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②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세계 | 컬렉션 트렌드 제시해주는 미술관·갤러리

    2020년 04월 제 115호

  • 코로나19 영향에 올 상반기에 열릴 예정이던 국제 아트페어나 기획전이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매년 뉴욕 맨해튼으로 미술 애호가와 아트컬렉터를 초대하던 프리즈뉴욕은 올 5월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일류 갤러리들의 작품과 실험정신이 강한 현대 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던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 국내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은 지난 2월 25일부터 휴관에 들어갔다. 동참하는 사립, 대학 미술관이 늘고 있는 시점이다. 언제 개관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에 국내외 미술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온라인과 VR를 활용한 전시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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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바젤 홍콩은 행사가 취소된 후 3월 20일부터 6일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시를 진행했다. 이 뷰잉룸을 통해 행사에 참여하려던 31개국 231개 갤러리가 2000여 점의 미술품을 소개했다. 휴관 중인 국립현대미술관도 이미 전시가 진행된 총 10개의 전시투어 영상을 SNS로 다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가 직접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설명하는 학예사 전시투어가 인기다. 국내 경매사의 경매 출품작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옥션은 VR 전시장 보기와 함께 e-Book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갤러리들도 온라인 전시를 시작했다.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독일 작가 듀오 펠레스 엠파이어의 개인전을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리만머핀 서울의 어윈 웜 개인전도 온라인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미술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에 ‘당신이 아는 미술, 시장이 아는 미술’ 두번째 시리즈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영주 페이스갤러리 서울 디렉터는 “작품을 이해하고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를 직접 찾고 그 공간을 즐기는 게 컬렉션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미술작품 최신 유행 알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글 정지영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해마다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이 쏟아진다. 수많은 작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이 끊임없이 열리고 끝난다. 바쁜 일상 속에 어떤 전시를 봐야 하고, 어떤 작품을 구매해야 할까. 복잡하고 어려운 미술작품 세계 속에서 누군가가 해답을 알려주고 컬렉션의 방향 제시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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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즈위너와 쿠사마 야요이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술은 취향과 가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의 취향과 판단이 절대적인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미술계의 역사를 만들고 이끌어온 갤러리, 미술관, 옥션, 그리고 작가 등 영향을 미치고 리딩하는 갤러리와 인물을 알아두고 그들의 행보에 주목한다면 좀 더 높은 안목을 키우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선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주요 갤러리를 소개하려고 한다. 많은 갤러리들이 창립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경우가 많은데,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는 갤러리들은 그들마다의 역사가 있고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 다르다. 이번에 소개되는 갤러리 중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갤러리들을 기억해 관심 있게 지켜보며 컬렉션의 방향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딜러가 설립한 가고시안 갤러리

    가고시안 갤러리는 아트 딜러 출신의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 1945~)이 설립한 상업 갤러리다. 가고시안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2010년 영국의 미술잡지 ‘아트리뷰(Art Review)‘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되었고 2005년 이래로 꾸준히 10위 안에 선정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가고시안은 슈퍼마켓, 레코드 상점 등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다 길거리에서 포스터를 팔면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 액자 가게를 차렸고 프린트 가게로 확장했다. 1976년 그가 31세에 첫 갤러리를 열었다. 1985년에 첼시로 가서 갤러리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전시를 기획했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뮤지엄에서 볼 수 있는 마스터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피카소, 루벤스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컬렉터들에게 빌려와 전시한다. 거물급 작가를 미술관이 아닌 상업 갤러리에서 볼 수 있게 만들어 갤러리의 급을 높인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가고시안에서 하는 다른 작가들의 전시까지 높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가고시안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며 독창적이고 신선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신선한 작가들을 찾아다녔다. 당시 그의 눈에 띈 작가들은 바스키아와 같이 경매에서 높은 거래 가격을 보유한 작가들이다. 가고시안에게는 ‘고고(Go-Go)’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와 함께한 작가들의 가치가 한없이 올라가는 기현상 덕분이었다.

    2000년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렸던 데미안 허스트의 展은 2주 동안 10만 명의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감흥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근 죽은 동물들의 사체 작품은 그 당시에 큰 이슈를 만들어내며 기록적인 작품 판매 수익을 내기도 했다. 유명한 갤러리스트들이 많이 있지만 가고시안은 작가를 슈퍼스타로 만들어 브랜드화한 인물로 높게 평가받는다. 그리고 또 하나 가고시안은 본인의 갤러리에서 판매된 작품이 미술 시장에 다시 나올 경우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그 작품들을 다시 사들여 작품가격을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유명한 일화로 2007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약 120억원이라는, 생각보다 낮은 금액에 낙찰되자 다음날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약 250억원에 사들였다. 데미안 허스트 작품 중 기록적인 금액이었고, 그로 인해 허스트 작품의 가격이 유지됐다. 이런 식의 서비스(?)로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했던 고객들의 두터운 신뢰를 쌓아나갔다. 지금까지도 가고시안에서 전시하는 작가들은 큰 주목을 받으며 팔려나가고 있다.

    단, 아쉬운 점은 신진 아티스트의 발굴보다는 스타 아티스트들의 영입에 더 주력한다는 점이다. 전속작가 80여 명에 직원은 200명이 훌쩍 넘으며 전 세계적으로 17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 수준의 갤러리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뉴욕에 5개 지점, 베벌리힐스 샌프란시스코 파리 르부르제 제네바 바젤 로마 아테네 홍콩에 1개 지점, 런던에 3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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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보 작가


    ▷추천 전시

    3월 5일~4월 11일 |980 Madison Avenue, NY

    3월 12일~4월 11일 |West 21st Street, NY

    3월 18일~5월 30일 |4 rue de Ponthieu 75008, Paris

    ▶무섭게 성장한 신성 데이비드 즈위너

    미술계에 무섭게 성장한 갤러리가 있는데, 그가 바로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1964~)다. 1993년 소호에서 시작해 2012년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딜러’에 가고시안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비드 즈위너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아트컬렉터였고 자연스럽게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 단 이것만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조건은 아니었다. 20대의 젊은 독일인이었던 그가 뉴욕에 갤러리를 차려 성공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데이비드가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아티스트와의 관계였다. 이 갤러리는 컬렉터나 세일즈보다 아티스트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가 만족해야 좋은 작품이 나오고 판매로 잘 이어진다는 의견이다. 2008년도에 ‘플래시 아트(Flash Art)’라는 잡지에서 아티스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갤러리에 데이비드 즈위너가 뽑힌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의 또 다른 성공조건으로는 아카이브 시스템을 꼽는다. 자료구축을 위한 박물관 수준의 리서치, 기록가, 포토그래퍼, 비디오작가 등 아카이브 전담 직원만 수십 명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에는 독립 출판사 ‘데이비드 즈위너 북’을 설립해 별도의 웹사이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도널드저드, 댄 플래빈 등 대가들의 유족들이 이런 체계적인 자료 관리 시스템에 반해 사후의 작품관리 계약을 데이비드 즈위너와 맺은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판매 작품의 소장경로를 꼼꼼하게 조사해 제공함으로써 컬렉터들에게도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드 즈위너에게 선택된 작품은 회화부터 인스톨레이션, 비디오 등 장르에 구분 없이 다양한 동시대 미술이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 50명이 넘는 전속작가를 두고 있으며 가고시안 갤러리의 전속이었던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그리고 리처드 세라가 2012년에 연이어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로 이적하거나 개인전을 열면서 뉴욕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현재 전속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볼프강 틸만스, 이자 겐즈켄 등이 있다. 한 달 전 뉴욕에서 전시를 끝낸 한국의 대표적인 근현대 대가 윤형근 작가 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도에는 600억원 정도를 들여 데이비드 즈위너의 새로운 공간도 오픈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는 뉴욕에 3개 지점, 런던 파리 홍콩에 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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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큐브 버몬지 지점


    ▶런던을 대표하는 갤러리 화이트 큐브

    런던을 대표하는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갤러리는 제이 조플링(Jay Jopling, 1963~)이 1993년 서른의 나이에 이름 그대로 작은 사각형의 공간 화이트 큐브에서 시작한 런던 갤러리이다. 보통은 설립자의 이름으로 갤러리명을 지었지만 화이트 큐브라는 이름을 택한 것은 기존의 다른 갤러리와 다른 운영을 방식을 택하겠단 제이 조플링의 의지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화이트 큐브는 오직 1명의 작가만을 위한 전시를 연다는 게 원칙이다. 이 때 개인전을 한 작가는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지금의 yBa(Young British Artist) 작가들이었다.

    영국의 yBa 작가들을 세계 미술계의 최고 자리에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본인의 피를 뽑아서 두상 조각을 만든 마크 퀸부터 트래펄가 광장의 공공미술 조각 작가로 유명한 안토니 곰리까지 제이 조플링이 발굴한 작가들은 참신하다. 상업 작가라기보다 비엔날레 작가라 불리기도 하는 작가들이 많다. 실제로 한 미술 기사에서 조사한 것에 따르면 베니스 비엔날레에 작가를 가장 많이 참가시킨 갤러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화이트 큐브는 3곳을 운영하는데, 2006년부터 운영 중인 런던 메이슨스야드 지점이 있으며 1970년대 창고 건물을 개조하여 2011년 버몬지 지점을 오픈했다. 또한 홍콩에도 1개의 지점이 있다. 곧 파리와 뉴욕에도 오픈 예정이라고 하니 화이트 큐브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줄 공간들이 더 많아질 듯하다. 버몬지 지점은 화이트 큐브의 메인으로 약 5388㎡ 규모의 유럽에서 가장 큰 갤러리이기도 하다. 이곳은 하얀 큐브를 붙여놓은 것처럼 3개의 전시장이 나눠져 있으며 수장고, 대강당, 서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갤러리들도 별도의 VIP 공간이 따로 있긴 하지만 화이트 큐브 버몬지의 VIP 공간은 좀 더 특별하다. VIP만을 위한 공간은 직원과 동행 하에 들어갈 수 있으며, 비밀 통로 같은 수장고를 지나면 나타난다고 한다. VIP를 위한 전시장 자체가 따로 있는 것이다. 퍼블릭 전시 오픈 전 VIP 고객을 이곳에 우선 모셔서 미리 작품을 보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화이트 큐브는 yBa 작가를 한국에 진출시키며 일찍부터 한국 미술계와도 교류가 많다. 제이 조플링은 아시아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국내 작가 중 눈여겨본 작가는 한국 단색화의 대가 박서보와 이승택 작가다. 이미 화이트 큐브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화이트 큐브 메인인 버몬지 지점에서 오는 4월 29일부터 6월 21일까지 박서보 작가의 개인전이 또 한 번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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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환 작가


    ▷추천 전시

    4월 18일~6월 26일 |525-533 West 19th Street, NY

    ▷추천 전시

    3월 13일~5월 16일 |25-26 Mason’s Yard, London

    4월 29일~6월 21일 <박서보>|144-152 Bermondsey Street, London

    ▶4차 산업 시대를 이끄는 페이스 갤러리

    페이스(PACE) 갤러리는 1960년 아트 딜러이자 영화 프로듀서, 감독으로 활동한 아놀드 글림처(Arnold Glimcher, 1938~)가 설립한 곳으로 가고시안 갤러리와 함께 뉴욕 미술계를 양분하는 라이벌 갤러리로 유명하다. 2008년부터는 아들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 1960~)가 운영을 맡고 있다. 마크 글림처는 “차세대 수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대표의 취향만 고집하는 갤러리가 아니라 하나의 기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밝히며 혁신적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으로 아트마켓을 리드할 수 없다고 판단한 끝에 새로운 미술영역을 제시했다. 마크 글림처가 강조하는 것은 ‘예술은 곧 경험이다’라는 신조다.

    최근 몇 년간 페이스 갤러리는 컨템퍼러리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고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Pace Art+ Technology 뉴미디어센터’를 론칭하고 협력기관 및 기업의 미래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를 통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Future/Pace’ 공공미술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전 세계 문화예술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새로운 자회사 ’PaceX’를 만들었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첨단 아트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4차 산업 시대를 이끄는 갤러리로 급부상 중이다.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프로젝트를 하는 회사로 이와 같은 작업을 하는 작가 80여 명이 소속되어 있다. 2016년에는 실리콘밸리 심장인 팔로알토에 이례적으로 갤러리를 오픈해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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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 갤러리 서울


    올해 60주년을 맞는 페이스 갤러리는 작년 뉴욕 웨스트 25번가에 약 1200억원을 들여 8층짜리 사옥을 개관했다. 개관 기념전으로 알렉산더 칼더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를 열어 성황리에 마쳤다. 새롭게 지어진 사옥은 약 6942㎡의 면적에 전시실, 프라이빗 쇼룸 등이 있고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등을 선보일 수 있는 전시실도 마련되어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서점과 도서관이 있고 그 위층은 아카이브 공간이다. 작가에 대한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지역 예술품을 취급하는 페이스 프리미티브 갤러리(Pace Primitive Gallery), 후안 미로, 마르크 샤갈 등의 판화 작품을 취급하는 페이스 마스터 프린츠 갤러리(Pace Master Prints Gallery), 세계적 사진가들의 작품들을 취급하는 페이스 맥길 갤러리(Pace MacGil Gallery) 등 특화된 전문예술 분야를 다루는 지점들도 함께 입주했다. 이번에 소개된 4개의 갤러리 중 유일하게 서울 지점이 있는 곳이 바로 페이스 갤러리다. 마크 글림처는 윌렘 드쿠닝, 도널드 저드와 같은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작품을 30년 이상 수집해온 한국 컬렉터들이 많다고 밝혔고, 2016년 서울 한남동에 지점을 오픈해 서울에서도 페이스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이우환, 장 샤오강, 척 클로스, 요시모토 나라, 데이비드 호크니, 키키 스미스, 도널드 저드 등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다. (페이스 갤러리는 뉴욕(2), 런던, 제네바, 홍콩, 팔로알토, 서울 등지에 총 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Interview|갤러리의 세계

    “세계 톱 작가 평생 책임지고 관리

    명품 발굴·기획·프로모션에 최선”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페이스 갤러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형 갤러리 중 하나다. 1960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이후 60년간 현대 미술과 동시대 대표 작가들을 세계 시장에 소개하며 전 세계 미술계를 이끌고 있다.

    2017년 4월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페이스 갤러리 서울은 아시아에선 베이징과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개관한 분점이다. 개관 당시 내한한 마크 글림처 페이스 갤러리 회장은 “이우환을 이을 작가를 찾아 한국 지점을 냈다”며 “페이스 서울이 아시아에서 입지를 확장하는 거점기지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개관 이후 페이스 서울을 총괄하고 있는 이영주 디렉터는 국내 시장 전문가로 2015년 페이스 홍콩에 합류했다. 그는 “뉴욕에 거점을 둔 미국 대형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내고 국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어 대화의 장이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현재 페이스 갤러리에는 약 80여 명의 작가들이 소속돼 있다. 아그네스 마틴, 로버트 라우센버그, 알렉산더 칼더, 솔 르윗, 제이스 터렐, 로버트 라이먼, 척 클로스, 장 뒤뷔페, 이사무 노구치, 요시모토 나라까지 조금 과장해 미국 미술사 교과서에 나오는 주요 작가들이 대부분 페이스 소속이다. 한국은 이우환 작가가 유일하게 전속돼 있다. 미술 시장에서 갤러리의 역할을 묻자 이 디렉터는 전시와 판매, 매니지먼트를 꼽았다.

    “우선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작가를 발굴하고 매니지먼트하는 일도 갤러리의 역할 중 하납니다. 쉽게 말해 연예기획사처럼 작가의 작품 활동을 관리하고 어떻게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조언하며 꾸준히 만나죠. 작가와 한 가족처럼 평생을 책임지는 게 갤러리의 좋은 본보기인데, 그런 점에서 페이스가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합니다. 1960년에 개관하고 올해 60년이 됐는데, 그동안 함께한 작가가 수십 명이나 되거든요. 또 전시 외에도 작가에 대한 프로모션이 필요합니다. 갤러리 외에 미술관 전시나 다양한 분야에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페이스 서울은 4년 전 개관 당시 전속 작가 10명(장샤오강, 도널드 저드, 로버트 어윈, 조엘 샤피로, 줄리안 슈나벨,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만으로 개관전을 치렀다. 국내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들이 이들 작품을 다수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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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주 페이스 갤러리 한국 디렉터


    ▶이건용 작가를 시작으로

    국내 작가 발굴도 현재진행형

    그렇다면 과연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는 누구일까. 이 디렉터는 “경매가가 높은 작가의 인기가 당연히 높다”며 우문에 현답을 내놨다.

    “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이우환 작가의 인기가 높고 현재 저희가 전시 중인 프레드 윌슨이나 요시모토 나라, 피카소의 인기도 높아요. 작가의 사후에도 재단과 함께 일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루마니아의 애드리언 게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차세대 프란시스 베이컨이라 불리고 있죠. 국내에선 요시모토 나라나 아담 팬들턴, 장 샤오강의 작품이 수억원대에 거래된 바 있습니다.”

    그는 세계 시장에 많이 노출된 작가들, 특히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페이스 서울은 국내 작가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이징과 서울에서 이건용 작가의 전시회를 개최했고 올 7월에 페이스 홍콩에서 전시가 계획돼 있다.

    “이건용 작가를 시작으로 다른 국내 작가의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누구라고 밝힐 단계는 아니에요. 국내 작가의 인지도는 아시아 시장에서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홍콩에 진출한 전 세계 갤러리들이 종종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아직은 미국과 유럽에선 덜 알려졌어요. 좀 더 활발하게 전시가 이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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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 윌슨 개인전|Glass Works 2009~2018

    현재 페이스 서울에선 아프리카계 미국 조각가 프레드 윌슨의 개인전(~5월 16일)이 진행되고 있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참가로 참여하며 주목받은 윌슨은 흑인으로의 정체성에 천착해왔다. 조각가이면서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개념미술가인 그는 1990년대 초반 선보인 ‘미술관 채굴하기’ 프로젝트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유물의 재배치만으로 박물관 유물이 얼마나 철저히 백인 중심적 사고로 구성이 돼 있는지 보여주며 작가와 큐레이터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번 전시회에선 작가가 2000년부터 사용한 유리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몸 전체를 검게 하고 눈 두 개만 흰색 동그라미로 그려 흑인을 표현한 카툰을 풍자하듯 검은 유리 작품으로 흑인을 형상화했다. 눈부신 샹들리에는 그 연장선이다.

    [안재형 기자 정지영 서울옥션 스페셜리스트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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