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 서지혜 “이제 더 이상 ‘차도녀’가 아니에요”

    2020년 09월 제 120호

  • ‘차도녀’의 대표주자 서지혜(36)가 데뷔 17년 만에 새 옷을 제대로 입었다. 2003년 드라마 <올인>을 시작으로 <여고괴담4><신돈><창궐><49일><펀치><질투의 화신><흑기사><흉부외과> <사랑의 불시착> 등 무수한 필모그래피로 쌓아 올린 도도한 ‘철벽녀’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한계 없는 망가짐을 택한 그는, 지난 시간의 내공을 무기 삼아 이 ‘유의미한’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서지혜는 MBC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병맛’ 유튜브 콘텐츠 제작 PD 우도희로 분해 180도 달라진 매력을 선보였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인해 사랑 감정이 퇴화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디너메이트로 시작해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 서지혜는 올해 초 인기리에 방송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미녀 서단으로 분해 뭇 시청자들을 ‘서단앓이’에 빠지게 하더니, 불과 두 달여 만에 보란 듯이 달라진 이미지로 돌아와 앙큼한 반전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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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이 종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컸던 터라 <저녁 같이 드실래요?> 제안을 받고 망설임 없이 도전했어요. 기존 해왔던 정적인 캐릭터와 달리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물이라 부담감도 있었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중압감도 컸죠. 스트레스도 고민도 컸던 작품이지만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단 생각에 지금은 뿌듯한 마음이 큽니다.”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인 것은 분명했지만, 극중 도희가 그간 연기해 온 캐릭터에 비해 실제 그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기하면서도 편안했다고. 그는 “도희의 털털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면은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이라며 “친구들도 ‘드디어 네가 너랑 비슷한 역할을 맡았구나’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도회적인 이미지로 보이나봐요. 친구들이 ‘사람들이 네 본모습을 알아야 해’ 이런 이야기도 해요. 시크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나오면 친구들이 ‘못 보겠어’ 할 정도라… 제가 평상시엔 털털하고 활동적이고, 주위 시선 신경도 안 쓰거든요. 그전에는 친구들이 ‘가증스러운 너의 연기를 봐야하냐’고 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편안하게 보여준 거 같다’ 하더라고요. 제 똘기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대요(웃음). 누구나 똘기는 갖고 있지 않나요? 숨기고 있을 뿐이지 하하.”

    하지만 서지혜의 ‘찐’면모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그의 일종의 ‘커밍아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을 터. 이에 서지혜는 “사실 기존 이미지 때문에 스태프들도 처음엔 나에게 다가오기 어려워했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이렇게 밝은 성격인 줄 몰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찐’면모 알려준 일종의 ‘커밍아웃’ 작품

    빈틈이라곤 1도 없을 것 같은 ‘철벽녀’를 연기할 때와는 비주얼 면에서도 화끈하게 변신했다. 전작 <사랑의 불시착> 속 서단 캐릭터의 찰랑찰랑한 긴 머리에서 오랜만에 앞머리를 ‘요즘 스타일’로 자른 서지혜는, 질끈 묶어 헝클어진 머리에도 거울도 좀처럼 보지 않았다.

    “그동안 선보인 캐릭터들이 도시적인 역할이 많았는데 (<저같드>에서) 다른 캐릭터를 맡게 돼 중압감도 있었어요. 또 <사랑불> 끝난 지 얼마 안돼 들어간 것이다 보니 (몸이) 덜 풀린 상태라 그에 대한 캐릭터 고민도 있었죠. 한 2~3주 동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컸어요.”

    몸이 풀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장면은 송승헌을 향해 외친 화제의 대사 “시벨롬(si bel homme)”이었다.

    “1회에 액션캠 들고 ‘오빠, 나 가고 있어’ 하는데 손발이 오글거리면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2회에서 ‘시벨롬’을 하면서 풀렸죠. ‘시벨롬’이 실제로 ‘잘생긴 사람’이란 뜻의 프랑스어인데, 그 뜻으로 한 게 아니라 욕을 고급스럽게 한다 생각했죠.(웃음) 그게 몸이 풀리게 된 계기였어요. 전에는 애드리브를 해도 하고 나서 ‘뻘쭘’했는데, 그때쯤 몸이 풀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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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너메이트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 송승헌(김해경 역)과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을까. 서지혜는 “(송)승헌오빠가 점잖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장난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더라”며 “코믹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보니 코믹대결 분위기도 형성돼 촬영 내내 재미있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워낙 편안하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 덕분에 ‘역대급 비주얼’이라 찬사가 쏟아졌던 키스신 역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지난 시간 수많은 작품을 거쳤지만 유독 사랑받는 역할은 하지 못했던 서지혜이기에, 쌍방향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사랑의 불시착>은 물론이거니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좀 특별했다. 덕분에 ‘시크한 짝사랑녀’ 이미지도 완전히 졸업했다.

    “<사랑의 불시착> 땐 친구들이 ‘계속 짝사랑만 하다가 이제 사랑 좀 받는구나’ 하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오래 했어도 짝사랑만 하니 키스신이 별로 없었어요. <사랑의 불시착> 때 구승준과 키스신이 나오니까 친구들 문자 메시지가 계속 왔죠. ‘야 키스했냐’ ‘야 축하한다’ 하는데 이게 축하 받을 일인가.(웃음) 엄마까지 ‘드디어, 축하한다’고 문자를 주시는데, 제가 이런 존재인가 봐요 하하.”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송승헌과 이지훈,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은 데 대해서는 “좋더라”며 특유의 너스레 가득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저는 뭐, 맨날 질투만 했잖아요. 남들 뭐하나 보고, 뒤에서 지켜보고 가슴 아파하고. 그런데 이번엔 남자 둘이 저를 두고 싸우고 있으니까 행복하더라고요. 심각한 신이었는데 ‘어, 더 싸워봐. 치고 박고 싸워’ 이러면서.(웃음) 재미있었어요.”

    극중 정신과 의사 김해경(송승헌 분)은 음식을 통해 환자를 치유하는 이른바 ‘푸드 테라피’를 선보였고, 극중 ‘병맛’ 유튜브 콘텐츠 제작 PD 우도희(서지혜 분)는 우연치 않게 만난 그를 통해 과거 사랑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서지혜는 “평소에 음식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일상적인 아침 점심 저녁 식사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음식이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일상적인 ‘힐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음식은 노량진 컵밥이라고.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이 노량진 컵밥이었거든요. 처음 가서 먹어봤어요. 쉽게 만들 수 있는 건데 길거리에서 먹는 재미가 있잖아요. 집마다 레시피도 다르고,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고 맛있었어요.”

    서지혜에게 컵밥이 특별했던 건 드라마 설정상 그 컵밥 한 끼에 담긴 의미 때문이다. “푸드트럭 컵밥이 두 사람이 같이 먹는 첫 끼였고, 마지막 프러포즈도 컵밥이었죠. 근사한 밥 한 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 같이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작고 소소하지만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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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짱’스타로 주목받았지만 늦게 뜬 ‘늦깎이’

    드라마 속 우도희가 김해경의 디너메이트 제안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 것처럼, 서지혜 역시 디너메이트에 대해 열린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온전히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그냥 나를 ‘미스 서’로 보니 편하더라”며 “어떤 선입견 없이 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디너메이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쿨하게 말했다.

    로맨스 드라마로 뭇 시청자를 설레게 한 만큼, 서지혜의 사랑 그리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지만 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지금은 결혼 생각이 딱히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혼을) 포기한 건 아닌데, 솔직히 지금은 결혼 생각이 딱히 없어요.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는 아니고요. 언젠가 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랄까? 30대 초반엔 저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결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몇 년 전까지도 엄마가 ‘결혼 언제 할래’ 달달 볶았는데 지금은 포기하셨는지 아무 말씀 없어요. 상대가 없어서 그런가?(웃음)”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듯, 사랑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고. 그는 “예전에는 ‘이상형’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꾸며야만 이어지는 관계 말고, 온전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별한 사랑보단 평범하고 편한 사랑을 꿈꾼 드라마 속 도희처럼 말이다.

    “도희의 내레이션이 매 회 나오는데, 주옥 같은 말들이 많아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사랑을 하고’라는 대목이 너무 좋았죠. 사랑이 무조건 특별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삶에 흡수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이벤트적인 사랑이 아닌, 함께할 수 있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절절한 사랑 말고 평범하고 친구 같은 사랑을, 같이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데뷔 초부터 ‘얼짱’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외모와 연기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뜬 ‘늦깎이 스타’ 서지혜. 어느새 3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그의 현재 진행형 고민은 철저히 ‘연기’다.

    “나이가, 연차가 쌓여가는 데 대한 고민도 물론 있죠. 그렇지만 나이 들면서 맡게 되는 역할이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 흘러가는 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디테일하게 연기할 수 있을지가 저에겐 큰 숙제예요.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더 잘 하고 싶어요.” 시종 유쾌한 분위기로 미소를 머금고 있던 그의 눈이 유독 반짝 빛났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문화창고]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0호 (2020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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