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권의 뒤땅 담화] 성적보다 룰과 매너 더 걱정한 박찬호

    년 월 제 0호

  • “왼발에 중심이동을 한다는 점에서 야구 투수와 골프는 공통적이죠. OB 한방 내고, 해저드에 공을 보내면 3번 타자에게 홈런 맞고 4번 타자를 대하는 느낌이죠.”

    박찬호(48)가 최근 KPGA 코리안 투어 군산CC오픈에 출전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는 첫날 83타, 둘째 날 88타로 출전자 153명 가운데 꼴찌로 컷 탈락했다.

    그는 “공식 룰에 따라 프로선수들의 경기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썼으며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골프 실력을 야구 자책 평균점으로 따지면 ‘4점대 후반’이며 야구와 골프의 철학적이고 공통적인 면을 글로 남기고 싶다고도 했다.

    프로대회에서 룰 준수는 절대적이어서 벌칙에 머물지 않고 승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독일 같은 골프장에서는 아마추어 골퍼도 엄격하게 룰을 따라야 하며 스코어 기록도 매우 엄정하다.

    미국, 유럽,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서 골프를 할 때 첫 홀 일파만파나 무파만파 같은 용어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골프를 룰과 매너의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그들에겐 너무 낯선 장면이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플레이하거나 룰을 어겨서도 안 되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심판이 돼 양심적으로 골프 룰을 따르는 게 골프의 정신이다. ‘골프다이제스트’에 소개된 초보자를 위한 골프 룰과 매너를 정리한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티잉 구역 룰 잘 알아야

    간혹 티에 올려놓은 공을 실수로 떨어뜨릴 때가 있다. 연습 스윙 도중 진동 때문일 수도 있고 왜글을 하다가 살짝 공을 건드릴 수도 있다.

    공식 룰은 티 위에 놓인 공이 스트로크하기 전에 저절로 떨어지거나 플레이어가 그 볼을 떨어뜨리면 벌타 없이 다시 티업 가능하다. 볼을 칠 의도를 가지고 클럽을 휘둘렀다면 헛스윙이라도 한 타를 적용한다.

    만약 공이 티에서 떨어져 티잉 구역에 머물러 있다면 그 자리에서 두 번째 샷을 하거나 벌타 없이 티에 올려놓고 두 번째 샷을 할 수 있다.

    티 마크 후방으로 드라이버 2클럽에 해당하는 직사각형 박스 안에 티를 꽂고 티샷을 해야 한다. 속칭 ‘배꼽이 나오거나’ 이 구역을 벗어나면 2벌타를 먹고 다시 쳐야 한다. 티를 티잉 구역 안에 꽂고 발을 밖에 두고 스탠스를 취해 스윙하면 벌타를 먹지 않는다.

    티샷은 드라이버를 포함해 가장 자신 있는 클럽으로 하면 된다. 티샷은 그 홀을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인 만큼 동반자들은 조용히 해야 한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페널티와 OB 규정 잘 알면 고수

    페널티 구역은 예전의 해저드를 말하는데 2019년 룰이 개정되면서 명칭도 변경됐다. 공이 이 구역에 정지했다면 1벌타를 적용받고 구제받을 수 있다.

    클럽헤드를 지면에 접촉하거나 루스 임페디먼트를 제거해도 된다. 단 클럽헤드로 공 뒤를 누르는 등 스트로크를 위해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면 2벌타를 받는다.

    패널티 구역도 일반 구역(General Area)처럼 규칙의 일관성을 유지해 골퍼들의 혼란을 없앴다. 일반 구역이란 페어웨이와 러프를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OB는 공이 경기 구역 밖으로 나간 것을 말하는데 흰색 말뚝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OB 구역이 아니라도 공을 3분 안에 찾지 못하면 분실구로 간주한다.

    분실되거나 OB 구역으로 공이 나가면 1벌타를 받고 친 곳으로 돌아가 원래 공이나 동종 브랜드의 공으로 다시 쳐야 한다. ▶OB 티는 한국 골프 문화

    정식 골프 룰에는 없는 한국 특유의 골프 문화로 경기 진행을 빠르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공을 잃어버리거나 OB 구역으로 날려 보내면 페어웨이에 설치된 OB 티에서 다음 샷을 해도 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이때 타수를 많이 헷갈려 한다. OB 티에서 치는 샷은 4타째다. 원래 티샷 1타, OB 1벌타, 다시 티잉 구역 1타(가정), OB 티에서의 샷 1타를 합한 것이다.

    OB 벌타가 1타라면서 3타째라고 혼동하는 골퍼들이 있는데 다시 티잉 구역으로 돌아가 OB티만큼의 비거리로 새로 친 것을 가정한 사실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OB 벌타는 2타가 아니며 OB 티를 사용하지 않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치면 3타째가 된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그린 룰 반드시 숙지해야

    공을 그린에 올렸다면 다른 사람의 퍼팅 라인을 밟지 않고 신중하게 다가가 마크하고 볼을 집어 올린다. 마크하지 않고 들어 올리면 1벌타를 받는다. 홀인 욕심에 조금이라도 홀에 가까운 데에 공을 놓고 퍼팅하면 2벌타를 받는다. 귀찮다고 볼 마커를 제거하지 않고 퍼팅을 하면 1벌타를 적용한다.

    볼 마커 높이는 1인치(2.54㎝) 또는 너비가 2인치(5.08㎝) 이상이며, 만약 방향이 표시된 마커를 이용하면 2벌타를 받는다. 정렬을 도와주는 도구이기에 공식 대회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본인이 마크하고 라인을 읽는 습관을 들이자. ▶룰만큼 중요한 골프매너

    보통 골프장엔 티오프 시간 최소 50분 전에 도착해 모든 준비를 끝내는 게 좋다. 특별한 사유 없이 동반자를 기다리게 하거나 지체하면 매너가 아니다.

    플레이 도중에는 스마트폰도 잘 관리해야 한다. 끊임없이 벨이 울리면 본인은 물론 동반자의 리듬도 방해한다. 무음 모드로 설정하고 꼭 필요한 통화는 한쪽으로 가서 조용히 하면 된다.

    티잉 구역이나 페어웨이에서 흡연은 공공의 적이다. 간혹 달리는 카트 안에서 흡연하는 사람도 있는데 비매너다.

    원래 멀리건은 캐디가 동반자들의 동의를 받은 후에 주는 게 맞다. 진행 상황을 무시하고 동반자들이 남발하거나 셀프 멀리건을 쓰면 곤란하다.

    카트는 안전사고와 직결된다. 경사나 커브 길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 두 발은 꼬지 말고 반드시 안전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내기에서 딴 돈을 카트 안에서 세다가 떨어져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예전에 최상호 선수의 프로암 대회를 지켜본 적이 있다. 본인은 물론 동반자의 벙커 샷 자국을 고무래로 빠짐없이 지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지나간 자리의 흔적이 그 골퍼의 인격이란 점을 명심하자.

    정직하게 기록한 90타와 셀프 컨시드, 셀프 멀리건을 남발하며 기록한 90타는 엄연히 다르다. 스코어를 속이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동이며 골프를 재미없게 만들 뿐이다. 스스로 떳떳한 골프를 즐겨야 한다. 골프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아 속상해하는 동반자를 안타깝게 여겨 조언하고 싶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열패감에 사로잡힌 동반자에게 조언이 불쾌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조언을 구하기 전에는 삼가는 게 좋다. 섣불리 조언을 하다간 본인의 리듬마저 깨질 수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더라도 과한 액션을 취하거나 말을 내뱉으면 동반자를 불편하게 한다. 기계가 아닌 이상 감정을 노출하게 되지만 적정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