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⑩ 코로나 시대의 미술시장 한국 근·현대 작품에 눈 돌릴 때

    2020년 12월 제 123호

  • 코로나19가 전 세계 각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도처에서 상당한 경제적 충격과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다. 사람들의 예술적 향유 수단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던 미술품도 위기를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미술시장의 변화를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미술시장은 시장의 성장을 꾀하기보다 이제 시장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적인 대형 아트페어들은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 축소하거나 온라인 뷰잉룸으로 대체해 페어를 유지하기 급급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매년 3월 개최되던 아트바젤 홍콩은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됐고, 컬렉터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갤러리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로 대체해 온전히 왕래할 수 없는 전 세계 컬렉터들을 뷰잉룸으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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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의 유명 해외 갤러리들은 아트페어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홈페이지 뉴스레터의 콘텐츠를 강화해 홍보하거나, 자체 프라이빗 뷰잉룸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들의 VIP 고객들의 관심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이어갔다.

    한국 갤러리들이 주도된 KIAF(KOREA INTERNATIONAL ART FAIR)의 경우 매해 가을 진행되던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33일간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 총 3만6000여 명의 접속자 수를 확보했고, 작품에 목말랐던 컬렉터들의 갈증을 일정 부분 해갈시켜 줬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미술시장의 노력은 서울옥션을 비롯한 미술품 경매회사의 움직임에도 제약을 가져왔다. 특히 홍콩에서 해외 컬렉터들을 대상으로 연간 3~4차례 경매를 진행하던 서울옥션의 홍콩세일 경매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를 통해 해외 시장 컬렉터들에게 선보이지 못한 위탁 작품들은 국내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와 온라인 경매 등으로 판로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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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우스
    ▶국내 미술시장에 새롭게 유입되는 영 컬렉터들과 해외 미술품

    2014~2016년 단색화라는 한국 추상미술의 유행을 토대로 한국 미술시장에 많은 자금이 모이며 시장의 부흥기가 일어났다. 작품당 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띠며 작가당 경매 낙찰이력의 최고가가 갱신되는 모양새였다. 특히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단색화의 인기가 증폭되며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다시금 제자리걸음으로 돌아갔다.

    특히 해외 아트페어에서 다양한 갤러리들이 선보이는 수준 높은 작품에 눈이 높아진 컬렉터들의 기준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들이 국내 시장에서는 공급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의 충격은 2020년도 국내의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의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자연스럽게 판매하기 어려운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작품들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대의 작품군 판매로 시장 기조가 이동되며 전략이 변화됐다. 이 가격 구간에 해당되는 해외 유명 작가들의 에디션 작품들은 전 세계 시장의 안정적인 가격대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새롭게 미술시장에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영 컬렉터들에게 매력적인 작품들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미국의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에디션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원화가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종종 출품되는 에디션 판화 작품의 경우 대략 1000만원 초·중반대에서 낙찰을 받을 수 있는 작품군으로 여겨지며 꾸준한 인기를 쌓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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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요이 쿠사마


    또한 국내 대형 미술관 중 하나인 롯데 뮤지엄에서 2018년에 전시됐던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의 에디션 판화들도 작품별로 약 1000만~500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감각적인 색감과 인물 묘사에 매료된 영 컬렉터들에게 팔려나갔다. 더불어 영국의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생이라는 나이를 무색하게 느낄 만큼 첨단의 ‘I Pad 드로잉’으로 에디션들을 선보여 왔다. 특히 국내에선 2019년 상반기 서울시립미술관의 대규모 전시회를 보고 감동한 컬렉터들에게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꾸준히 가파른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작가들 가운데 일본 현대미술계 작가들의 인기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일본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야요이 쿠사마’를 비롯해 ‘다카시 무라키’ ‘매드사키’ ‘아야코 로카쿠’ 등 자신들의 캐릭터를 통해 뚜렷하게 구축된 작업 세계를 선보인 작가들이 국내 컬렉터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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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요이 쿠사마


    이들은 공통적으로 독창적인 캐릭터의 구축과 컬러풀한 작품을 자신들만의 표현 기법으로 선보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개인의 성향을 표출하고 싶어 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비롯해 영리치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영 컬렉터들에게도 소장의 욕구를 자극하며 구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끔 했다. 새로운 컬렉터들의 진입은 미술품 시장 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만들어 냈다.

    다만 시장에서 몇몇 인기를 끌거나 관심을 얻는 작가들의 수가 좁아지고 가격은 높아지는 편향성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원화를 쉽게 감상하고 경험하기 어려운 국내 미술계의 특성상, 해외 작품 에디션으로만 구매와 관심이 편중되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 유통과 거래 빈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본래 한국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던 국내 작가 작품들에도 관심을 갖고 시각을 확장해 갈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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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진 <풍경>
    ▶국내 미술시장의 뼈대, 한국 작가와 작품

    젊은 컬렉터들은 해외 갤러리들이 직접 발송하는 뉴스레터와 작가들이 직접 관리하고 프로모션하는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미술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습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작가들의 정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어려워하는 경우들도 다수 있다. 이런 경우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의 메이저 경매 카탈로그를 살펴보면 선별된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경매 출품 정보를 꾸준히 살펴보고 과거에 어떤 작품들이 출품되어 낙찰됐었는지 이력을 찾고 흐름을 파악해보는 것도 국내 미술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스터디 방법이 된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크게 ‘한국 고미술품과 근현대 미술품 그리고 해외 미술품’ 시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한국 근현대 미술품이다. 근현대 미술시장은 다시 추상 회화와 구상 회화, 조각·입체 작품으로 세분화해 볼 수 있다. 1990~2000년대까지는 다수의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도상봉 등 근대기 구상회화 작가들의 가격대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고가로 유지되어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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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경자 <꽃과 여인>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언급한 주요 작가들을 제외하고 구상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인기도가 다소 하락세를 거듭했고, 추상회화 계열에 관심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였다. 이러한 흐름의 정점에 한국의 단색화 시장의 확장이 도화선이 됐다.

    서울옥션의 경우 분기별로 진행되는 메이저 경매를 통해 20여 년 이상 꾸준하게 국내 화단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고 미술사적 가치와 희소성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자주 미술품 경매시장에 출품되어 고가로 거래되는 작가들을 알아가는 큰 흐름으로 잡고 점차 국내 미술에 대한 관심을 넓혀 나아간다면 미처 알지 못했던 국내 작가들의 저평가 작품이나, 희소한 작품들을 먼저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내 근대 구상계열 화단 가운데 고가로 거래되고 있는 작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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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아버지와 장난치는 두 아들>
    ▶이중섭 그리고 박수근…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를 꼽을 때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작가는 이중섭과 박수근이다. 두 작가는 서구의 화풍을 답습하던 당시의 한국 화단에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창출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그러한 독창성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한국 미술사의 큰 거목으로 일컬어지는 이 두 작가는 어려운 시대를 살았으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을 완성했다는 공통점을 갖지만 그 면면을 보면 각각의 특성을 보인다. 이중섭은 평안남도 지주 집안 출신으로 일찍이 일본 유학길에 올라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미를 탐색했고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표현에 알맞은 매체를 선호했다.

    서양화 양식을 따르면서도 캔버스보다 종이, 은지 등을 사용했으며 유화 채색의 경우 물감을 칠한 뒤 긁어내는 조각기술 방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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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신문을 보는 사람들>


    이중섭의 작품에는 가족에 대한 주제가 많은데 한국전쟁으로 피란을 다니던 시기 중 1952년 6월에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부인과 아이들을 일본으로 보냈다. 유달리 정이 많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이중섭은 일본에 떨어져 지낸 부인과 두 아들의 재회를 그의 삶 내내 갈망했다. 다만 역설적으로 그의 작품에는 이별의 현실과 다르게 행복하게 가족들과 노는 일상의 모습과 희망적인 상황의 그림들을 꾸준히 제작했다.

    박수근은 독학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18살이 되던 1932년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면서 화가로 데뷔했다.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자 했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져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한 <집>이 특선, <노상에서>가 입선하면서 다시 화가로서 두각을 나타냈고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소박한 인물과 낯익은 풍경을 소재로 삼는 것은 변함없었지만 작품 제작이 안정적으로 접어들면서 대상이 뚜렷해지고 특유의 재질과 단순한 형태가 원숙해져 독자적인 조형성을 이루기 시작했다. 전업 작가로서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국전과 협회전에도 지속적으로 출품했고, 이후 국전 추천작가, 심사위원 등을 맡으며 왕성히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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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시장의 사람들>


    다만 안타깝게도 주제의 깊이나 질감의 표현 기법이 다져진 시기에 찾아온 병마로 1965년 그는 생을 마감했다. 박수근 작품은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일상의 삶을 작은 화폭에 담아낸 점이 특징이다. 소박하고 서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박수근의 작품은 소재별로 인물, 풍경, 정물로 나뉘며 1950~1960년대의 서민들의 소박한 생활을 고스란히 담았다. 정감이 느껴지는 도상과 달리 작품 표현 방식에 있어서 작가는 화강암을 닮은 듯한 우툴두툴하고 단단한 표면을 만들었다. 화면에 바탕칠을 하고 재질감을 만들며 인물과 도상을 그리는 과정을 거쳤다.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붓과 나이프를 함께 사용해 작업을 했는데 작품 제작 시 물감을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린 다음, 지속적으로 물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완성된 회화는 수겹의 물감층이 중첩된 단단한 석재와도 같은 질감이 느껴지며 박수근이 그린 풍경과 인물을 도상과 어우러져 서정적 정서가 느껴지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여러 가지 외부 요인들로 인해 변화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새로운 작품을 원하는 컬렉터들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해외 미술품들과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온·오프라인 경매를 통해 확대 구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에서 해외 미술품을 다루기에는 지리적 문제나 거래를 위한 네트워킹의 한계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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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노상>


    해외 작가에 대한 관심과 눈을 확대하는 것만큼이나, 국내 미술계를 구축하고 있는 근·현대 화단의 작가들의 역사를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작가들의 입지가 시장에서 확고해지고 그 작가들을 찾는 컬렉터가 많아지면 외부 요인으로 흔들리지 않는 미술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더불어 한국 근현대 미술의 흐름에 연속선상에 놓여있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시각을 확장시켜 나아가는 컬렉터들이 미술시장에 더욱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그동안 팬데믹 시대의 국내외 미술시장을 조명하며 문화와 재테크의 새로운 조합을 소개해 온 미술시리즈 <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은 열 번째 기획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됩니다.

    [정태희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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