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시작되는 ‘마이데이터’시대 60개 이상 기업 몰려 무한 경쟁

    2021년 06월 제 129호

  • # 스마트워치의 전담 피트니스 매니저가 퇴근시간에 맞춰 30분간 빠르게 걷기를 제안한다. 내 건강상태와 처방기록, 활동량, 심박수 등의 데이터를 제공한 결과 받을 수 있는 피트니스 서비스다. 스마트폰 자산관리 앱으로 들어갔더니 내 은행잔고와 카드결제 내역, 소득수준과 SNS 등을 분석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스크롤을 내렸더니 현재 재무상태와 개인성향에 적절한 여름휴가지도 알려준다. 출근시간에는 나의 이동패턴을 분석해 실시간 최적의 출근길을 찾아주고 대출만기 시점이 다가오면 알아서 최적의 대출상품을 제안하고 푸시알림을 통해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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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8월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하 마이데이터)이 시작된 이후 등장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여러 데이터를 결합하면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상생활에 바쁜 소비자가 직접 모든 금융 정보를 분석하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온 게 ‘마이데이터 플랫폼’ 사업이다. 정보 주체가 동의하면 기업이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개별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초개인화’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존 사업자의 서비스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파괴력 있는 신규사업자의 등장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중국의 핑안보험그룹은 원래 보험사로 출발하였으나, 데이터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하여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재의 확보, 인프라 체계 구축 및 기술개발·투자 등에 집중해 세계 정상급의 데이터 역량을 보유한 기술 주도 종합 금융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하나의 예다.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관련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에는 60개 이상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어 서비스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도입이 예정됨에 따라 고객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은행을 넘어서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개인데이터가 오픈 API로 개방될 예정이다. 도입 이후에는 은행 입출금 내역뿐만 아니라 카드 결제 내역, 증권사 투자예탁금, 주식·펀드 보유 내역, 보험계약 등 개인의 수많은 금융정보를 모두 공유할 수 있다. 금융분야는 물론 정부는 장기적으로 의료·에너지·유통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도 마이데이터 도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책 추진이 본격화되면 개인의 세금납부 내역 같은 행정정보, 건강보험공단의 공공 의료정보 등 개방될 데이터 범위와 종류도 매우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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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금융·핀테크 분야 망라한 경쟁

    1차 좌절했던 카카오페이 예비심사 통과


    디지털 경제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소비자의 전통적 구매 척도였던 시장 내 브랜드 파워, 자본규모 등의 중요성은 희석되고 있다. 반면에 데이터 축적량, 데이터 분석력같이 데이터로 가치를 창출하여 고객 니즈에 부응하는 역량은 기업의 매우 핵심적인 경쟁요소가 됐다.

    향후 개방되는 데이터가 금융·비금융을 망라하여 무궁무진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밀한 데이터 역량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기존 산업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로 떠오르며 사업자 선정 경쟁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을 비롯해 여신·금융투자·저축은행·상호금융·핀테크 등 총 28개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마이데이터 허가를 신청한 37개 기존 기업 가운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를 보류당했던 7개 업체 중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12일 예비허가를 통과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로 카카오페이의 마이데이터 심사를 보류해왔다.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중국의 엔트그룹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 위원회, 인민은행 등 중국 금융당국과 연락이 닿아 카카오페이의 마이데이터 인허가 심사가 다시 재개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5월 중 본허가를 신청해 6월 중 금융당국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2월부터 중단되어온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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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페이와 함께 심사 보류당했던 7개 업체 중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4곳은 3월 말부터 심사가 재개됐다. 반면 삼성카드와 BNK경남은행만 여전히 예비허가 심사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대주주 삼성생명의 제재절차가 진행 중이며 경남은행은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주가조작 혐의로 현재 2심 형사재판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 4월 진행된 마이데이터 2차 사업자 신청에는 25개사가 예비허가 신청을, 6개사가 본허가를 신청하는 등 총 31개 기업이 사업을 위해 뛰어들었다. 신청 기업들을 살펴보면 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을 포함해 금융투자회사가 10개, 기업은행·교보생명·롯데카드 등 은행·보험·증권을 망라한 금융권 20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8개의 핀테크 기업들과 나이스평가정보·KCB 등 신용평가업(CB) 2곳, 시스템통합(SI)업체인 LG CNS도 지원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2차 심사에서는 물적 설비 구축 등 허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자체 판단할 경우 예비허가를 생략하고 본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했다. 덕분에 한 번 예비심사를 받아봤던 뱅큐·아이지넷을 포함해 광주은행·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 등 6개 기업은 본허가로 바로 뛰어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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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에 열린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포럼’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허가 신청을 정기적으로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사 결과 탈락한 업체는 재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금감원은 탈락 시 업체의 평판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신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접수 순서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지만, 준비의 충분성을 감안해 허가 부여 순서가 결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차 신청 접수에 앞서 실시한 수요조사에서 올 상반기 내로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만 50~60개에 달했다”며 “이달 접수 예정인 오는 28일에도 많은 업체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본허가를 획득한 업체들은 기존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과 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들을 위한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종합 자산관리 도구로서 네이버페이의 ‘내 자산’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인 토스는 모든 금융사의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버킷리스트’ 등의 서비스를 고도화해 분석 기반의 서비스를 넘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초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마이데이터 회사들의 초기 데이터 가공을 통한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타사의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한 치킨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고객을 보다 많이 확보해 초기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려는 구조인 만큼 결국 누가 초기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시행된 이후 마케팅 경쟁에 대비해 외부 투자유치 등 자금력 확보를 완료한 곳도 많다”며 “업체별로 TV 광고는 물론 다양한 경품 이벤트를 내세워 기존 고객들을 묶고(Lock-In) 유동적인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 등을 다양하게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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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작은 늦었지만 충분한 인프라

    다양한 플레이어 나올 수 있을 것


    EU는 2018년 개인정보보호 법령개정을 통해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영국은 마이데이터 정책을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개인정보 공유를 통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스마트공시 제도를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2020년에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8월부터 금융사와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서비스를 시작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앞선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의 개방에 대한 기관들의 이해관계 및 시스템 미비 등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야 할 초개인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도 초개인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럽은 지나치게 개인정보가 보호되면서 금융 상품 정보를 모두 개방하지 않았다. 미국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아직 금융권에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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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높은 한국의 성향에도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오픈뱅킹 가입자는 1년 만에 2200만 명(경제활동인구의 82%)을 넘어섰다. 처음 오픈뱅킹을 시작한 영국을 뛰어넘는 속도다. 영국에선 사용자가 200만 명(경제활동인구의 6%)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오세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영국에서 개인데이터 저장소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인 디지미(Digi.me)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데이터 관리의 부담과 실질적 서비스 부족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미국의 세무·금융·재무관리 관련 핀테크 회사인 인튜이트의 경우, 수집할 수 있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시작은 늦으나, 금융기관들에게 데이터 개방 의무를 부과하여 초기사업은 빠르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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