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용승 특파원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전환’

    2020년 05월 제 116호

  • 지난 4월 2일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2020년 글로벌 경제 전망’ 세미나.

    뉴욕 외신 프레스센터가 마련한 이 세미나는 전화 회의로 진행됐다. 회의에 참가 신청을 했더니 접속 전화번호와 함께 비밀번호를 부여받았고, 회의 당일 접속하니 발표 내용을 듣고 질문 사항이 있으면 어떻게 하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인 미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잇따른 ‘셧다운’ 조치가 취해지면서 나타난 변화상이다. 미국에서 최대 ‘핫스팟(집중발병지역)’인 뉴욕주는 음식, 약국, 보건의료, 운송 등 필수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대한 100% 재택근무 행정명령이 내려져 그동안의 대면 회의가 이처럼 전화 회의 또는 원격 화상 회의로 속속 대체되고 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유행)’ 공포에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려는 소위 ‘비대면’ 선호 심리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미국 일상생활을 크게 바꿔놓았다. 우선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환자들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종의 관습이었지만 이제는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음식이나 생필품 등을 사기 위해 마트 등을 방문할 경우, 앞뒤 손님과 6피트(약 1.8m) 거리 유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됐다.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가 일상화됐고, 키스 인사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점차 경제활동도 재개되겠지만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대미문의 충격으로 개인의 생활은 물론 모든 경제 주체들의 행동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미국의 한 대안학교 교사가 다른 교사들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자택에서 원격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새로운 코로나19 경제’ 제목의 기사에서 여러 차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나타난 일상생활의 변화가 앞으로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수전 애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은 그동안의 습관을 바꾸게 됐다”며 “이러한 변화된 습관 중 일부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무엇이 변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 산업을 재편하고 정부의 역할을 다시 규정하며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속속 나오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전망’에 있어 공통점은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다.

    WP는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전환이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온라인’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불어 닥치기 이전에도 ‘구경제’의 소매업체들은 이미 설 땅을 잃고 있었다. WP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 걸쳐 소매업체들이 9300개 매장 폐쇄 선언을 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 등에 주목하며 ‘구멍가게’ 규모 소매상의 종말을 재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경제’ 가속화는 근본적으로 경제 체제가 바뀐다는 의미가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인 뉴욕주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


    그동안 비즈니스 관행 등 모든 면에서 큰 변화를 몰고 와 삶의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어쩔 수 없이 진행되고 있는 재택근무, 원격 화상회의에 대한 생산성이 확인된다면 ‘셧다운’이 해제되더라도 이러한 ‘코로나19 비즈니스 관행’이 상당부분 유지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기업과 정부가 출장을 제한시킬 수 있어 비즈니스석 항공권, 호텔, 렌터카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원격 근무의 생산성이 입증되면 사무실 수요를 줄여 임대업, 특히 ‘위워크’ 같은 사무실 공유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디지털 결제수단이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지폐와 동전을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금 사용을 자제하려는 현상이 고착화한다면 다양한 디지털 결제수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또 은행에서 대면 거래를 줄여 은행 지점 폐쇄를 몰고 올 수 있다. 아울러 휴교령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학습도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경제 이행 강화는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 고용하고 있다. 아울러 원격근무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디지털 경제’ 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반면 ‘구경제’ 종사자들은 실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온라인 생필품 주문이 크게 늘어나자 직원 7만5000여 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여행·운송·호텔·외식업 등을 중심으로 실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3월 셋째 주부터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실업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때부터 4월 첫째 주까지 3주 동안에만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무려 1678만 건에 달했다. 3주 사이에 서울시 인구(약 1000만 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됐다는 얘기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 2분기 실업률이 20~3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대변화 전망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사실상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미국 9·11 사태 이후 사람들이 비행기 여행을 자제하고, 은행도 한 건물에 사람들을 집중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할 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장용승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