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 ‘위드 코로나 시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도약, 차기 대통령 극심한 대내외 갈등 조정할 수 있어야

    2021년 10월 제 133호

  • “코로나 시대 경제는 극심한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좋아지고, 고용이 나아져야 살림살이도 펴집니다. 민간투자가 늘어나야 양질의 고용이 창출되고, 소득도 늘어나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방향으로 가야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벗어날 수 있어요.”

    ‘위드 코로나 시대’ 경제해법을 묻는 질문에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이 내놓은 일성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은 명약관화지만, 결국 민간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우리나라도 커진 경제 규모에 걸맞게 규제환경을 조성해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촉진해야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면서 “레이건, 대처, 슈뢰더의 개혁이 한국에 필요한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허 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지난 2010년 관세청장을 끝으로 관가를 떠났다. 이후 삼일회계법인 산하 삼일경영연구원장 등을 지냈으며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올 3월부터 현대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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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도 3분기가 지났습니다. 먼저 원장님이 평가하는 경제상황과 올해, 내년 성장률이 궁금합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3.8% 정도로 봅니다. 약간의 위험요인이 있다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4차 코로나 팬데믹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고, 2번째는 재정여력입니다. 이미 추경예산을 대부분 끌어다 쓴 만큼 4분기에는 재정정책이 약화될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금리 인상도 예상되지요. 이런 점들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영향이 커지면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은 더 낮게 전망합니다. 미국 중심으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한국도 재정이 올해같이 유연하게 확장하기 힘듭니다.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성장, K자형 경기 회복이 내년에도 지속될 걸로 봅니다만, 올해보다 하방압력이 있어요. 대내외적으로 회복세가 올해만큼은 되기 힘들어요. 결국 투자환경, 고용지표 등이 좋아져야 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경제는 과거와는 분명 차이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델타 변이 확산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보다는 치명률을 낮추는 방역체계로의 전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부터 기존 방역 규칙을 전면 완화한 영국이 대표적 사례로,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위드 코로나’는 팬데믹하에서 끊겼던 연결성 또는 연계성이 복원되면서 나타날 현상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이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의 상시화 가능성에 주의해야 합니다. 과거 위기와 달리 코로나19는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 때마다 위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요. 결국 글로벌 경제의 확장과 수축 사이클은 단축될 수밖에 없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역할은 지금보다 더 강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맥락에서 자국우선주의는 이제 비난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미시적으로 보면 팬데믹이 불러온 제로 컨택트(Zero Contact) 신드롬으로 신기술과 신산업 및 네트워크와 플랫폼이 산업과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AI(인공지능), 메타버스,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산업화를 실감할 수 있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도 어느 때보다 커져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중국 정부가 이들의 독점력을 강하게 견제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한편으로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불러왔죠.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한 탄소중립은 전체 경제를 관통하는 테마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 기업들도 비재무적 요소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 뉴노멀인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깨닫고 실천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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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원장은 특히 탄소제로와 관련해 기업들의 꼼꼼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감소에 대한 인식 전환은 이뤄졌지만, 문제는 ‘어떻게(How To)’라는 것. 당장 탄소제로는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들과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허 원장은 “산업섹터에서 업종 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설비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이 과정에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한 타임테이블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 분야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매출의 몇 % 정도가 투입돼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공유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백서가 나와야 한다는 게 허 원장의 지론이다. 허 원장은 “총론 얘기는 그만하고 각론에서 구체적인 진행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질서와 산업생태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어떤 대비를 해야할지요.

    ▷글로벌 경제질서는 미중 패권경쟁이 이어지면서 양국을 중심으로 진영화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중국은 GDP 기준으로 미국의 70까지 왔습니다. 중국에선 2025년, 다른 나라들은 2028년 미국과 중국의 경제 규모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향후 10년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인한 갈등이 치열해질 거예요.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고, 미국도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해 핵심산업과 기술의 자국화, 안보화, 진영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어요.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e Back Better World)’ 구상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아시아 개도국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결국 미중 패권경쟁이 끝날 때까지 글로벌 산업생태계와 공급망의 변화도 클 거예요. 우리나라는 기존 주력산업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미래 핵심산업 분야에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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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원장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태양전지, 우주, 양자컴퓨팅, 핵융합 등 분야에선 전체적인 산업을 놓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통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기후변화 대응에 주력하는 한편, 12개 신산업 분야(반도체, 배터리, 차세대 모빌리티, 바이오,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VR·AR·MR,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5G)에서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리딩그룹에서 탈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기업+정부+대학’이 한 팀이 돼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기업이 모든 분야의 정보가 빠른 만큼, 기업의 애로나 고민하고 있는 분야의 보고서가 얼마나 대학이나 정부 관료의 책상 위에 놓이고 협력과 대응이 이뤄지느냐에 의해 국가 경쟁력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취지다.

    ▶글로벌 환경이 변한 만큼 정부 경제정책 또한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정부 정책은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수혜층과 피해층의 대비가 극명합니다. 소수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 수출 기업들은 수혜를 입었고, 고소득층과 자산가 역시 부동산과 주가 상승을 누렸습니다. 반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은 고통스러운 상황입니다. 당장은 이런 K자 회복에 대한 대응이 시급합니다. 가급적 빨리 적절한 방역 체계를 유지하면서 경기 회복력, 특히 내수 회복에 가속도를 붙여줄 정책 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시급합니다. 당장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 특히 기업의 혁신과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노력이 절실해요.

    단적으로 ‘G7과 중국’이 하는 것은 ‘우리도 한다’라는 규제혁신 기준을 설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운산업의 공정위 이슈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G7에서 문제가 되고 있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해요. G7 국가와 기업들이 노는 환경이 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또한 대기업 vs 중소기업의 이분법적 사고도 바뀌어야 해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은 다릅니다. 독일 경제에너지부가 2019년에 내놓은 ‘내셔널인더스트리얼 스트레티지 2030 보고서’를 보면 ‘지멘스·벤츠 같은 대기업이 있는데 플랜트, 금융, IT는 안 된다. 독일 정부에서 이쪽 분야 대기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예컨대 기술개발 공제율을 보면 대기업에 대해서 G7 국가는 더 크게 하고 있어요. 이분법적인 사고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누구와 경쟁하는지 보고 규제 수위를 맞춰나가야 합니다.

    ▶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원장님의 제언이 있다면요.

    ▷결국 부채를 감당할 만한 가계의 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가계부문의 지속적인 소득 증대를 모색해 나가야죠. 또한 자산 가격의 안정화도 필수적입니다. 민간공급의 활성화를 우선시하고 공공부문의 공급은 보완적인 정책 선택지로 활용해 나가야 합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과 금융정책의 합리화도 동반돼야 해요. 통화정책의 경우, 적절한 속도와 강도를 유지하면서 전환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정책의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실수요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저소득 가구, 고액채무자 등에 대한 별도의 분석과 관리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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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부채 급증에 대해 허 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향후 저출산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으로 세입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먼저, 재정 준칙을 도입하고 지출효율과 세수 확충 등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 허 원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야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꼭 챙겨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요.

    ▷미 하버드 대학의 대통령학 권위자인 뉴스타트 교수는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이라고 합니다. 이상적인 말입니다만, 차기 대선주자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사회는 경제·사회적 양극화 문제로 대내 갈등이 극심해요. 대외적으로도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 등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이런 갈등이 OECD 평균 혹은 G7 평균 수준만큼 개선된다면 2%대로 추정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개선될 거예요. 극단적인 포퓰리즘도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지도자는 미래를 통찰해야 합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조정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해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He is

    ▲1956년생 ▲연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경영학 석사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 석사 ▲홍익대 세무학 박사 ▲행정고시 22회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삼일경영연구원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 ▲현대경제연구원장(현)

    [김병수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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