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놀란 특급호텔, 언택트 패키지 쏟아진다… 룸 서비스는 기본, 로봇·앱으로 대인 접촉 줄여

    2020년 05월 제 116호

  • 20년 넘게 호텔 업계에 몸담은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한 지배인은 “요즘 같은 불황은 처음 본다”며 한숨을 쉰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처럼 해외 관광객 수요가 급감했을 땐 국내 여행객들을 겨냥한 패키지를 집중 출시해 버틸 수 있었다. 내수 침체로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들었을 때는 국제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보다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호캉스족’들을 유인했다. 코로나19로 국경 안팎에서 방문객이 모두 감소한 지금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들어간 호텔도 많다. 봄과 함께 호텔 업계의 ‘반격’이 시작됐다. 집밖에 나오기 두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일단 호텔에 오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패키지를 내놓았다.

    호텔 안에서 최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녀들과 함께 하루 종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이다. 콧대 높은 특급호텔들도 앞다퉈 이런 ‘언택트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최근 호텔들에 차츰 고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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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브 스루·배달·룸서비스로 즐기는 셰프의 음식

    음식만큼 직관적이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은 콘텐츠는 없다. 고객의 성별, 나이, 가구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높은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운지, 헬스장 등 호텔 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진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더더욱 음식에 방점을 둔 패키지나 상품들이 많아졌다.

    롯데호텔서울은 지난 3월 호텔 셰프의 음식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받아볼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상품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일식당 ‘모모야마’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음식을 전화나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자동차로 방문하면 픽업해 갈 수 있는 콘셉트의 상품이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비즈니스나 가족 행사 등 격식 있는 식사가 필요할 때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특히 외출이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 픽업해 가는 고객들이 많아 서비스 출시 이후 주문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인기에 힘입어 롯데호텔서울은 시그니처 박스 가격을 소폭 조정하고 새로운 메뉴를 추가하기로 했다. 당초 4월까지였던 판매 기간도 5월까지로 한 달 늘렸다. 후토마키·연어 구이·은대구 구이·수제 모듬 딤섬·중새우 깐풍소스·트러플 라자냐 등 10가지 메뉴 중 원하는 요리를 골라 담을 수 있는 ‘시그니처 컬렉션’도 새로 내놨고 가격대도 ‘빅2(2가지 선택)’는 3만원, ‘빅3(3가지 선택)’는 4만5000원 등으로 합리적으로 구성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는 호텔 셰프가 만든 치킨을 주문해 바로 객실에서 즐기는 ‘메가 치맥 박스’를 선보였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뷔페 등 공중시설 방문을 꺼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맛있는 음식과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객실에 머무는 고객이 이 호텔의 로비 라운지 겸 바인 ‘메가 바이트’로 전화해 치킨을 주문하면 된다. 인기 부위인 날개와 다리로만 구성된 ‘프라이드 치킨’과 생맥주(375㎖) 2잔이 2만2000원에 제공된다. 추가 비용 8000원을 부담하면 맥주 페트(1ℓ)가 추가된다.

    콘래드 서울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10만원 식음 크레디트에 객실 내 식사 혜택을 추가했다. 콘래드 서울 내 뷔페 레스토랑 ‘제스트’,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트리오’, 시그니처 그릴 레스토랑 ‘37 그릴앤바’, 캐주얼 누들 다이닝 ‘더 누들바’, 카페 ‘10G’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크레디트를 객실 내 룸서비스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음 크레디트가 포함된 ‘스테이 앤드 다인’ 패키지의 가격은 2인 기준 34만원부터다(세금 별도).

    호텔 밖에 있는 고객에게 눈을 돌린 곳도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은 최근 이 호텔 레스토랑 ‘타볼로 24’가 미국육류수출협회와 협력해 출시한 건강식 메뉴를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협업해 선보였다. 이 호텔 기준 반경 3.5㎞ 내에 거주하고 있는 고객들은 배달팁 할인 서비스를 받으며 해당 메뉴들을 즐길 수 있다. 가격은 ‘미국산 소 왕갈비 양념구이(2인분)’가 4만원, ‘미국산 돼지갈비 양념구이(2인 세트)’가 2만8000원 등이다. 넓은 객실 면적에 부엌, 생활 가전을 갖춰 가족 단위로 머물기 좋은 오크우드 코엑스는 조식을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룸콕 패키지’를 5월까지 선보인다. 객실은 스튜디오 타입(14~17평)부터 2베드 룸 타입(34평)까지 선택 가능하며 조식은 오믈렛과 토스트, 전복죽, 미역국 중 취향에 따라 메인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커피와 요거트는 기본으로 제공된다(평일 1박 기준 22만원부터. 세금 및 봉사료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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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드래곤시티가 제공하는 ‘메가 치맥 박스’. 호텔 셰프가 요리한 치킨을 객실에서 즐길 수 있다.


    ▶어린 자녀 둔 가족도 ‘걱정 마세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곤혹스럽다. 혹여나 자녀의 건강이 위험에 노출될까 조심스럽지만,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을 집에만 가둬두는 것도 이틀이면 한계치에 다다른다. 최근 특급호텔들이 내놓은 ‘키즈 패키지’는 이러한 고민을 지닌 패밀리 고객들을 겨냥했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여행의 설렘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콘텐츠로 실내에 머무르는 지루함을 줄인 패키지들이 대표적이다.

    서울 남산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4인 가족이 룸서비스·레스토랑·다이닝 라운지·어린이 선물세트 등의 혜택을 즐길 수 있는 ‘스위트 포 키즈’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 패키지는 호텔 최상위 객실인 ‘반얀 프레지덴셜 스위트’ 객실에서의 1박을 기본으로 한다. 100여 평 규모에 복층으로 돼 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1층에는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다이닝룸과 3평 규모의 ‘릴렉세이션 풀’이, 2층에는 2개의 침실과 원형 욕조가 갖춰진 욕실이 있다.

    패키지에는 키즈코스메틱 브랜드 ‘슈슈앤쎄씨’의 인기 제품 중 세안 밴드, 헤어샴푸, 보디클렌저, 선스틱, 마스크팩 4장 등으로 구성된 어린이 선물세트가 포함돼 있다. 룸서비스에는 피자·치킨과 음료 등 메뉴 등이 포함돼 있으며 클럽 멤버스 레스토랑에서는 갈비탕 2인 반상과 어린이 도시락, 호두 호떡 등이 제공된다.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에서는 4인 조식이 제공된다(가격 220만원, 부가세 10%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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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가 ‘키즈 원더랜드 패키지’를 통해 제공하는 키즈 전용 객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디럭스 프리미어 룸에서의 1박을 기본으로 유아용 놀이 소품들과 ‘르 쁘띠 프랭’ 어메니티 등을 제공하는 ‘패밀리 바이 JW’ 패키지를 내놨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140조각 그림퍼즐, 색칠 공부, 숨은 그림 찾기, 나만의 메뉴 만들기 등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또 대형 욕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린핀 미니 배스볼’ 2종과 소설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받은 어메니티가 제공된다. 유아풀과 선베드, 카바나 등을 갖춘 실내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3인 가구 기준 28만5000원, 4인 가구 기준 31만원부터다(세금 및 봉사료 별도).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는 아이 눈높이에 맞춰 꾸민 키즈 전용 객실과 체험 콘텐츠가 포함된 ‘키즈 원더랜드 패키지’를 구성했다. 키즈 전용 객실은 ‘바닷속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 콘셉트의 ‘해적선 키즈 룸’과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드림 카 여행’ 콘셉트로 꾸며진 ‘마이카 키즈 룸’ 두 종류로 연출됐다. 해적선 키즈룸에는 해적선 모양의 침대와 깃발, 대포, 뱃머리, 밧줄 등 요소가 더해져 아이들에게 마치 해적이 된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마이 카 키즈룸에는 자동차 모양의 침대가 설치돼 침대에서 시동 켜고 끄기, 주행 소리, 경적음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옵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 콘셉트로 디자인된 3단 옷장, 테이블, 빈백 등 소품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스위스 초콜릿 만들기’, ‘양 먹이주기’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설악밸리 인근 자연환경을 탐험하는 콘텐츠도 운영된다. 가격은 주중(월~목) 26만7900원, 주말(금~일) 31만6900원부터다(세금 포함).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원어민 선생님과 책을 읽고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플레이 ABC패키지’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프리미엄 영어 멤버십 클럽 ‘프로맘킨더’와 함께 기획된 것으로, 호텔에 투숙하는 기간 동안 프로맘킨더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횟수 제한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부모는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디큐브시티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성인 2명, 만 3~9세 어린이 1명 기준 조식이 패키지 안에 포함돼 있으며 호텔 내 피트니스와 수영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1박에 29만원이며 10% 세금의 별도로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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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에 있는 딜리버리 로봇 ‘코봇’


    ▶사람 대신 로봇·앱이 일합니다… 이색 언택트 프로그램들

    식음 서비스나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 호텔들이 있는가 하면 로봇, OTT 서비스 등 ‘언택트’로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콘텐츠를 강화해 색다른 경험을 고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호텔들도 있다. 접객이나 이벤트 예약 등 반드시 접촉해야만 하는 서비스를 언택트로 바꿔서 고객들을 안심시키려는 업계의 노력도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는 모바일 체크인 서비스, 모바일 편의점 서비스, 호텔 어메니티를 전달하는 AI 로봇 등 다양한 언택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는 지난해 도입돼 호텔의 명물로 자리 잡은 로봇 ‘코봇’이다. 코봇은 현재 호텔 로비 프런트 데스크와 라운지에 한 대씩 위치해 있다. 고객이 어메니티를 요청하면 객실이나 레스토랑으로 전달한다.

    직원이 코봇 안에 물건을 넣고 객실 번호를 목적지로 설정하면 코봇은 센서를 이용해 해당 층으로 엘리베이터를 스스로 탑승해 이동한다. 객실 앞에 코봇이 도착하면 손님 객실에 전화가 울리고 손님은 요청한 물건을 픽업하면 된다.

    코봇은 언택트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즐거운 콘텐츠가 돼 가족 고객들 사이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호텔 개관 2주년 기념일에는 호텔 뷔페 레스토랑 ‘가든 키친’과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등에서 코봇이 사탕과 초콜릿을 배달하는 이색적인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다.

    지난 1월 론칭한 ‘모바일 편의점’은 휴대폰으로 객실 내에서 간단한 스낵과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호텔 내에서 어메니티를 제공했던 서비스를 확장해 새로 출시했다. 객실 투숙객들이 각 객실 내 비치된 모바일 편의점 안내문의 QR 코드를 핸드폰으로 스캔하면 호텔 내 편의점에 바로 접속된다.

    고객은 실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생필품은 물론 호텔의 미니바 아이템 등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주문된 상품은 로봇을 통해 객실 앞까지 배달된다. 호텔 체크인 자체도 ‘모바일 키’로 이루어져 프런트 데스크를 방문하지 않고도 객실로 바로 모바일 체크인할 수 있다.

    집콕을 럭셔리하게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패키지들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는 브런치를 룸서비스나 테이크아웃으로 즐기고, 성능 좋은 고가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유자적’ 패키지를 출시했다. 패키지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 무선 스피커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브런치 세트에는 개인용 콕시클 텀블러가 함께 제공돼 고객들이 안심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목시 서울 인사동 호텔은 객실 내 TV를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패키지는 오후 2시 레이트 체크아웃, 음료와 스낵류 등 혜택을 포함한다.

    16층 ‘바 목시’에서는 체크인 시 모든 고객에게 웰컴 드링크로 벚꽃 차를 제공하며 1층, 2층 투숙고객 전용 공간에서는 셀프서비스로 제공되는 커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음료 및 스낵류를 제공하는 자판기와 보드게임도 이용할 수 있다.

    호텔 방문이 필수로 여겨졌던 돌잔치 등 연회장 예약도 언택트로 진행하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원래 호텔 미팅룸에서 진행하던 ‘돌잔치페어’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진행할 계획이다.

    호텔 웹사이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호텔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편리하게 호텔 연회장과 돌잔치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강인선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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