다. 이러한 내용은 상속이나 증여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런데 시장의 수요를 담아 다양한 형태의 신탁이 출현함에 따라 기존의 단순한 세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자, 과세당국은 세법 개정을 통하여 신탁에 관한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장치를 들여오게 됐다. 그중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의 수익자라는 단일 기준의 신탁소득 관련 과세 체계를 변경하여, 위탁자가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 통제하고, 신탁재산의 원본과 수익을 구분하여 수익에 대한 수익자를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비속으로 설정하는 경우에는 위탁자가 소득세 납세의무자가 된다. 이는 소득세 누진과세 회피 등의 목적으로 신탁을 활용하였던 사례를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탁수익권을 양도하는 경우 기초가 되는 신탁재산의 종류를 묻지 아니하고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고, 신탁수익권의 양도를 통하여 신탁재산에 대한 지배, 통제권이 사실상 이전되는 경우에는 신탁재산 자체의 양도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게 된다. 전형적으로 부동산 신탁을 한 다음 그에 대한 수익권을 양도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신탁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도 종전의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변경하여 다주택자 규제 등 회피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생전에 미리 사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신탁을 활용하는 시중은행의 Living Trust 상품 등), 수익자연속신탁(수익자가 사망한 경우 타인이 새롭게 수익권을 취득하는 신탁)을 상속에 포함시켜 상속세 과세대상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였으며, 상속이나 증여로 인한 신탁이익을 받을 권리의 평가방법도 일반적인 상속재산과 동일하게 변경했다.

    최근의 세법 개정은 신탁을 통한 조세회피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면서도 다양한 신탁의 유형을 포섭하여 세무상 불확실성을 많이 해소한 만큼, 신탁을 통하여 자산을 관리하고 노후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세무상 위험요소를 미리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희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