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일선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국제사회 反中전선 확산에도 굳건한 중국… 美·EU, 거친 외교 대응 불구 中과 경제협력 지속

    2021년 07월 제 130호

  • 국제사회의 반(反)중국 전선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중국의 정치·외교적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등 서방세계가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거친 외교적 언어를 동원해 중국을 공격하는 나라들도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거리 두기를 망설이는 모습이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을 정치적으로는 공격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단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바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와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우선 중국과 직접적으로 글로벌 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국을 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동맹국들을 반중국 대열에 합류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이에 주요 7개국(G7)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까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특히 대만, 신장, 홍콩, 동·남중국해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들을 모두 공동성명에 담아냈다. 중국이 “중국의 근본이익에 관한 간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한 이유다.

    특히 중국은 G7 정상회의가 끝나자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총 28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는 대만 국방부가 작년 9월 중국 군용기의 접근 상황을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경제 문제로 시선을 돌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6월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가 발표한 각 지역별 무역 통계를 보면 미국과 중국은 오히려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정치적·외교적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지만 국가 간 무역 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올해 1~5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2796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중국의 핵심 교역국들인 EU(38.7%)와 아세안(39.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49.8%, 수입은 59.8% 증가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중국과 미국 간 무역 통계는 경제가 지정학적 갈등과 별개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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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국방부가 공개한 중국 H-6 폭격기. 대만 국방부는 6월 15일 J-16 전투기 14대, J-11 전투기 6대 등 총 28대의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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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이 이 같은 양국 간 무역 증가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톈윈 베이징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상반기 성장세를 보면 올해 미중 무역 규모가 2018년 사상 최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제재할 수 있는 카드들을 모두 꺼내들고 있지만 무역을 통한 경제협력만큼은 예외적인 위치에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고 하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를 쉽사리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관세 인상이나 일부 첨단기술 분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통해서는 양국의 경제교류를 억제할 수 없다”며 “중국 제조업은 전 세계에서 대체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체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자국의 경제를 해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최근 양국 경제 사령탑들의 접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는 최근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잇달아 화상회의를 가졌다. 구체적인 대화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안정 차원에서 양국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 기업들도 정치가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애플과 테슬라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은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국 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데이터 통제권까지 사실상 포기하는 등 철저하게 낮은 자세로 중국을 대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전 세계 매출의 20%를 올리고 있다. 테슬라는 그보다 높은 30%다.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경우 막대한 매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제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인권침해나 불공정한 관행 등에 침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한 발짝 더 나아가 공산당에 충성심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기업가들이 체득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중국 행렬에 동참시키려고 공을 들인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G7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등에서 유럽 국가들은 사실상 미국 손을 들어주며 대중국 압박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떠나자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회의가 ‘반(反)중국’으로 매도돼서는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을 의식한 조치다.

    외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 성명이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과장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많은 측면에서 우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G7은 중국과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무역, 기술개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길 원한다”며 “확실히 말하지만, G7은 반(反)중 클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G7 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도 “나토 지도자들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적으로 보지 않는다. 나토 회의장의 그 누구도 중국과 신(新)냉전에 빠져들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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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는 냉기가 흐르지만 경제적으로는 온기가 흐르는 또 다른 사례는 중국과 인도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문제와 소수민족 문제 등으로 전통적인 앙숙 관계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반중국 협의체인 ‘쿼드’의 일원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양국 군인이 라다크 지역에서 난투극을 벌여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5월 중국과 인도 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1% 급등했다. 지역별로 봤을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중국의 대표 IT 기업인 샤오미는 인도 내 반중 정서에도 불구하고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에게도 숙제를 던져준다.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제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를 웃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30%를 넘는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 간의 공급사슬도 촘촘하게  얽혀 있다.

    한국의 혈맹인 미국만 믿고 무조건 반중국 대열에 합류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16년 사드 사태에 대한 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현대차, 롯데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미국과 중국 양측을 모두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사실상 한미동맹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안보와 경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한국도 이제는 결단의 시간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일선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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