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범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바이든 당선 후 미국 경제 어디로… 코로나 백신·경기부양책·트럼프 몽니 3대 변수

    2020년 12월 제 123호

  •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월 17일(현지시간) ‘베이 에어리어 카운슬’ 주최 토론에 영상으로 참석해 한 말이다.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날은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가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95% 효과를 봤다는 발표가 있은 다음 날이었다. 이를 감안해 어느 정도 낙관적인 전망이 기대됐었지만, 파월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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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대선이 끝나고, 승부가 결정 났지만 미국 경제 회복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판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선 이후 뉴욕 증시는 폭락하는 일은 없었지만, 다시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 확산에 짓눌린 모습이다. 돈은 풀릴 대로 풀려있어 시장은 작은 뉴스 하나에도 큰 진폭을 갖고 움직이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경기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6월 이후 세계경제 활동이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세가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깊고 불평등한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향후 미국 경제 회복의 변수가 될 요인은 ▲코로나19 확산세 통제 여부와 백신 개발·보급 ▲신규 부양책 합의여부와 시기, 규모 ▲고용시장 안정성과 소비 동향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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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얼음판 걷는 백신 개발

    초미의 관심사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다. 이 부분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 회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

    화이자, 모더나가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제대로 걷고, 뛰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긴급 사용신청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엔테크 CEO(최고경영자) 우구어 자힌은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FDA가 12월 중순 전후로 사용 승인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12월 말에는 EU 당국으로부터도 조건부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외견상 순조로워 보이지만 백신 개발과 보급은 가시밭길이다.

    모든 것이 초유의 상황에서 도전적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로 한순간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백신 개발은 압축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접종 중단, 폐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약효가 임상시험과 달리 효과적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백신 개발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백신 개발=코로나 종식’이라는 전망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라가르드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경기부양책 계획을 바꿀 만큼의 ‘게임 체인저’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ECB는 경기 침체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고 의료적인 해결책은 내년에나 나올 것으로 가정한다”고 말했다. 백신 임상시험 결과를 놓고 김칫국을 마실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라가르드 총재는 “내년 상반기는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말 전에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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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백신 개발이 완료되고 FDA 승인이 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얼마나 조속히 광범위하게 보급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모더나 백신과 달리 화이자 백신의 가장 큰 단점은 보관·운송 과정이다. 이 백신은 영하 75도에 보관돼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통·보급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백신 보관 온도보다 약 50도 더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병원, 약국 등에서 쓰고 있는 냉동시설로는 이 보관 온도를 맞출 수가 없다. 화이자, 바이오엔테크는 이를 보완, 실온상태에서 배송할 수 있게 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결과는 알 수 없다.

    백신 개발이 이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확진자는 1초당 2명, 사망자는 1분당 1명꼴로 늘어나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하루 확진자가 16만~17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확진자는 1100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전체 인구의 3%가 감염된 셈이다. 사망자는 25만 명을 넘어섰다. 조지워싱턴대 의대 조너선 라이너 교수는 “12월부터는 하루 3000명의 사망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바이러스가 지금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몇 달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서 연일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단기적으로 중대한 하방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또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사람들이 팬데믹 통제 노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갈 길이 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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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바이든, 해리스 당선 축하 광고가 나오는 모습.
    ▶논의만 무성한 각종 경기부양책

    향후 수개월이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시기라는 점은 누구나 다 동의하고 있다. 백신이 나오고, 본격적인 보급에 들어가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버틸 ‘뒷심’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미국은 공교롭게 이 시기에 정치적인 난관을 만났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신규부양책 협상을 비롯한 경기부양 조치에 소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부양책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진도를 뺄 가능성은 낮다. 월가에서는 ‘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이 제일 큰 ‘합의’라고 꼬집는 의견도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와 연말 일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민주당은 최소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공화당은 5000억달러를 넘는 지원책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대선 전 지리멸렬했던 백악관과 민주당 간 협상 과정이 떠오른다. 대선 직전까지 백악관, 미 재무부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소모적인 정쟁으로 신규 부양책 마련에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에 아군끼리 서로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까지 나타났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연준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준의 긴급 대출프로그램 일부를 연장하되, 사용하지 않은 기금을 반환할 것을 요청했다. 재무부는 실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 대출(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 회사채 매입 기구 등을 예정대로 연말로 종료하겠다며 4550억달러를 반환하라고 연준에 요청했다. 하지만 연준은 비상대출 프로그램은 중단될 수 없다는 짤막한 성명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으면 보기 힘들었을 모습이다. 이에 앞서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베이 에어리어 카운슬’ 행사에 참석, 긴급대출 프로그램은 당장은 종료할 상황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재무부 vs 민주당·연준’ 구도로 분열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므누신 장관이 차기 행정부를 어렵게 만드는 시도라고 봤다. 연준과 재무부 간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이런 대형 위기 앞에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민주당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결정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므누신 장관은 연준의 의도에 반해 취약한 경제에 절실한 매우 중요한 지원들을 없애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치적 고통을 가하기 위해 재를 뿌리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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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맨해튼 긴급진료소마다 긴 대기줄이 생겼다. 사진은 월스트리트 근처의 한 긴급진료소 모습.
    ▶불안한 고용시장, 소비도 위축

    체감경기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고용지표 개선이 급선무다.

    꾸준히 개선 추세를 보였던 고용지표가 11월 중순부터 다시 악화된 점은 우려할 만하다. 11월 둘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3만1000건이 늘어난 74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첫째 주 이후 5주 만에 처음으로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망치인 7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 시기는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늘어나며 각 주별로 봉쇄조치를 재개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완화됐던 레스토랑 영업 등을 다시 제한했고 긴 겨울을 맞아 고용시장은 회복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과 관련, 워싱턴DC만 바라보는 법안이 있다. 지난 3월 미 의회에서 통과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CARES Act)의 연장안이다. 이 법안이 연장되지 않으면 당장 1200만 명이 연말에 실업 지원 혜택을 상실하게 된다.

    험난한 겨울이 예고되자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6개월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어느 한 부분에서 소비가 부진하기보다 의류 판매점, 식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했다.

    소비는 부진하지만 일부 생필품은 사재기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화장지, 살균 물티슈, 종이 타월 등은 다시 공급이 부족해 수급에 큰 차질이 초래됐다. 아마존에서조차 살균 물티슈를 구하기가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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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소비 불황에 주요 유통체인이 도산하고 있다. 사진은 폐업을 앞둔 뉴저지 소재 센추리21 백화점이 마네킹까지 팔기 위해 내놓은 모습.
    ▶또 다른 금융위기설

    또 다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손 회장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 폭증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자산을 매각해 총 800억달러(약 88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당초 계획은 40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부터 중국 알리바바와 미국 T모바일 지분 등을 매각했다.

    손 회장은 “(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라며 이 같이 현금 자산 확보에 나섰다. 부동산발 위기가 터지고, 이것이 금융권에 전염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입자 월세 미납→집주인 수입 감소→금융사 대출 부실’ 식으로 전파되는 위기다.

    연방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연말까지는 렌트비(집세)를 내지 못해도 임차인 퇴거를 요구하지 못한다. 이 조치는 연장해도 문제고, 중단해도 문제가 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연장할 경우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임대인이 버티지 못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담보물이 부실 대출로 전락하면서다. 압류당하는 주택이 속출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에서 강제집행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실이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

    사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이유로 시기를 연장하며 제대로 대책은 준비하지 않아 ‘폭탄 돌리기’를 해온 성격이 있다. 주택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오히려 더 충격이 클 수 있다. 이미 맨해튼 상업용 중 호텔은 디폴트 처리된 것이 많다. 호텔만큼은 아니지만 오피스 빌딩도 심각하다. 대도시에 있던 회사들의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빌딩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건물주들에게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또 정부 지원 조치에 연명해왔던 기업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손정의 회장은 “2~3개월 뒤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고 했다. 손 회장은 “백신 대량생산 전에 거대 기업이 무너질 수 있고, 그 결과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은행 하나가 월가를 무너뜨렸고 전 세계 주식시장을 폭락시켰다.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렌트비 유예 행정명령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수천만 가구가 길거리로 쫓겨날 수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 애스펀연구소, 컨설팅사 스타우트 등이 최근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4000만 명이 강제 퇴거 위기에 처했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이미 1100만 가구가 렌트비를 연체한 상태다.

    레임덕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권을 이어받을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범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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