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0주년’ 맞은 달샤벳 출신 가수 수빈 “구르고 닳아 없어지기보단 더 단단해질 거예요”

    2021년 05월 제 128호

  • 그룹 달샤벳 출신 수빈(27)이 2021년,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2011년 세상 빛을 본 달샤벳은 지금은 해체한 ‘옛’ 걸그룹이 됐지만, 가수 수빈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수빈은 데뷔 10년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다”고 말했다. “저는 너무 어릴 때 혼자 상경해 서울 생활을 하다 보니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죠. 10년까지만 딱 해보자는 생각으로 해왔는데, 눈 깜박하니 10년이 지났네요.”

    실력과 미모를 두루 갖춘 달샤벳이었지만, 기실 이들의 ‘6년’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창 신인 걸그룹이 봇물처럼 쏟아지던 시기 탄생한 달샤벳은 데뷔앨범 <수파두파디바(Supa Dupa Diva)>부터 주목 받았고, 달샤벳에서 막내이던 수빈은 팀의 ‘메인’으로 각종 예능에서도 활약, 달샤벳을 ‘하드캐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톱 반열로 뛰어오르지 못한 달샤벳은 해체 수순을 밟았고 수빈을 비롯한 멤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개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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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부터 본격 솔로 아티스트 행보

    수빈은 2019년부터 예명 ‘달수빈’으로 본격 솔로 아티스트 행보를 걷고 있다. 본인 앨범 프로듀싱이 가능한 현재의 ‘싱어송라이터’ 수빈이 가능했던 건, 데뷔 이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사, 작곡 실력이 기반이 된 덕. 무수한 걸그룹 출신 솔로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수빈이 내놓는 아웃풋의 퀄리티는 단연 눈에 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그렇게 고민하고 걱정했던 시간들이 자양이 되어, 많이 정립이 됐다는 거예요. 치열한 고민 덕분에 앞으로 연예인으로서 어떻게 가야 할지 정리된 것 같아요. 제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10주년이죠.”

    TV 화면 속에서도 높은 텐션을 자랑하는, 명랑하고 쾌활한 수빈이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에너지 넘쳤다. 평소 성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수빈은 “원래 굉장히 소심한 애였는데, 카메라에 (‘on-air’를 상징하는) 빨간 불이 들어오면 나를 내려놓고 달샤벳을 위해 사는 시간이 많았다”며 싱긋 웃었다.

    “돌이켜보면, 저는 엄청 단단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생각을 안 해왔어요. 미완성인 상태에서 세상 밖에 나왔다는 생각에, 단단해져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돌 끝나면 뭐하지’ 하면서 작곡도 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했는데, 그 자체로도 제가 많이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감사한 부분은, 나쁜 길로 가지 않고 단단함을 유지해왔다는 거죠.”

    예의 털털하고 편안한 대화가 오갔지만, 수빈의 한마디 한마디에선 보통내기 아닌 단단함이 전해져 왔다. 오만함 아닌, 자기애가 밑바탕에 깔린 덕분에 한껏 높은 자존감은 기분 좋게 빛났다.

    “저는 일단 무조건 수면 밖에 나와야 (대중이 나를 인지한다는 점에서) 연예인으로서의 수명이 길 거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지금은 소신껏 무탈하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외부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곳이 연예계인데, 그래도 내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타인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는 게 익숙해졌어요. 스스로 내 작업물에 만족하면 된다는 생각이 커요.”

    아직 스물일곱 살에 불과, ‘청춘’ 한복판을 달리고 있는 수빈이지만 만만치 않은 연예계에서 10년간 달려온 그에게선 나이를 초월한 연륜이 풍겨난다.

    “달샤벳 활동을 마치고 수빈컴퍼니를 세워 혼자 작업하면서 많은 짐을 안게 되고, 내가 바란 것만큼 돌아오지 않은 데 대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사색에 잠긴 시간이 길었죠.”

    비움은 곧 채움이었다. 많은 걸 내려놓은 뒤 얻게 된 마음가짐은 오히려 수빈 스스로에게 궁극의 플러스가 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로서 활동하는 과정, 국내 음원차트에선 외면 받았지만 2017년 발표한 솔로 앨범 <동그라미의 꿈>이 빌보드가 발표한 ‘2010년대 K팝 명곡’에 선정(79위)되면서 음악적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수빈은 스스로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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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음악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 존재해요. 응원도, 걱정도 존재하는데 저 역시 그런 우려에 절대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가겠다고 하긴 어려웠어요. 그런데 <동그라미의 꿈>이 빌보드에 오른 게 큰 힘이 됐어요. 아, 내가 주위의 걱정과 위로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노래에 귀 기울여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더 많이 고집을 부리고 있어요(웃음).”

    수빈은 “지금도, 음악을 내놓은 이후에 아쉬움은 없다. 항상 ‘뼈를 갈아 넣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내 작업에선 굉장히 중요하다. 조금 성급하게 냈다간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다. 뼈를 갈아 작업물을 내면 내 능력치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완벽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도 내 옛날 노래를 들으면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나는 미숙함 속에서 완벽함을 느낀다.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하게 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MBN <미쓰백> 출연이 전환점 <동그라미의 꿈>이 그러했듯, 올 초 종영한 MBN <미쓰백> 역시 수빈의 아티스트로서의 인생에 특별한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다.

    “사실 출연 전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저는 패널로서 도와주는 입장이었는데, 저를 조명해주는 프로그램이라 익숙하지 않았죠. 또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뭔지 고민을 많이 했고, <미쓰백>에서는 무대로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무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한 곡 한 곡, 매 무대마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쓰백>은 수빈을 비롯한 모든 출연진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겠지만, 오랜 활동에도 대표곡에 목말랐던 수빈에겐 ‘인생곡’을 만나게 된 특별한 순간이었다.

    “사실 제가 만들었다고 해서, 저를 대표할 수 있는 인생곡이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미쓰백>은 인생곡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너무 이끌렸고, <미쓰백>에 출연하면서 많은 분들이 몰랐던 제 능력과 실력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하게 됐는데, 너무 다행히도 인생곡을 찾았죠.”

    수빈에게 빅싼초가 선물한 인생곡 ‘사인’은 남녀 사이에 사랑을 시작하기 전, ‘썸’을 탈 때 주고받는 신호들에 관한 이야기다. 수빈은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서류에 사인을 하듯, ‘이 관계를 결정짓는 건 결국 나’라는 자신감을 더해 곡을 완성했고, 프로듀서들의 극찬을 받았다.

    “앞으로도 많은 인생곡을 만나게 되겠지만, ‘사인’은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곡 중 첫 번째 인생곡인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제 노래를 하면서 제 안의 색깔만 구축해왔죠. 사람들이 모르는 저의 우울함, 슬픔을 꺼내서 음악을 만들다 보니 사람들에게 쉽게 매칭이 안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인’은 불특정 다수가 생각하는 수빈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는, 수빈이라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아요.” <미쓰백>은 끝났지만, 수빈에게 ‘사람’을 그리고 인생곡 ‘사인’을 남겼다. 때문에 수빈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기대 이상의 큰 반응을 얻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이에요. 멤버들을 알게 된 것도 너무 큰 선물이고, 10주년이라는 과도기 안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게 해 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쓰백>이 없었다면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었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 저 자신을 알게 해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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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이지만, 수빈은 “인생 중 제일 바빴던 시기인 것 같다”며 ‘기회’의 고마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눈에 잘 보이진 않았는데(웃음), 진짜 죽기 살기로 보냈어요. 매니저랑 차에서 먹고, 사우나에서 씻고, 숍 가고 그랬죠. 유명세를 떠나 감사하게도 그렇게 바쁜 시기를 보내보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줄 기회를 얻은 게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21년엔 좀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미쓰백>으로 산뜻하게 출발한 2021년엔 “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옛날에는 그럴싸해 보이려는 노력을 했는데, 지금은 솔직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음악도, 연기도 더 솔직하게요. 그 과정을 통해 더 성숙해진 수빈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가수 수빈으로서의 포부도 덧붙였다. “누군가 달수빈이라는 가수를 주변에 소개하고 싶어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장르도 특정 분야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곡이라도 마음에 들었다면 그 곡을 지인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퀄리티 있는 음악을 하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수빈은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녹슬어 없어지느니 닳아서 없어지겠다’는 말이 있어요. 예전에 <스타킹>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붐 오빠가 해 준 얘기였죠.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였지만, 그게 뇌리에 박혀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내 인생의 모토’라며 그 말을 소개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윤석 선배가 ‘수빈씨는 닳아서 없어질 마음으로 구르겠지만, 쇠는 더 구르고 하다 보면 더 단단해진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살아온 모습 자체가 그래요. 혹 부딪쳤을 때 실패하더라도, 모든 게 기회이고 경험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죠.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여전히 무른 상태로 있었겠구나 싶어요. 물론 경험을 많이 해봤다고 세상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자신감은 생긴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계속 도전할 것이고, 계속 부딪치며 굴러갈 겁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저는 헤쳐나갈 거예요.”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이미지나인컴즈]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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