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보쌈`서 인생캐릭터 ‘수경’ 열연한 권유리, 소녀시대 넘어 배우로 “거울에 비추듯 수경을 봤죠”

    2021년 08월 제 131호

  • “수경이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수경을 통해 저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소녀시대를 넘어, 배우로 우뚝 선 권유리(32)가 <보쌈>으로 활짝 웃었다. 권유리는 최근 종영한 MBN 종편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보쌈>(극본 김지수·박철, 연출 권석장)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조선의 옹주 수경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최종회에는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는 등 TV 드라마 하향 시대, 시청률 고공행진을 마지막까지 이어간 드라마에 자체에 대한 호평뿐 아니라, 화인옹주 수경 역의 권유리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유례없이 훈훈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보쌈>과 함께했어요.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좋은 기운을 얻은 기분이에요.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았고, 현장 나가는 게 기다려진 시간이었죠. 덕분에 많은 것을 얻고 느낀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보쌈> 종영을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권유리는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소시(소녀시대) 유리’와 <보쌈> 속 수경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단정하면서도 특유의 시원한 미소로 종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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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 기록

    “촬영했을 때 제작했을 때 같이 일하는 분들과의 시너지가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굉장히 희망했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죠. 시청률이 좋고 많은 관심을 보내주신 것은 감히 예상컨대 배우들, 제작진, 감독님과 작가님의 합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중에서 가장 큰 걸 꼽자면 작가님들이 매 캐릭터마다 탄탄하게 써준 서사라고 생각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도 ‘어떻게 모든 인물을 다 탄탄하고 매력 있게 만들었을까’ 싶었거든요. 차돌(고동하 분) 아역배우의 귀여움도 한몫한 것 같고요.” <보쌈>은 권유리의 연기 인생 첫 사극이었다. <피고인>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대장금이 보고 있다> <마음의 소리> 리부트, 영화 <노브레싱>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권유리지만 베테랑 연기자들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르라는 점에서, 권유리에게 <보쌈>은 도전이었다. “작품의 소재가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보쌈이라는 소재를 통해, 어쩌면 악연으로 만나는 주인공들끼리 새롭게 다시 인연이 시작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는 스토리 라인이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죠. 나아가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한 여자의 기구한 운명에 맞서는 성장형 캐릭터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료돼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경은 광해군(김태우)과 소의 윤씨(소희정) 사이에 태어난 옹주다. 어려서부터 당차고, 남자아이들에게도 지는 법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치적 밀약으로 원하지 않던 상대와 결혼했다가 신혼 첫날밤도 못 치르고 과부가 된 인물이다.

    장르가 주는 어려움은 일찌감치 각오하고 들어간 상황이었지만, 작품에 대해 권유리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초반엔 작품에 가까이 가기까지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사극 발성이나 연기 톤 등 기술적인 부분을 신경 쓰다 자신의 연기를 가둬뒀던 시간이었던 것이다. “사실 어떻게 하면 좀 더 사극스러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 고통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러다 ‘캐릭터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수경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겠단 생각에 대본을 정말 많은 시간, 공들여 분석하고 읽었어요.”

    그는 “수경을 거울삼아 나를 많이 들여다봤다”고도 했다. 캐릭터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 당대 시대상에 대한 공부를 통해 캐릭터에 원활하게 접근하게 됐고, 몰입도 역시 좋아질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더운 여름까지 한복을 입고 한 촬영 역시 쉽진 않았다. 캐릭터에 맞는 한복 차림의 행동거지는 물론, 무거운 가채 등 사극 특유의 물리적 어려움이 늘 함께했지만 “작품에 적응하기 위해 최대한 한복 차림으로 보냈다”고. 덕분에 권유리는 보다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으며, 데뷔 첫 사극에서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데뷔 첫 사극서 말 타기, 수중 촬영 직접 소화해 시청자 찬사

    극 중 선보인 말 타기, 수중 촬영, 남장 등 다양한 장면도 직접 소화하며 시청자의 찬사를 받은 권유리. 그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있어서 수중 촬영하는 게 조금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며 “수중 촬영 경험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을 줘서 흥미로웠어요. 그게 저 혼자만 하는 거였다면 겁났을 텐데 제작진이 서포트해주고, 상대 배우분들도 경험이 많아서 엄청 수월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죠. 계속 치마 입다가 바지 입으니까 편하기도 하고 재미있었어요.(웃음)”

    극 중 캐릭터와 실제 자신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유리는 “수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와 비슷한 성향이 분명 있다”며 긴 답변을 이어갔다.

    “수경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당당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상이라 매료됐고,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인물을 내가 연기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기존 유리의 이미지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수경을 보면 볼수록 나와 비슷한 성향의 부분이 분명 있었어요.”

    어떤 부분일까. “예를 들면, 당돌한 부분들이에요. 하고자 하는 말들을 하고 싶을 때 한다거나,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 내가 갖고 있는 그런 조그만 부분을 크게 만들어 극대화시키면, 수경이라는 캐릭터에 내가 조금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캐릭터를 잘 겪으면 수경에게서 배우고, 좀 더 닮을 수 있겠다 싶었죠.”

    권유리는 “작품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수경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경이 본연의 색깔, 자기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는데 나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수경이라는 아이의 가면 아래 가려졌던,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능동적이고 당당한 모습, 주체적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걸 느꼈다. 나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끝나고 보니 시작 전의 나보다는 수경의 영향을 받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는 것. 정일우, 신현수, 김태우, 이재용 등 동료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에 대해 돌아본 권유리는 “내가 사극 경험이 없다 보니 선배들이 많이 알려주셨다. 배우로서 존중해주시면서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편하게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정일우는 다음날 촬영 분량까지도 신경 써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함께 준비하자 했어요. 시청자들이 바우와 수경의 케미가 좋다고 해주신 게 정일우 오빠의 이런 노력 덕분이지 않았나 싶어요. 신현수는 캐릭터와 닮은 지점이 많은 것 같았어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좋은 성품을 가진 게 느껴졌죠. 배우들이 다 또래다 보니 평소 대화도 잘 통했고 현장 갈 때마다 즐거웠어요.”

    김태우, 이재용 선배와의 호흡은 권유리에게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습’이었다. 권유리는 “김태우 선배님은 장면이 밀도 있게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 자체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선배님 덕분에 몰입할 수 있었고, 밀도 있는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 이재용에 대해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농담도 많이 해주시면서도, 연기를 지도한다기보다 직접 보여주시니 그 흡입력에 빨려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선배님께 ‘어떻게 그렇게 긴 대사를 한 호흡으로 완급 조절하며 하시는지 여쭤봤더니, 호흡하는 방법 자체를 알려주셨죠. 정말 많이 배웠고, 필요한 에너지를 뿜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저는 그 텐션을 온전히 받기만 해도 됐어요.”

    능동적인 캐릭터와 함께 한 <보쌈>의 여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도 컸다. 권유리는 “사극 경험이 없었는데 <보쌈>을 하면서 장르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또 평소 좋아했고 작업해보고 싶었던 권석장 감독님과의 작업을 통해 현장에서 연기적으로도 좋은 디렉션을 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좋은 선배님들과 같이 호흡하면서 연기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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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연기 점수에 대해 몇 점을 주겠는지 묻자 “사실 내 연기를 자평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보는 수준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고 손사래 쳤다. 그러면서도 “첫 사극 도전을 마치면서, 또 다른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을 더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보쌈> 합류 직전, 권유리는 대학로를 달군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았다. 이순재, 신구 등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대선배들과 호흡한 경험은 향후 펼쳐질 권유리의 연기 인생에 다시 만나기 힘들 자양분이 됐을 터. <보쌈>에서도 그 효과는 톡톡히 봤다는 권유리다.

    “드라마가 끝나고 보니, (연극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느껴요. 좀 더 연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게다고 생각하던 타이밍에 마침 연극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 너무나 대단한 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연극은 개막 몇 달 전부터 테이블 회의도 하고 분장, 의상 준비, 소품 준비까지 다 배우가 직접 하는데, 신구 이순재 선배님이 그런 것을 하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호흡하고 같이 의논하고 배우로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통해 선생님들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배울 점이 많았어요. 배우로서의 자세 같은 걸 보고 느낀 계기가 됐고, 무대에 올라가서는 배우들과 호흡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다 보니, 회차가 거듭될수록 더 배우고 느낀 게 많았어요. 관객들과의 실시간 호흡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고요. 그 과정을 통해 매체 연기를 하게 되니, 캐릭터를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극과 매체 연기 중 어느 쪽이 본인에게 더 맞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현답’이 나왔다.

    “여러 점들이 연결돼 선이 되듯이, 제가 가수 활동했던 부분이 연극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은 라이브라 혹시나 내가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동선에 문제가 생겼거나 소품을 잊어버리고 나오거나 하는 실수가 있어도 소녀시대 때의 무대 경험을 통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게 됐죠. 회차를 거듭할수록 저도 모르게 더 늘어갔고요. 다양한 캐스팅으로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같은 역할이라도 더 깊이 있게, 밀도 있게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됐고요. 소통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는데 그런 점이 이번 작품에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좋은 작품이라면 연극이건 단편영화건 다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각자의 매력이 다 달라서 어떤 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은 못 하겠어요. 아직 가수가 좋은지 배우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가수 활동이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배우 활동이 가수로서 무대에 오를 때 도움이 되죠. 상호 보완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권유리와의 만남에 소녀시대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팀 내에도 배우로 활약하는 멤버가 다수다 보니 동료가 참여하는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터다.

    “멤버들은 당연히 제 스틸컷이 공개됐을 때부터 단톡방에 올려줬어요. 모니터를 실시간으로 해주는 멤버들도 있었고요. TV 인증샷을 보내주며 쪽진 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칭찬도 해주고(웃음), 그런 반응들이 든든한 응원이 돼 정말 고마웠어요. 멤버들이 바쁠 텐데도 챙겨 봐주고, 심지어 본방 사수하는 모습도 찍어 보내줬거든요.”

    권유리는 이어 “이번 작품이 좀 특별했던 건, 자신들의 부모님이 본방 사수 하고 계신 모습을 멤버들이 찍어서 보내주더라”라며 “보통은 본인 인증샷을 보내주는데, 이번 작품은 부모님이나 친척 인증샷을 보내준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소녀시대 유리로서의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꾸준히 이야기 중이다. 머지않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도 “좋은 음악으로 좋은 시기에 컴백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천천히 성장해 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이후 장장 15년째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권유리. 슬럼프가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터. 이따금은 쉬고 싶을 때도 있었을 일이다.

    “분명, 그럴 때가 있었어요. 사실 매 순간, 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기대감과 설렘보다는 책임감과 무게감 때문에 힘들 때가 줄곧 있었죠. 저는 어떤 작품에 들어가기 전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결과물이 공개되지 않아 피드백을 받기 직전의 긴장감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보쌈> 같은 경우에도 용기를 낸 도전이었지만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은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아 못할 것 같은데, 내가 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하겠다고 한 게 잘한 일일까, 민폐가 되진 않을까’. 하루에도 다섯 번 이상 생각이 오르락내리락 했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정말로,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에게 시청자에게, 팬들에게 늘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기도 해요.”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그는 천생 연예인이었다. “대중의 사랑이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는 그는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든 무언가에 대해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주셨을 때, 나를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생기고, 느리더라도 천천히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박세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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