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2020 美 대선 레이스 본격화, ‘미·위·펜’에 승부 달렸다… 바이든-샌더스·부티지지·워런, 민주 ‘1강 3중’ 구도

    2020년 01월 제 112호

  •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3개주에 승부가 달렸다고 보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곳만 지켜도 이길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는 최근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을 지낸 선거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의 주장은 미국 대선이 ‘땅따먹기’와 비슷하다는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미국 대선은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2020년 11월 3일 일제히 선거를 치러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절대 다수의 지역에서 ‘승자독식’, 즉 선거인단을 한 후보에게 몰아주도록 돼 있다.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 1위 후보에게 선거인단 전원을 배정하고 있다. 전국 득표율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한 사례가 지금까지 5번이나 발생했던 이유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유권자 득표율에서 46.1%를 얻어 힐러리 클린턴(48.2%) 후보에게 지고도 선거인단 다수를 확보했다.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한 덕분이었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영호남처럼 미국도 동서부 해안지역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중부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로 양분돼 있다. 마치 파란색이 빨간색을 포위한 듯한 모습이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버니 샌더스


    정당 지지도가 쉽게 변하지 않는 이들 지역들을 제외하면 결국 대선 결과를 가르는 승부처는 선거 때마다 색깔이 바뀌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라는 의미다.

    프리버스 전 실장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지목한 핵심 경합주가 바로 ‘미·위·펜’, 즉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다.

    이들 지역은 낙후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속한다. 백인 노동자 계층의 인구가 많지만 이념적으로는 중도 비중이 농업지대인 ‘팜 벨트(farm belt)’보다는 높은 편이다. 이들 3개주에 달린 선거인단 수는 미시간주 16명, 위스콘신주 10명, 펜실베이니아주 20명 등 총 46명으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가져갔다. 다만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긴 했지만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3개주는 양당 간 표차가 1%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박빙 승부였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후보보다 전국적으로 선거인단 74명을 더 가져갔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미·위·펜’ 모두를 가져와야 안심할 수 있다. 2018년 11월 중간 선거 때 미시간주는 하원의원은 양당이 나란히 7석씩 나눠가졌고 주지사는 민주당이 탈환했다.

    펜실베이니아주도 하원의원 선거 결과가 9 대 9 박빙이었고 주지사는 민주당 출신이 수성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민주당 유력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위스콘신주에선 공화당이 하원의원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갔지만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 민주당으로선 빼앗겼던 ‘고토(故土)’에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었다.

    만약 이 3개주에서 민주당 대선후보가 모두 승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결정적으로 저지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이 2020년 7월 후보자를 확정하는 전당대회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측은 3곳 모두를 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서두른 배경에도 러스트 벨트 민심이 자리 잡고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엘리자베스 워런


    이 밖에 선거인단 18명인 오하이오주, 6명인 아이오와주도 경합주로 분류된다. 플로리다주도 여전히 여론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지난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완승했지만 민주당 하원의원 수가 2년 전보다 소폭 늘었다. 선거인단 수에서 플로리다주(29명)는 캘리포니아주(55명), 텍사스주(3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노스캐롤라이나주(15명), 애리조나주(11명) 등도 관심지역이다. 역시 지난 중간 선거 때 주지사 선거와 하원의원 선거 결과가 엇갈린 지역이다. 공화당은 2020년 8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처럼 2020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미국은 대선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월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각 당별로 대의원을 뽑는 첫 코커스가 열리고 같은 달 11일에는 뉴햄프셔에서 프라이머리가 개최된다. 이어 15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이 승부의 분수령이 된다.

    코커스는 대개 등록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일부 지역의 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까지 참여해 전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민주당은 대략 5000명 이상, 공화당은 2000명 이상의 대의원을 뽑는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조 바이든


    이들이 모여 각 당 후보를 최종적으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2020년 7~8월에 각각 열린다. 특히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2000년 이후 엘 고어, 존 케리,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이변 없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아이오와에서 사실상 결정됐던 셈이지만 지난 2016년 힐러리 대 샌더스 경선은 4월까지도 접전이 벌어졌다.

    이번 민주당 경선도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 등 초반 경선지역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위 자리를 내주고 있어 대이변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지난 12월 15일을 기준(선거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 집계)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전국 평균 지지율 26.4%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17.3%),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14.8%), 피트 부티지지 사우스밴드 시장(9.4%) 등이 뒤따르는 ‘1강 3중’ 구도다. 기세 좋게 치고 나왔던 워런 의원은 의료보험 재원 논란과 중산층 증세 우려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반면 ‘젊은 피’로 불리는 부티지지 시장의 추격이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안정적 지지세가 흔들리지 않고 있어 다자구도에서는 유리한 입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도를 내세워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세계 10대 부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아직 미풍에 그치고 있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2020년 대선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초대형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는 싱거운 게임이 될지, 아니면 4년 전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접전이 될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헌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