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위축된 中 경제, 깊어지는 지도부의 고민… 전망은 엇갈려

    2020년 05월 제 116호

  •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4월 17일.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는 눈길을 끄는 기사 두 꼭지가 나란히 배치됐다. 톱에는 ‘상하이 푸동지구 개발 30주년 주요 성과’가 담겼다. 요지는 당 중앙이 푸동을 개방의 요충지로 삼고 개발에 힘쓴 결과 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글로벌 혁신 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기사 곳곳에는 시진핑 주석이 상하이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점이 부각됐다. 이는 국정 운영과 중대사 결정에 있어 당 중앙의 판단과 선택이 역사적으로 옳았다는 논리를 넣고자 한 흔적이다. 톱 기사 옆에는 시 주석의 지시로 그동안 후베이성 지역 의료시설에 파견됐던 군인들이 코로나19 방역 임무를 마치고 해산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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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후베이성의 센산 병원에 파견됐던 군인들이 코로나19 방역 임무를 마치고 해산했다.


    얼핏 보면 두 개의 기사는 내용상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사에 녹아있는 목적이 상호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관영 매체를 잘 아는 현지 인사는 “기관지의 1면 기사에는 당 중앙의 메시지가 정교하게 담긴다”며 “30년 전 허허벌판이었던 푸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듯이 현재 처한 코로나19 사태도 극복하고 미래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실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 들어 관영 언론들은 방역 성과와 함께 경제가 2분기부터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낙관론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동 개발 30주년’ 기사가 게재된 4월 17일 공교롭게도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 급감한 20조6504억위안을 기록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6.8%는 중국 정부가 연 단위에서 분기별 성장률로 바꾼 1992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시장 전망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앞서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각각 6.0%, -6.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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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률 쇼크’에도 중국 당국과 언론들은 ‘낙관론’을 펼쳤다. 마오성융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2월 취한 일시적 생산 중단 조치의 여파가 지표에 반영된 것”이라며 “3월부터 일부 지표에서 회복세를 띠고 있는 만큼 경제 정상화 속도에 따라 2분기 반등 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봉황TV 역시 “중국 당국이 지난 1~2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봉쇄와 격리 조치를 취하면서 산업 시설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영향이 크다”며 “3월 들어 생산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2분기에는 긍정적인 회복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주요 경제 지표들은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3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전력, 광업 등 다양한 업종의 생산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산업생산 증감률은 지난 1~2월 13.5%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나가면서 중국 경제에 아직 생산 온기가 온전히 돌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소비·투자·수출 변수도 지난 1분기 악화일로를 걸었다. 우선 소비 활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 규모는 3월 2조6450억위안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5.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10.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작년 12월 8%를 기록했던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한 탓에 1~2월(-20.5%)에 이어 3월에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 시설 투자를 포함한 고정자산투자도 지난 1분기 무려 16.1%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변수 역시 지난 1~2월(-17.2%)에 이어 3월(-6.6%)에도 위축 국면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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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후베이성의 센산 병원에 파견됐던 군인들이 코로나19 방역 임무를 마치고 해산했다.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일자리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지표에 여실히 드러났다. 1분기 기준 인당 실질 가처분소득은 8561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좀처럼 4~5%대를 벗어나지 않던 도시 실업률은 지난 1~2월 6.2%, 3월 5.9%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선 이미 10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항공그룹인 HNA, 가전업체 하이센스 등 대기업조차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해고 움직임도 엿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 여파로 최대 2억 명가량이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저조한 경제 성적표가 나오자 중국 당국과 시장은 서로 엇갈린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우선 시장에서는 2분기 대내외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경기 회복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신중론이 짙다. 중타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공급망의 일시적 위축과 이로 인한 기업 경영난 및 고용 불안, 해외 수요 감소 등이 상당기간 복합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V자형 반등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L자형이나 폭이 넓은 U자형 회복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이 시간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에 퍼지는 미스매칭 현상이 중국 경제 회복에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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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마오성융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2%, 9.2%로 제시했다”며 “이는 중국이 코로나19 충격에도 향후 2년 동안 연평균 5% 이상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마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률’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小康社會·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다소 풍요로운 사회)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1년을 앞두고 2020년 국내총생산과 도농 주민 1인당 소득(도시 주민 가처분소득, 농촌 주민 순수입)을 2010년 대비 2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6% 이상 달성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삼아 국정 운영 목표를 새롭게 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즉 샤오캉 사회 진입을 위한 과거 세부 목표에 얽매이는 대신 새로운 전략과 액션플랜을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들이 코로나19 충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전염병 극복 과정과 경제 낙관론을 그리고 있는 이유는 당국이 거시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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