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아마존·구글·페이스북, 뉴욕에 잇단 거점… 다양한 인재 많아 ‘빅애플’ 美 동부 IT 허브 부상

    2020년 01월 제 112호

  • 2018년 말과 2019년 초에 걸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을 소위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이 있었다.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아마존은 2018년 11월 제2본사(HQ2) 부지로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DC 인근 내셔널랜딩 2곳을 각각 선정했다. 미국 전역 도시들이 제시한 제안서와 혜택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여러 도시가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하며 앞다퉈 ‘아마존 유치전’에 나섰지만 결국 승자는 이 두 곳으로 확정됐고, 승자는 환호했다.

    하지만 뉴욕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존이 2019년 들어 지난 2월, ‘뉴욕 제2본사’ 계획을 전격 철회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마존은 “많은 생각과 고심 끝에 우리는 퀸즈 롱아일랜드시티에 아마존 본사를 지으려던 계획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회 이유에 대해선 “새로운 본사 건립에는 해당 지역 공직자들과의 긍정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뉴욕 시민 70%가 찬성하지만, (일부) 지역 정치인이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반대가 주된 이유라고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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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14선거구) 등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아마존이 입주할 경우 지역 주택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뉴욕이 아마존 유치를 위해 내건 수십억달러의 인센티브도 과도하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부자 기업’인 아마존에 그러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낙후한 지하철 개선 등 인프라와 공공 서비스에 쓰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에 부딪친 아마존은 ‘뉴욕 제2본사 철회’라는 결정을 내려 뉴욕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마존의 ‘뉴욕 제2본사 철회’는 곧 ‘뉴욕은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됐을까?

    아마존 ‘뉴욕 제2본사 철회’ 이후 약 10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아니다’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오히려 뉴욕이 미국 동부의 정보기술(IT) 허브로서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뉴욕에서 거점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마존도 예외는 아니다. 아마존은 2019년 12월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에서 33만5000제곱피트의 업무공간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맨해튼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허드슨야드’와 맞붙은 미드타운 지역으로, 1500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이다.

    이는 ‘뉴욕 제2 본사 철회’ 발표 이후 아마존의 주목되는 뉴욕 거점 확대 조치라고 미국 주요 언론들은 평가했다.

    그만큼 기업 환경 측면에서 볼 때 뉴욕은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도시라는 분석이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의 이번 임대계약은 뉴욕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아마존이 뉴욕에 제2 본사를 세우면서 2만5000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조건으로, 뉴욕주와 뉴욕시는 세제혜택 등 3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아울러 WSJ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도 뉴욕에 업무공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허드슨야드 일대에서 70만 제곱피트 규모의 임대 계약을 논의 중이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9년 11월 허드슨야드에 150만 제곱피트 임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페이스북의 뉴욕 거점 확대 계획이 최종 마무리되면 단일 기업으론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함께 뉴욕 내 최대 임대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역시 맨해튼에 170만 제곱피트 규모의 단지 ‘구글 허드슨 스퀘어’를 조성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글은 향후 10년간 7000명을 신규 고용하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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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SJ은 “아마존 제2 본사 철회 소식 이후, ‘뉴욕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풍부한 노동력, 광범위한 교통 시스템, 다양한 문화 시설 등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뉴욕이 IT 기업의 동부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T 대표기업들이 잇따라 뉴욕에 거점을 확대하면서 그동안 세계 경제·금융 중심지 이미지가 강했던 뉴욕이 이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최첨단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뉴욕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인재들이 모여 있다는 데 있다. 인구 862만 명이 밀집해 있는 뉴욕은 미국 최대 도시로 노동인구 약 430만 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술 기반 일자리는 약 20만 개에 이른다.

    뉴욕에는 컬럼비아대, 뉴욕대, 코넬텍 등이 있고,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예일대 등 대표적인 아이비리그대학도 인근에 있다. 그래서 인재를 확보하는 데 그만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미래 성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뉴욕은 풍부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활기찬 도시”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스타트업 밀집 지역인 실리콘앨리(Silicon Alley)가 점차 커지고 있어 뉴욕이 글로벌 창업의 전진지기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리콘앨리는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빗대어 ‘골목(alley)’이 많은 뉴욕의 창업 생태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로어 맨해튼과 미드타운 일대가 이에 해당한다.

    스타트업 성공 사례, 벤처캐피털 투자, 활발한 스타트업 채용 등이 실리콘앨리를 지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의 스타트업·기술 생태계 플랫폼인 ‘디지털NYC’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으로 뉴욕에는 스타트업이 4만여 개에 달한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BuzzFeed)는 뉴욕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중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존의 최근 맨해튼 미드타운 업무공간 임대 계약 체결 소식은 이러한 뉴욕의 장점을 재조명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2020년에도 최첨단 도시로서 뉴욕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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