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헌철 특파원의 워싱턴 워치] 아시아판 나토 ‘쿼드’ 키우려는 美 참여 주저하는 韓… 미국, 日·印·濠와 안보 넘어 기술 블록 ‘야심’

    2021년 05월 제 128호

  • 외교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최근 ‘쿼드’라는 단어를 자주 접했을 것 같다.

    ‘쿼드(Quad)’라고 줄여서 부르지만 공식 명칭은 ‘4자 안보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다. 말 그대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4개국이 역내 안보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창설한 기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옛 소련(러시아)에 맞서 유럽 민주주의 국가들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쿼드는 중국을 사실상의 적성국으로 상정하고 있다. 동시에 1949년 나토가 세워질 때 12개국으로 시작해 현재 30개국으로 덩치를 키운 것처럼 쿼드도 참여 국가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대표적 우방국 중 하나인 한국은 추가 가입 0순위에 오르내린다. 문제는 중국이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쿼드에 대해 몸서리를 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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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토니 블링컨(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장관과 함께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쿼드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려면 시공간을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을 엮어볼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옛 소련이 주도하는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미국이 주도한 나토라는 양대 집단안보체제로 갈라졌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대 강국이 같은 이념을 지닌 국가들에게 각각 ‘안보우산’을 제공하는 개념이었다. 소련 해체 이후 지금은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등 옛 공산권 국가들이 속속 나토로 옮겨온 상태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공간을 당시의 아시아로 옮기면 상황은 전혀 달랐다. 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집단안보체제가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미국은 일본, 한국과 각각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안보우산을 제공했다. 공산국가인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싸웠으나 영토 확장보다는 경제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의 데탕트를 선택하고 1979년 미중 수교를 이뤄냈다.

    아시아의 또 다른 강대국인 인도는 냉전 이후 패권적 질서를 거부하고 다극주의를 주창했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은 자국 안보를 철저히 미국에 의존하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친미 일변도의 전략은 지금도 굳건하다.

    아시아의 세력균형에 균열이 생긴 것은 중국의 국력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약 6조달러로 해마다 감소세다.

    이미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70%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애초 양국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해 2034년께 중국이 세계 GDP 1위로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던 미국의 민간기관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2032년으로 예상 시점을 더 앞당겼다. 반면 일부 기관은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미국이 1위일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물론 1인당 GDP는 중국이 여전히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격차는 계속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임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점이 있다면 중국과의 전면 경쟁을 선택한 것이다. 단순히 중국의 성장 속도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침해, 기술 탈취, 막대한 국가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차세대 산업기술을 선점해 나가는 중이었다. 이를 견제하지 않으면 10년 후 중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패권 국가로 등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미국 조야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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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비롯해 쿼드에 참여한 4개국이 중국에게 느끼는 공포감은 비단 경제 측면만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내놓은 연례 위협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다. DNI는 “중국은 경제, 기술, 외교 영향력과 성장하는 군사력을 결합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이 원하는 대로 따라오도록 인접 국가에 강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방력 측면에선 인민해방군(PLA)이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핵무기 능력, 우주 진출까지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쿼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애초 미국, 일본, 호주 등 3국은 2002년부터 고위급 안보대화를 해왔고 2005년에는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2004년 동남아에서 쓰나미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3국 간 협력체제가 작동했다. 4개국 회의체가 닻을 올린 것은 2007년 초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인도를 초청해 4자 안보대화를 하자고 제안하면서다. 중국이 4국 모두에 항의 서한을 보내며 반발했지만 2007년 5월 첫 회의를 열었다. 2010년 이후론 흐지부지됐으나 201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 회의에서 4개국 정상이 쿼드 결성에 전격 합의했다. 2012년에 재집권한 아베 당시 총리가 이번에도 앞장을 섰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적극 찬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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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리셉션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쿼드 동참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4년 집권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요구를 거부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강화를 택한 상황이었으니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미국 정부는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모든 외교문서에 채택하면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 집권한 바이든 정부도 쿼드 활용도에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정상 간 화상회의를 주관하고 5세대(5G) 기술표준 확립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 희토류 조달망 구축, 코로나19 백신 역내생산 확대 등에 합의했다. 이들 4개국은 5G 기술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분야에서 자신들이 표준과 규범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쿼드가 ‘쿼드 플러스(Plus)’로 진화할 것이냐다. 한국 정부는 사안별 협력 요청은 있었으나 공식 참여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 등이 1차 영입대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월 초 워싱턴 한미일 회담에서 한국에 쿼드 공식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한국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물론 외교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쿼드에서 빠져 있는 형태를 선호한다. 반면 미국은 한국이 중국의 자력에 끌려갈 것을 우려해 쿼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한미일 3각 협력을 동북아시아 안보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바이든 정부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선을 감안하면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는 내년 대선으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신헌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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