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Inside] 소송에 화재까지, 국내 배터리업계 난항에 미소 짓는 CATL

    2021년 03월 제 126호

  • # 지난 2월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일명 ‘배터리 소송’이 LG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은 국내 법정이 아니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됐다. 소송 결과가 나온 후 업계에선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양사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양측이 내세운 합의금 차이가 크다. 업계에선 LG에너지 솔루션이 약 2조5000억~3조원을, SK이노베이션은 5000억~8000억원을 제시했다는 구체적인 숫자가 돌기도 했다. 아직 ITC가 최종판결 전문을 공개하기 전이란 것도 협상이 더딘 이유 중 하나다. SK이노베이션이 판결 전 이미 수주해놓은 폭스바겐과 포드의 배터리 물량에 대해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받은 만큼 소송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최근 현대차 코나EV(전기차)의 잇따른 화재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24일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사실상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을 내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나EV는 2018년 출시 이후 국내에서 총 1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이어지자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2017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7000대를 리콜했다. 당시 국토부는 코나EV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측이 제조 결함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반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와중에 지난 2월 15일 경남 창원에서 도로를 달리던 전기 시내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의 차종은 2019년 현대차에서 제조한 일렉시티. 정비공장에서 정비를 마친 뒤 차고지로 이동하던 중 배터리가 있는 지붕 쪽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다. 이 버스에도 코나EV와 같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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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쩡 위친 CATL 회장
    이번 국토부의 발표 이후 현대차는 코나EV, 아이오닉EV, 일렉시티 전기차·전기버스의 배터리를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통해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들이다. 화재 조사를 담당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앞선 리콜에서 수거된 불량 고전압 배터리를 정밀 조사한 결과, 셀 내부 음극탭 문제로 인해 생긴 리튬 부산물이 양극탭과 접촉해 불이 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원 측은 “화재 재현실험에선 음극탭 불량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이러한 이유를 들어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두 회사의 책임 공방과 별개로 리콜을 통한 배터리 전량 교체는 결정이 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량 교체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리콜 관련 총 비용은 약 1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며 향후 분담률 등을 반영해 최종 비용을 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앞서 배터리 소송과 관련한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장기화 전망을 두고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의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말한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현금성 자산 확보가 급하고 올 연말 상장을 앞두고 있어 악재도 줄여야 한다는 나름의 분석도 뒤따른다.

    #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2023년 이후 출시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 3차 물량 배터리 공급사로 중국의 CATL과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의 CATL이 이번에 발주된 3개 차종 가운데 2개 차종의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이 1개 차종을 따냈다는 구체적인 물량도 공개됐다. CATL이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건 LG에너지솔루션과 16조원 규모의 2차 물량을 따낸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CATL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 차량용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 파나소닉(15%)을 제치고 세계 1위(16%)에 등극했다. 2019년엔 중국 내 점유율이 51%에 이를 만큼 독보적인 배터리업체로 성장했다. 바로 그 해 독일에 생산 라인을 구축했고 테슬라에도 공급하기 시작한다. 현재 글로벌 시장 1위 배터리업체는 4년 째 CATL이다. 지난 2월 4일 CATL은 290억 위안(약 5조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발표한 투자 규모만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안에서 싸우다 국내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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