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예하 뷰노(VUNO) 대표| “AI 의료기기, 메디컬에서 헬스케어로 범위 넓히면 고령사회도 OK!”

    2020년 01월 제 112호

  • 인공지능이 아픈 곳을 발견하고 진단하는 시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AI 기반 의료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뷰노(VUNO)’의 이예하 대표는 “AI를 활용하는 의사의 진단이 그렇지 않은 의사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말한다. 뷰노는 이 대표를 비롯해 김현준 최고전략책임자,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 등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출신 세 명의 연구원이 2014년에 설립했다.

    대표적인 제품은 국내 1호 AI 의료기기 ‘본에이지’. 환자들의 왼쪽 손 엑스레이 영상을 AI가 분석해 뼈의 나이를 판독한다. 주로 소아의 뼈 나이(골 연령)를 측정, 성장을 확인하는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쉽게 말해 의사들이 관련 서적을 보며 일일이 비슷한 나이의 뼈 사진을 찾아 분석하던 수고를 본에이지가 대신해준다. AI 활용 이후 판독 속도가 최대 40% 빨라졌고, 진단 정확도도 10%나 높아졌다. 본에이지 외에 흉부엑스레이에서 주로 판단하는 5가지 병의 소견과 질환의 위치를 알려주는 ‘체스트(흉부)엑스레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도와주는 ‘딥브레인’ 등 3가지 제품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2020년에 코스닥 상장을 통해 투자를 받아 메디컬에서 헬스케어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혀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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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 is…

    이예하 뷰노 대표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삼성전자종합기술원에 전문연구원으로 입사해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2014년 12월 2명의 창업멤버와 함께 AI 기반 의료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뷰노(VUNO)를 설립했다. 2015년 6월 국내 최초로 AI 기반 진단 소프트웨어인 뷰노 메드Ⓡ 본에이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 받아 의료 시장을 개척했다. 뷰노는 2020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로 돌아선 의료기기산업, AI가 관건

    ▶늘 바쁘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출장이 많다면서요.

    ▷스타트업이다보니 저도 연구에 관여하거든요. 전국의 병원이 저희 무대이니 국내출장도 많이 다닙니다. AI 의료 분야가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미나를 병행하며 저희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된 2019년 북미 방사선 의료기기 전시회(RSNA 2019)에 뷰노도 참가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엔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회사가 2014년 12월에 꾸려졌는데 설립 이후 매년 참석하고 있습니다. 의료장비를 쓰는 전 세계 의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거든요. 저는 이번엔 국내 일정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는데, 부스 크기도 가장 크게 키웠고 방문자도 많았습니다. 이곳은 사실 필립스나 GE, 올림푸스, 히타치 같은 의료기기나 장비를 다루는 대기업들이 지금껏 참여해왔어요. 몇 년 전부터 의료기기의 패러다임이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로 넘어오면서 AI 기업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될 만큼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기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

    ▷의료기기 산업이 전통적인 하드웨어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좀 더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는 요소가 바로 인공지능이에요. AI를 기반으로 성능을 끌어 올리면서 소프트웨어들이 성장하게 됐고, 그 흐름 속에 저희와 같은 규모의 회사들이 국내에 두서넛 활동하고 있고 최근엔 수십 개의 관련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창업 당시 3분의 창업멤버가 모두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소속이었습니다. 사표 내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전 2014년 11월에 퇴사했어요. 쉽지 않았죠. 그때 벌써 아이가 둘이었으니까. 그런데 확실한 게 어디 있겠어요. 삼성에서도 AI 관련 연구를 했는데, 기업연구소 중엔 가장 먼저 AI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 머신러닝(기계학습·컴퓨터가 스스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나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때까지 딥러닝(심층학습·컴퓨터 스스로 판단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삼성에서 제대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당시 딥러닝 기반의 자체 음성인식기능을 연구했는데,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만들어놓고 나왔어요. 그 연구를 하면서 딥러닝 기술이 현실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고 기존의 알고리즘이 보여준 성능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걸 보게 됐지요.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쓰이도록 해보자란 생각에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의료 분야로 방향을 정한 계기가 있습니까.

    ▷IT쪽은 워낙 빨리 바뀌잖아요. 빠른 결정과 실행이 중요하단 생각에 회사를 나와 어떤 분야가 좋을지 찾다보니 의료 쪽으로 눈이 가더군요. 환자와 관련된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있고, 이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진단을 돕거나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환자의 쾌유를 도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가치가 어디 있겠어요. 또 제가 하는 연구로 의료서비스가 좋아지면 10년이나 20년 후 제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분야로 결정했습니다. 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진화된 의료혜택, 이게 기업의 가치

    ▶창업 당시 국내 AI 의료 분야는 그야말로 불모지였는데요.

    ▷그랬어요. 당시 AI가 큰 주목을 받지도 못했고…. 뷰노메드 본에이지 허가 신청 당시, 저희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 신청을 했고, 해당 품목 인허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해 식약처가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소프트웨어 제품으로 허가를 받은 겁니까.

    ▷식약처의 전문가 협의체에 참여해서 인공지능기반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첫 번째로 허가받은 제품이 2018년에 나온 ‘본에이지(VUNO MedⓇ BoneAge)’입니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의료기기로 식약처에서 인정받은 제품이에요. 이후 여타 기업의 30여 개의 식약처 인정을 받고 임상실험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분명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거든요. 그 작업에 참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 운이 좋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데, 대학시절 친하던 친구가 마침 아산병원 영상의학과의 일을 봐주고 있더군요. 그 친구가 영상의학과 교수님을 소개해줬고, 저희가 갖고 있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말씀드렸더니 감을 잡으시곤 선뜻 데이터를 내주면서 기회를 주셨어요. 물론 합법적으로 진행했습니다.(웃음) 사람이 평생 동안 볼 수 있는 영상의 수가 1만여 개라는데, 종합병원은 짧은 기간에 수십만 개의 영상이 올라오거든요. 결과적으로 교수님이 수년 동안 고민하며 문제를 풀려고 했던 정확도보다 저희가 석 달 동안 딥러닝을 돌려 나온 정확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이후 다른 의대 교수님들과 연결되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종합병원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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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AI 의료 분야 1세대인데, 뷰노가 상용화한 제품이 궁금합니다.

    ▷3개의 의료기기가 있습니다. 우선 ‘본에이지’는 국내 최초의 AI 기반 골연령 진단 소프트웨어죠. ‘딥브레인(DeepBrain)’은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서 발생하는 뇌실질 위축 정도를 정량화, 패턴화해 분석하고 동일연령과 성별의 정상인과 비교해 진단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채스트엑스레이(Chest X-ray)’는 엑스레이 촬영 후 대표적인 5가지 소견과 질환이 의심되는 위치를 정확히 알려줍니다. 아, 의료기기 외에 또 하나 제품이 있는데, 의사 분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사진을 판독하며 중얼거리듯 진단한 음성을 녹음해 다시 진단하는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그래서 자동으로 음성을 인식해 풀어주는 기기도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 특화된 기기죠.

    ▶현재 3개의 제품이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 겁니까. 상황에 따라 가격도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본에이지는 현재 4~5곳의 대학병원과 50여 곳의 지역 소아과에서 사용 중입니다. 나머지 2개 제품은 2019년 8월에 출시돼 아직 판매가 활발하진 않습니다. 3개 제품이 모두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은 서버 형태로 병원시스템에 연동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데, 지역병원은 서버시설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니 웹으로 클라우드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가격차가 크죠.

    ▶사실 의료 분야는 의사들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신뢰도 중요한데요.

    ▷환자들이 AI 의료기기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따로 조사한 건 없는데 가끔 회사로 메일이 옵니다. 사는 곳이 어딘데 본에이지가 설치된 병원이 근처에 있느냐고 묻는 메일이에요. 일례로 3곳의 병원을 가면 3곳 모두 소견이 다르거든요. 특히 지역병원은 많은 양을 검사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병원에 비해 데이터가 많지 않죠. 본에이지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한 일정한 수준의 진단을 얻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저희 기기를 활용했을 때 의사들의 판독 정확도가 더 높아졌어요.

    ▶의사란 직업에 대한 AI의 도전이란 인식도 있습니다.

    ▷사실 초반엔 그런 인식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이 높아졌어요. 그렇다고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건 아니죠. 그런 의견은 대체적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럴 수 없을 것 같고요.

    ▶SF 영화 속에선 누워만 있으면 모든 치료가 가능하던데, 그런 건 불가능하단 말인가요.

    ▷나중에 언젠간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런 수준이 되면 AI가 의사만 대체할까요? 그때는 인류의 존폐를 걱정하면서 어쩌면 AI와 싸워야할 것 같은데요. 그건 너무 앞선 생각입니다. 2020년 코스닥 상장, 헬스케어로 분야 넓히고 싶어

    ▶2020년 상반기 중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주로 영상 쪽인데, 의료 분야가 규제산업이다 보니 제품의 개발부터 허가까지 최소 3~4년이 걸립니다. 의료 분야가 영상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확진이나 치료에 가까운 병리 분야도 연구하고 있고, 고령사회가 되면서 건강에 약한 분들을 위한 건강관리, 헬스케어 관련 웨어러블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통해 메디컬에서 헬스케어로 영역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병동에 1000명 정도가 입원하면 약 5명에게 심정지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일반병동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거의 죽음에 이르게 되죠. 저희가 연구하는 제품 중 하나가 심박, 맥박 등의 필수 바이털만 보고 일반 병동에 입원한 분들의 심정지 등 급성악화를 예측하는 제품이 있어요. 이게 상용화되면 독거노인을 위한 홈케어나 요양병원 등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겁니다.

    ▶최근 AI 기업 ‘수아랩’이 2300억원에 미국기업에 매각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뷰노도 스타트업으로서 같은 목표가 있을 법한데요.

    ▷최근 수아랩의 소식을 듣고 솔직히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소식을 듣기 전까지 매각보단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제 아이가 커서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창업할 땐 애가 둘이었는데, 지금은 하나 늘어서 셋이 됐어요. 더 매진해야죠.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인공지능 분야의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민감한 질문인데,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AI 기술은 현재 평준화돼 있습니다. 논문이 나오면 하루가 지나기 전에 소스가 나오거든요. 일정수준의 지식과 소양을 갖춘 분들이라면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세상에 없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이미 나와 있는 걸 활용할 수 있는 분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만큼 AI 활용 측면에서 상당히 보편화돼 있는 게 AI 기술이고 활용할 수 있는 이들의 수준을 놓고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느 나라나 큰 차이가 없어요. 제가 보기에 AI를 활용하는 분야에서 한국은 최상위권입니다. 그리고 의료 인공지능으로 한정한다면 세계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의료 인공지능에 특화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우선 의료 환경이 너무 좋아요. 또 좋은 의료진이 많기 때문에 이분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데이터가 많습니다. 딥러닝은 데이터가 좋을 때 좋은 결과를 내놓는데, 우린 이미 좋은 데이터가 너무 많아요. 또 하나는 2000~3000개의 침상을 갖춘 종합병원이 서울에만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택시 타고 종합병원 서너 군데 도는 데 반나절이면 됩니다. 전 세계에 과연 이런 곳이 몇이나 될까요.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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