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7000만원 110인치, 돌돌 말리는 1억원짜리 TV 유행 민감한 부호들 유혹… 당신은 사시겠습니까?

    2021년 03월 제 126호

  • TV처럼 가격이 천차만별인 제품도 드물다. 저렴한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32인치 TV는 10만원대면 살 수 있다. 이런 TV는 인터넷 서비스를 약정 기간 이용하면 통신사들이 무료로 주는 사은품이기도 하다.

    반면 프리미엄 TV는 소형차부터 럭셔리 세단 가격까지 다양하다. 시중에 나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TV들은 1000만원대에 이른다. LG전자의 초호화 TV인 88인치 LG 시그니처 8000픽셀(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가격은 5000만원이었다. 삼성전자의 98인치짜리 8K 퀀텀닷 액정표시장치(QD-LCD·QLED) TV는 미국에서 9만9999달러(약 1억1900만원), 국내에서 7000만원에 출시됐다.

    ‘VVIP’들을 위한 초호화 TV는 어느덧 ‘억의 전쟁’을 펼칠 정도가 됐다. 전 세계 TV 시장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1억원이 넘는 신형 럭셔리 TV를 각각 내놨다. 특히 이들 제품은 전에 없는 신개념 디스플레이로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민감한 부호들을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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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기술로 만든 마이크로 LED TV, 가격은 무려 1억7000만원

    삼성전자는 차세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TV를 지난해 12월 10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크기는 110인치에, 화질은 4000픽셀(4K)급 초고해상도(UHD)의 선명함을 보여줬다. 3월 정식 출시를 앞둔 이 TV의 출고가는 무려 1억7000만원이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 칩(소자)을 회로기판에 촘촘히 박아 만드는 디스플레이다. 전통적 디스플레이가 아닌, 반도체 기술로 만드는 TV다. 실제로 이 제품의 디스플레이는 다른 TV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마이크로 LED는 야구장에서 보는 전광판과 비슷한 구조다. 마이크로 LED TV는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00㎛ 이하인 자발광 칩을 회로기판에 배열한다. 스스로 빛과 색을 내기 때문에 LCD TV처럼 빛을 쏘는 배면광(백라이트)이 필요 없다. OLED TV에 들어가는 편광층도 쓰지 않는다.

    OLED TV는 적녹청(RGB) 색 구현을 위해 유기성분을 활용한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800만 개의 무기질 RGB 소자를 쓴다. 무기물 소재는 유기물질보다 안정적이어서 수명이 10만 시간에 이른다. 화질 열화나 이미지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전무는 “삼성 마이크로 LED TV는 어떤 디스플레이도 흉내 내지 못하는 밝기와 명암비를 자랑한다. 실제와 같은 수준의 생생한 컬러 표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를 퀀텀닷 자발광다이오드(QD-OLED·QLED)와 양대 미래 TV로 집중 육성 중이다. 긴 수명, 높은 해상도, 실제 수준의 색 구현 등이 마이크로 LED TV의 장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70~100인치 마이크로 LED TV 신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추종석 삼성전자 VD 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마이크로 LED TV보다 한 등급 아래이자 기존 QLED TV(퀀텀닷 LCD TV)보다 상위 라인업에는 (LED 소자 길이가 100㎛ 이상인) ‘미니 LED’ TV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TV 화질을 결정하는 명암비는 마이크로 LED와 OLED 모두 무한대다. 현존 LCD TV와는 화질이 차원을 달리한다. 이에 더해 마이크로 LED TV는 색상을 전환하는 시간이 수나노초(수십억분의 1초)다. 최고 수준의 LCD TV는 수밀리초(수천분의 1초), OLED TV는 수마이크로초(수백만분의 1초)가 걸린다. 또 마이크로 LED TV는 OLED TV와 같은 밝기를 내는 데 이론상 필요한 에너지가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와 똑같은 선명한 화질

    생산단가는 상상 초월


    마이크로 LED TV가 대중화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우선 LED 소자를 회로기판에 올려 조립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다. 현재 IT 업계에서는 상업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조립은 한 달이 걸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마이크로 LED TV가 같은 크기의 OLED TV와 비교해 생산 비용이 3~4배 더 든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로 LED TV 가격이 6000달러(약 650만원)까지 떨어져야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최용훈 삼성전자 VD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들어오고 시장 생태계가 형성되면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도 드라마틱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LG디스플레이와 미국 애플, 일본 소니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연구개발(R&D) 중이다. 2012년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한 소니는 현재 소자 길이가 30㎛에 불과한 ‘클레디스’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디지털 광고판을 비롯한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 일반 TV는 출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8년 처음으로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상업용 디스플레이 ‘더 월(The Wall)’을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 데 이어 일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 상용화에 최초로 성공했다. LG 역시 마이크로 LED에 대한 R&D를 지속하며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일반 TV보다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출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전무)는 “마이크로 LED와 OLED와의 공통점은 둘 다 자발광이라는 것”이라며 “마이크로 LED도 OLED와 동등한 화질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고객들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을 갖추기는 어렵다. 화질과 가격을 모두 갖춘 기술은 OLED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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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모델들이 110인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소개하고 있다.
    ▶한 대 1억원… 다양한 공간 연출 가능한 LG전자 롤러블 TV

    LG전자는 지난해 10월 롤러블(돌돌 마는) TV를 최초로 국내 출시했다. LG전자의 초호화 가전 브랜드인 ‘시그니처’에 편입한 LG전자 롤러블 TV의 정식 명칭은 ‘시그니처 OLED R’다. TV를 시청할 때는 화면을 펼쳐 보다가 시청하지 않을 때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는 방식이다. 출고가는 1억원에 이른다. 65인치에 4K 화질을 갖췄으며 4.2채널 100와트(W) 출력의 스피커를 탑재했다.

    LG 시그니처 OLED R는 LG전자가 주력으로 미는 OLED 디스플레이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OLED는 배면광이 필요 없어 얇고 또 다양한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다. 화면을 둥글게 말거나 펴는 건 그중에서도 고난도 기술에 속한다.

    이 제품은 특히 화면이 말려 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기존 사각형 TV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시그니처 OLED R는 ▲전체 화면을 시청할 수 있는 풀뷰 ▲화면 일부만 노출되는 라인뷰 ▲화면을 완전히 없애주는 제로뷰가 모두 지원된다. 라인뷰는 음악, 시계, 액자, 무드, 씽큐 홈보드 등 총 5가지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드 모드를 활용해 마치 집 안에 모닥불을 피워 놓은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씽큐 홈보드는 TV와 연동된 집 안 스마트기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화면을 완전히 숨기는 제로뷰는 인테리어 오브제 역할을 한다. 모션 센서를 탑재해 사용자가 다가가면 웰컴 조명 효과를 낸다. 특히 LG 시그니처 OLED R는 제로뷰 상태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TV는 거실에서도 가장 큰 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느 집에 가든 굉장히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공간을 구성하게 된다”며 "LG 시그니처 OLED R는 벽 앞에 설치한다거나, 벽 자체에 건다거나 하는 전통 방식을 벗어나서 훨씬 자유로운 공간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고 말했다. ▶1년 10개월 기다린 롤러블 TV 출시

    LG전자는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롤러블 TV의 첫 선을 보였다. 당시 LG전자는 롤러블 TV로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2년 연속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LG전자는 당초 지난 2019년 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산 지연에 지난해 코로나19 감염 사태까지 겹쳐 출시는 해를 넘겨 미뤄졌다. LG전자는 “롤러블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제품이라 신뢰성 검증을 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쏟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VVIP 고객을 위해 시그니처 OLED R 제품 생산부터 마케팅, 고객 관리까지 차별화된 방식을 도입했다. 시그니처 OLED R는 생산부터 품질 검사까지 명장(名匠)이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럭셔리 시계, 럭셔리카 등 초고가 명품을 만드는 생산 방식이다. 또 알루미늄 본체 상판과 측면에 고객이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는 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LG 시그니처 OLED R 구매 고객은 3년간 무상 서비스는 물론, 연 2회 특별 점검 서비스도 받는다. LG전자는 제품 설치 시 서비스 명장과 LG전자 연구원이 함께 고객 집에 방문하는 동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의 첫 번째 롤러블 TV인 LG 시그니처 OLED R는 LG전자 OLED TV의 대표나 마찬가지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차별화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로 OLED를 밀고 있다. TV용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독점하는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중이다. LG전자는 올해 OLED TV 판매량 목표치를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500만 대로 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를 포함한 OLED TV 고객사 주문이 늘며 올해 전 세계에서 총 700만~800만 대 분량의 OLED 패널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크로 LED도 롤러블 TV도

    판매는 아직 극소수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와 LG전자 롤러블 TV는 마이크로 LED와 OLED라는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 두 제품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TV 중 가장 고가이며, 프리미엄이다.

    초호화 TV 시장에서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는 국내 예약 판매 기간에 수~수십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의 정식 출시는 3월이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에 진출시킬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연간 1000대 이상 마이크로 LED TV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디스플레이 시장조사기관 DS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마이크로 LED TV 출하량을 약 1000대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70~80인치대 마이크로 LED TV도 출시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로 했다.

    LG전자 롤러블 TV(시그니처 OLED R)도 판매량은 아직 소수다. 출시 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LG 시그니처 OLED R가 약 10여 대 팔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65인치 단일 규격으로 출시된 시그니처 OLED R가 ‘거거익선(화면이 클수록 좋다)’ TV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65인치는 일반 보급형 TV의 주류를 이룬다. 프리미엄 시장으로 갈수록 70~80인치대 대형 TV의 인기가 더 좋다.

    LG전자는 현재까지 추가 롤러블 TV의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그니처 OLED R가 처음이자 마지막 롤러블 TV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OLED TV의 TV 시장 평정을 노리는 LG전자로선 롤러블 TV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제품이다.

    [이종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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