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기 특파원의 차이나 프리즘] 알리바바 마윈 정조준한 中, 시진핑 정부 진짜 노림수는

    2021년 02월 제 125호

  • “전자상거래, 핀테크 등 신흥 산업이 빠르게 커지자 중국 당국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느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강하게 옥죄고 있는 것에 대해 미 경제매체 CNBC는 “중국 당국이 대기업의 시장 독점 문제를 규제의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속내는 이들 기업에 대한 통제력 약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당국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각종 규제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이 중 시장의 이목을 가장 크게 끌었던 사건은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전면 중단시킨 것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이끄는 앤트그룹은 작년 11월 5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통해 34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마윈은 알리바바 지분 4.2%를 가지고 있고, 알리바바는 앤트그룹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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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앤트그룹은 상장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해 11월 2일 복병을 만나게 된다. 중국 인민은행,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은행관리감독위원회(은보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은 이날 공동으로 앤트그룹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마윈,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 후샤오밍 앤트그룹 총재를 소환해 ‘예약 면담’을 진행했다. 중국에서 ‘웨탄(豫談)’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공개적인 ‘군기 잡기’ 성격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인민은행과 은보감회는 마윈을 소환한 당일 ‘인터넷 소액대출 업무 관리에 관한 잠정 방안’ 관련 법규 2건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엔 핀테크 기업의 개인 소액 대출 한도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류허 중국 부총리도 금융안정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민간 기업의 금융 혁신을 장려하지만 금융 위험 방지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은행·보험·증권 등 전통적인 감독·관리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 분야인 핀테크 산업의 감독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앤트그룹의 돌연 상장 중단 소식에 시장이 동요하자 작년 11월 4일 증감회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서 “투자자의 합법적 권익 보호,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 시장공정 수호 원칙에 따라 상하이증권거래소가 관련 법에 근거해 내린 결정”이라며 “앤트그룹의 졸속 상장을 막은 것은 투자자와 시장에 대해 책임지는 행위이며 시장과 법치를 두려워하는 정신이 투영된 결정”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의 갑작스러운 상장 취소는 누가 (중국 자본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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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트그룹 상장 중단에 그칠 것만 같았던 ‘알리바바 길들이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달 12월 열린 정치국 회의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반독점’과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국가 차원의 중점 정책 의제로 제시했다. 중앙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유관 부처는 본격적으로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작년 12월 중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당국에 신고 없이 일부 사업체를 인수합병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각각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거대 인터넷 기업에 사실상 처음으로 제재의 칼날을 뽑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이 나왔다.

    작년 12월 26일 인민은행을 비롯한 중국 4대 금융감독 기관은 앤트그룹 경영진을 또다시 소환해 “법률 준수 의식이 희박하다”고 질타하면서 ‘5대 개선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요구 사항에는 ▲위법한 대출 및 보험·투자상품 판매 등 금융 활동의 시정 ▲금융 지주사 설립과 충분한 자본금 유지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최근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앤트그룹이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는 금융 지주회사 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앤트그룹의 모든 금융 사업을 당국의 감시하에 두는 방안을 당국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영기업이 앤트그룹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부분 국유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당국의 무차별적인 전방위 압박에 마윈의 재산은 앤트그룹 상장 중단 결정이 나온 이후 두 달 동안 123억달러(약 13조원)나 증발했다. 또 마윈이 공식 활동에서 자취를 감추자 ‘구속설’과 ‘실종설’이 나돌기도 했다. 중국에선 앞서 마윈의 발언이 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추측한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24일 상하이에서 개최된 와이탄 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좋은 혁신가들은 감독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뒤떨어진 감독을 두려워한다”며 “당국이 ‘위험 방지’를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윈은 이어 “대형 국유 은행들은 충분한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해주는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앤트그룹처럼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금융 채널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 인사인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중국의 금융 안정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직후 마윈이 작심하고 당국을 향해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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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의 발언이 중국 고위층을 분노하게 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직접 앤트그룹의 기업공개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상무부 등 중국 정부 부처에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매일경제와 만나 “마윈의 발언이 일종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해 앤트그룹 상장이 중단됐다고 볼 수는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독점화에 문제를 느끼고 관련 해법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당국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알리바바와 같은 몇몇 대기업들이 막대한 고객 데이터를 독점하는 데 부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실어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앤트그룹이 인민은행 산하 범국가적 신용정보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인민은행이 운영하는 신용등급 회사에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10억 명 이상 중국인의 소비 행태, 대출 이력 등에 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국무원 산하 반독점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앤트그룹이 막대한 소비자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 자칫 정부의 금융시장 리스크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며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의 데이터 독점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대기 특파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5호 (2021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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