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신데렐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상원의원, 부통령 지명… 특유의 ‘전투력’ 선보이며 트럼프 공격수로 지명도 쌓아

    2020년 09월 제 120호

  •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애타게 찾던 유리구두 한 짝의 주인공은 결국 카멀라 해리스상원의원(55)이었다.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부통령 후보에 지명된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란 타이틀에 바짝 다가섰다. 게다가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인 흑인이자 아시아계이다. 또 그는 단숨에 2024년 차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올라서며 ‘신데렐라’ 탄생을 예고했다.

    앞서 미국 정치사에는 1984년 민주당 후보였던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 2008년 공화당 후보에 오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주 주지사 등 2명의 여성 부통령 후보가 있었으나 당선되진 못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3월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애초엔 에이미 클로버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백인 상원의원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폭발하면서 흑인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등장했다. 또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흑인으로는 민주당 내 최고위직인 하원 원내총무를 맡고 있는 짐 클라이번의 전폭 지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승리하며 재기했다는 점도 흑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흑인 여성 후보는 줄잡아 예닐곱 명이 등장했으나 해리스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애초 바이든 캠프 내부에선 정치적 야망이 큰 해리스 상원의원을 택한다면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반면 라이스 전 보좌관은 선거 경험이 없어 공화당의 거센 공격에 노출될 우려가 컸다. 결국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이 취임 이후 다루기 편한 후보보다는 당장 선거에 도움이 될 후보를 선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해리스 의원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인종주의자로 몰아붙일 정도의 ‘싸움닭’이고,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 상원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맷집도 키웠기 때문이다. 1964년생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해리스 의원의 부친은 자메이카에서, 모친은 인도에서 각각 UC버클리대로 유학을 온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이민자들이다.

    부친인 도널드 해리스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며 소득불평등을 주로 연구한 학자이고, 모친 샤멀라 고팔란은 내분비학 박사학위를 받고 유방암 연구에 천착했다. 이민자 가정 출신이긴 하지만 부모들이 고학력자였던 것이다. 다만 부모가 해리스 의원이 7살일 때 이혼했고 캐나다 대학에서 일자리를 구한 모친을 따라 중·고등학교를 캐나다 퀘벡에서 졸업했다.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모친은 2009년 별세했다. 해리스 의원은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돌아와 워싱턴DC의 유서 깊은 흑인 대학인 하워드 대학에 진학했다. 로스쿨은 UC헤이스팅스를 나왔다.

    아이비리그 출신은 아니지만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차근차근 검사로서 출세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2003년 30대 중반의 나이에 샌프란시스코시 검사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사형제에 반대하고 범죄 재범을 막기 위한 교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을 지낸 흑인 정치인 윌리 브라운이 해리스 의원의 정치적 후원자였다.

    이어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검찰총장) 선거에 전격 출마해 승리했고 2014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임기 중도에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바버라 박서의 은퇴로 자리가 비자 즉각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그를 지지했다. 초선 상원의원으로 일할 때도 워싱턴 정가에서 특유의 ‘전투력’을 선보였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엔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활약하면서 전국적 지명도를 쌓았다. 브랫 캐버노 대법관 인준 청문회,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 청문회 등에서 송곳 질의로 유명세를 탔다.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출마했으나 포지셔닝에 실패했다.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등이 ‘왼쪽’을 장악했고 유색인종 후보도 여러 명 출마하면서 첫 지역별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기 낙마했다. 그가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된다면 외치보다는 형사 개혁이나 이민 문제 등 내치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편은 백인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2004년에 결혼했다. 엠호프는 미국의 초대형 로펌인 DLA파이퍼 소속이다. 엠호프는 전처와 사이에 자녀 두 명이 있지만 해리스 의원과 사이엔 아이가 없다. 일단 바이든 전 부통령이 꺼내든 ‘해리스 카드’는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리드하면서도 활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선거 캠페인의 분위기가 다소 반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선거운동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신해 해리스 의원이 활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바이든 캠프에 따르면 부통령 지명 후 이틀 만에 5000만달러에 달하는 선거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기도 했다. 부통령 후보 지명 후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방송 공동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의원에 대한 호감도는 39%로 나타났다. 비호감도(35%)보다 호감도가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호감도가 12%포인트나 높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비호감도가 5%포인트 높다. 다만 해리스 의원을 잘 모른다는 답변이 13%에 달해 펜스 부통령(4%)보다 높았다.

    11월 3일 대선일까지 해리스 의원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4년 뒤 대선후보가 될 확률도 좌우될 전망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나이를 감안할 때 단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사에서 부통령을 지낸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경우는 모두 14번 있었다. 이 가운데 9명은 대통령의 사망이나 사임 등 유고로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했으나 4명만 재선에 성공했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지더라도 4년 뒤 해리스 의원에겐 대권에 도전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코로나19로 스타덤에 오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다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 등과의 당내 경합이 예상된다. 공화당 쪽에선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신헌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